주간동아 1103

2017.08.30

책 읽기 만보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사실적인 글을 쓴 기자

  •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입력2017-08-28 16: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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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저널리스트 : 어니스트 헤밍웨이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영진 옮김/ 한빛비즈/ 256쪽/ 1만6000원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기자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만, 기자로서 그가 어떤 기사와 칼럼을 썼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의 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에서는 모두 기자 생활의 경험이 묻어나지만, 실제 헤밍웨이의 기사를 읽어본 사람은 드물다. 

    1917년 고교를 졸업한 그는 고향에서 가까운 지역신문사 ‘캔자스시티 스타’에서 수습기자로 7개월간 일했고,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부상으로 귀국한 뒤 캐나다로 옮겨 ‘토론토 스타’에서 프리랜서 기자로 활약했다. 22세가 된 21년에는 토론토 스타의 유럽(파리) 특파원으로 일했으며, 26세 기자생활을 접은 뒤 소설 집필에 매진했다. 작가로서 명성을 쌓아가던 그는 36년 스페인 내전이 발발하자 이듬해 그 참상을 보도하고자 북아메리카신문연합 통신원 자격으로 활약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 때도 노르망디 상륙작전 등을 취재해 보도하는 등 종군기자로서 필명을 날렸다.

    여기에 실린 기사 25편의 상당수는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 소개되는 것이다. 주로 프리랜서로 활동한 헤밍웨이의 기사와 칼럼은 다수 매체에 실린 데다 대부분 디지털화되지 않아 접근조차 쉽지 않았다. 옮긴이의 노력으로 장기간 수집과정을 거쳐 기사 수백 건을 모았고 그중 헤밍웨이를 잘 보여줄 수 있는 기사를 골랐다.



    헤밍웨이는 신참 기자 시절 주로 사회의 부조리와 위선적 지도자를 향한 비판,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 등을 기사에 담았다. 그러나 사회 고발적 이슈만 다룬 건 아니다. 유명인을 프로야구 선수처럼 트레이드할 경우 누구와 누구를 바꾸면 얼마의 돈을 더 얹어줘야 하는지 같은 풍자 넘치는 기사는 물론, 당시 유행하던 사진 보정, 스포츠맨 정신, 사냥과 사살의 차이 등 신변잡기형 기사도 썼다. 이를 통해 그는 인간에 대한 통찰을 보여줬다. 그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솔직하고도 사실적인 글을 쓰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1934년 ‘에스콰이어’)이라고 설파하기도 했다.

    그의 기사 착점은 남다른 데가 있다. 예를 들어 제1차 세계대전 후 귀국한 병사들이 생활고를 못 이겨 훈장을 헐값에 팔아넘기는 현상을 기사화할 때 헤밍웨이는 그들을 인터뷰하지 않았다. 그 대신 훈장을 매매하는 여러 전당포와 중고 매매점을 찾아 실제 거래가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다뤘다. 기사 마지막에 한 상점 주인과 속사포처럼 대화를 나누며 훈장이 그곳에서 떨이 취급을 받는다는 것을 생생하게 드러냄으로써 귀국한 병사들의 아픔을 우회적으로, 그러나 더 절절하게 보여준다.

    무엇보다 헤밍웨이의 기자정신과 기사 쓰기에서 압권은 전쟁 현장을 누비는 기자로서 면모다. 이탈리아에서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정당이 한창 세를 불릴 때는 ‘유럽 최대의 허풍쟁이, 무솔리니’라는 제목의 기사로 비판의 날을 세웠다. 종군기자로서 그가 가진 가장 큰 미덕은 마치 눈앞에서 현장을 보는 듯한 생생한 묘사와 그 속에 숨겨진 등장인물들의 감정 묘사다. 무솔리니가 1935년 에티오피아를 침공했을 당시 전장을 다룬 ‘아프리카에는 독수리가 난다’ 기사에선 군인들이 부상해 쓰러지면 독수리, 까마귀들이 날아와 살아 있는데도 쪼아 먹는 참상을 그렸다.

