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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원의 클래식 산책

주역 가수들의 고른 활약 돋보여

서울시향의 ‘발퀴레’ 콘체르탄테

주역 가수들의 고른 활약 돋보여

주역 가수들의 고른 활약 돋보여
5월 20일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의 ‘발퀴레’ 콘체르탄테(무대장치와 의상 없이 진행하는 오페라 공연)가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발퀴레’는 바그너의 대작 ‘니벨룽겐의 반지’(‘반지’) 4부작 중 두 번째 작품으로, 서울시향은 지난해 ‘라인의 황금’을 시작으로 매년 한 작품씩 4년에 걸쳐 ‘반지’ 전작을 완주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당초 이번 공연은 올해 국내 공연계 최대 화제작으로 관심과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원래 지휘를 맡기로 했던 정명훈 감독이 공연을 일주일 앞두고 건강상 이유로 하차하면서 걱정과 불안이 일었다. 그러나 우려했던 대량 예매 취소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첫째 국내에서 바그너 공연을 접하기 어렵고, 둘째 출연 가수진의 구성이 좋았으며, 셋째 지난 10년간 꾸준히 발전해온 서울시향의 기량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자칫 정 감독에게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관객들의 인식도 한몫 거들었다. 그리고 서울시향은 그런 관객들의 믿음과 지지에 기대 이상의 성공적인 공연으로 화답했다.

일단 돋보였던 건 주역 가수들의 고른 활약이었다. 먼저 ‘비운의 영웅’ 지크문트로 분한 뉴질랜드 테너 사이먼 오닐이 뉴욕 메트로폴리탄, 런던 코벤트 가든, 밀라노 라스칼라, 독일 바이로이트 등 최고 오페라 무대를 두루 섭렵한 가수다운 절창을 들려줬다. 그는 첫 등장부터 무대를 휘어잡았고, 특히 1막 중간 ‘벨제’를 외치는 유명한 장면에서는 극단적으로 길게 늘인 호흡과 충분한 성량으로 음을 지속해 좌중을 아찔한 현기증으로 몰아넣었다. 다만 1막에서 다소 무리했던지 2막에서는 조금은 기운이 빠진 듯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다음으로 타이틀롤이라 할 수 있는 브륀힐데 역의 독일 소프라노 이름가르트 빌스마이어도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비록 음성에 드라마틱 소프라노다운 중량감은 부족했지만, 그는 자신의 약점을 넉넉한 호흡과 영리한 테크닉으로 커버하면서 시종 안정적인 발성과 뛰어난 표현력을 선보였다.

아울러 지크문트의 쌍둥이 누이인 지클린데 역의 미국 소프라노 셀레스테 시실리아노도 매력적인 음성과 탁월한 표현으로 매우 깊은 인상을 남겼고, 여신 프리카 역의 러시아 메조 엘레나 지드코바는 고혹적인 외모와 출중한 성량, 성격파적인 가창으로 각별한 주목을 끌었다. 보탄 역의 라트비아 베이스바리톤 에길스 실린스와 훈딩 역의 러시아 베이스 유리 보로비예프도 풍부한 성량과 준수한 가창을 들려줬으나, 표현력 면에서는 얼마간 단조로운 감도 없지 않았다.



한편 정명훈 감독 대신 지휘봉을 잡은 독일 지휘자 콘스탄틴 트링크스는 불과 사흘 전 입국했음을 감안하면 공연을 놀라울 정도로 안정되고 충실하게 이끌었다. 그는 오페라 극장에서 잔뼈가 굵은 실력파답게 가수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면서 악단의 앙상블도 전반적으로 잘 조율하는 노련한 솜씨를 보여줬다. 다만 아무래도 리허설 시간이 부족했던 탓에 짜임새가 미흡한 부분이 더러 있었다. 또 악단의 응집력이 충분히 고조되지 못한 일부 결정적 장면에서는 정 감독의 부재가 못내 아쉽기도 했다. 모쪼록 내년 ‘지크프리트’ 무대에서는 정 감독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랄 따름이다.



주간동아 2015.06.01 990호 (p79~79)

  •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 tris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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