    또한 그리스와 터키의 전쟁으로 죄 없이 이주해야 했던 기독교인의 처참한 행렬도 그렸다. 스페인 내전에선 공화군의 마지막 거점지로 프랑코 반군의 공세에 시달리던 마드리드의 모습을 담았다. 포탄과 총성이 오가는 엄혹한 국면에서도 감정의 과잉이 없는 그의 기사는 오히려 참상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가 전쟁 참상을 고발할 때는 적군과 아군을 가리지 않았다. 억울하게 희생된 민간인, 무솔리니의 군인, 전쟁터의 용병 등 전쟁 소용돌이에 휘말린 이들의 죽음을 끊임없이 환기시켰다. 또 세계 열강이 이해득실의 주판알을 튕기는 가운데 전쟁이 어떻게 왜곡되고 있는지를 지적하고, 전쟁 자체가 범죄임을 역설했다.

    100년이 다 된 기사들이지만 현재 상황이라 해도 크게 어색하지 않은 문제의식과 글쓰기를 보여준 헤밍웨이는 저널리즘의 가치를 오롯이 구현하고 있다.

    책 맨 마지막에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찾아온 청년에게’는 기자, 작가뿐 아니라 글을 쓰고 싶은 모든 사람에게 촌철살인의 유용함을 전한다.




    예술을 통해 미리 만나는 죽음


    죽음은 예술이 된다
    강유정 지음/ 북바이북/ 272쪽/ 1만3500원

    “우리가 문학과 예술에서 죽음을 접하는 것은 죽음이라는 미지의 공포로부터 면역을 얻고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린 자신을 죽이고 성장한 스스로와 만나야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죽음들을 미리 만나봐야 하는 것이다.”

    평론가인 강유정 강남대 교수가 문학과 영화에서 죽음을 사유하는 방식을 에세이로 써냈다. 저자는 죽음에 이르는 여러 이유를 카테고리화해 보여준다. ‘로미오와 줄리엣’과 희곡 ‘시라노’의 절대적 사랑에 대한 열망, ‘오셀로’와 줄리언 반스의 소설 ‘그녀가 나를 만나기 전’에서 질투, 심지어 국가 혹은 이념에 대한 충성(영화 ‘색, 계’ ‘헝거’ ‘밀정’ ‘브레이브하트’) 등 죽음의 이유를 종횡무진 보여준다. 사색적이고 근원적이지만 저자의 필체는 쓸쓸하다.

    하지만 죽음이 삶을 돋보이게 하는 마침표인 만큼, 이 책의 쓸쓸함은 삶의 온기를 유지해주는 불쏘시개 같다는 느낌이 든다.




    느빌 백작의 범죄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열린책들/ 144쪽/ 1만1800원

    프랑스 현대문학계를 주도하는 작가 아멜리 노통브가 2015년 낸 소설. 그의 24번째 작품으로, 프랑스에서 19만 부가 팔렸다. 잔혹함과 기발함, 심술궂음 등 노통브의 독특한 색깔은 이 작품에서도 여전하다. 가문의 파산으로 성을 매각해야 하는 느빌 백작은 마지막 파티를 준비하고 있다.

    어느 날 백작은 성 인근 숲에서 셋째 딸을 발견해 보호 중이라는 점쟁이의 얘기를 듣고 찾아간다. 점쟁이는 딸을 인계하면서 백작에게 파티 때 손님을 살해할 것이라고 예언한다. 셋째 딸은 파티 때 살인을 피할 수 없다면 자신을 죽이라며 백작을 설득하는데….



    해루나루 오천 년의 예언 1, 2
    진강 지음/ 북랩/ 1권 328쪽, 2권 324쪽/ 각 권 1만4000원

    저자의 처녀작. 해루는 단군신화에서 환웅이 지상에 내려와 신시를 건설할 때 그를 도운 친구이자 신하다. 5000년 뒤 세상이 악의 기운에 둘러싸이고 악의 집단인 ‘역천인’이 인간을 괴롭힌다는 예언에 따라 해루는 나루라는 청년과 함께 역천인을 물리친다.

    진짜 멋진 캐디 진짜 평범한 캐디
    이경원 지음/ 집사재/ 256쪽/ 1만4000원

    캐디 출신으로 스피치 전문강사인 저자가 캐디 서비스의 노하우를 알려준다. 다양한 골퍼를 만나고 필드에서 발생하는 여러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우려면 고객심리, 인간심리, 감정노동까지 섭렵해야 하는 ‘캐디’란 직업을 이해하기 쉽게 풀었다. 골퍼에게도 도움이 된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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