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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예고된 대지진, 아! 네팔이여

느슨한 행정과 독특한 상속제도가 피해 키워…재건 비용 GDP 20% 이를 듯

예고된 대지진, 아! 네팔이여

세계의 지붕이 흔들리자 세상은 온통 아비규환이 됐다. 4월 25일(현지시간) 정오를 몇 분 앞둔 시간 네팔 수도 카트만두 서북쪽 70km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7.8 강진에 네팔 시민 800만 명이 타격을 입었다(유엔 분석).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된 네팔에선 필사의 구조 활동이 펼쳐지고 있지만 30일 현재 사망자는 5000명을 훌쩍 넘었고, 네팔 정부는 최종 사망자가 1만 명에 이를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번 지진은 1만 명 이상 숨진 1934년 네팔 대지진 이후 81년 만에 또다시 맞은 대참사다. 진원이 지하 14.5km 지점으로 지표상과 가까운 데다, 그 지각판을 따라 형성된 지진대가 카트만두 지하를 관통해 피해가 컸다.

대지진이 할퀴고 간 카트만두는 마치 폭격을 맞은 듯 거대한 폐허로 변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카트만두 서북쪽 건물들은 처참하게 무너졌고 도로는 쩍쩍 갈라졌으며 거리에서는 건물 파편에 맞은 사람들의 비명과 통곡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생지옥 된 카트만두

겨우 목숨을 건진 사람들도 여진(餘震)이 무서워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길거리와 공터에 텐트를 쳐놓고 노숙생활을 하고 있다. 인스턴트식품과 과자로 끼니를 때우다 새벽에 비가 내리면 추위에 부들부들 떨었다. 강진으로 상하수도관이 파열돼 깨끗한 물도 부족한 상황이다. 수만 명이 함께 거주하는 텐트촌에서는 전염병 창궐이 우려되고 있다.



삶과 죽음이 적나라하게 대비되는 곳은 병원 앞마당이다. 카트만두 시내에서 가장 큰 병원인 비르(Bir) 병원 앞 도로에는 해외에서 온 간이침대들과 담요들이 널브러져 있다. 영안실은 이미 시체로 가득해 갈 곳 잃은 시체들은 바깥에 줄지어 누여 있다. 얼굴에 마스크를 쓴 군인들은 트럭에서 먼지가 덮인 시체들을 내려놓았다. 영국 BBC는 “시민들은 지인의 시체를 찾을 수 있을까 싶어 시체 악취를 참아가며 이곳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부상자 대부분은 건물이 무너질 때 골절상, 척추 부상을 입었다. 이 때문에 휠체어, 목발, 들것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사라 블린 구조대원은 “특히 정형외과 의사, 신경외과 의사, 마취과 의사 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도로가 파괴돼 도움의 손길이 가지 못한 외곽 지역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안전하지 않은 공동주택에서 거주해온 가난한 주민들의 피해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건물 잔해에 파묻힌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한계 시간인 72시간이 지난 후부터는 생존자에 대한 희망도 급속도로 사라졌다.

이번 참사는 예고된 재앙이었다. 프랑스 AFP에 따르면, 지진 전문가들은 2010년 2월 30만 명의 사망자를 낸 아이티 대지진 참사 직후 다음 차례는 네팔이며 규모는 8.0이 될 것이라고 예상해왔다. 강진이 발생하기 일주일 전에도 카트만두에서는 지진학자 50여 명이 모여 닥쳐올 지진 피해를 줄일 방법을 논의하는 회의를 열기도 했다.

네팔이 대지진 유력 지역으로 떠올랐던 것은 두 거대한 지각판인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부딪치는 지점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네팔이 에베레스트 산 등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해발고도가 높은 나라이지만, 2500만 년 전 인도판이 유리시아판과 충돌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바닷속에 있었다. 인도판이 계속 유라시아판을 밀어 올리면서 융기하기 시작했고, 그 충돌 에너지가 수십 년을 주기로 지진으로 나타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네팔에서는 1934년에도 규모 8.1 지진이 남동부를 강타해 1만 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했다. 88년에도 같은 지역에 규모 6.8 지진이 발생해 1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1255년에도 대지진으로 땅이 갈라져 국왕까지 죽었다는 기록이 있다.

네팔 정부의 느슨한 행정과 독특한 상속법도 지진 피해를 키웠다. 세계적으로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인 네팔은 지진 위험에도 최근까지 건축 규제가 없어 내진설계를 하지 않은 부실한 건물이 많다. 또 모든 자녀에게 똑같이 땅을 나눠줘야 하는 상속법 때문에 좁은 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건물이 즐비하다.

‘신들의 땅’ 피해 심각

이번 지진은 1~2분간 규모 7.8 강진이 발생한 후 8시간 동안 규모 6.6을 포함해 총 65차례 여진이 이어졌다. 4월 26일 오후 1시쯤엔 규모 6.7 여진이 발생했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산에서는 25일 지진과 26일 여진으로 잇따라 눈사태가 발생했다. 눈사태가 베이스캠프를 덮치자 복귀 루트가 끊기고 악천후까지 계속돼 그 지역에 머물던 산악인, 셰르파 수백 명이 고립됐다. 네팔 당국과 각국 구조대는 헬기를 동원해 고립된 이들을 구출 중이다. 네팔관광청은 눈사태로 외국인 5명을 포함해 19명이 숨졌다고 28일 밝혔다.

진앙인 네팔 고르카 지역은 마을 전체가 폭삭 주저앉아 네팔 지도에서 사라져버렸다. 카트만두에서 서쪽으로 150km 떨어진 고르카는 산중턱에 있는 산악마을로, 도로가 정비돼 있지 않고 산림으로 둘러싸여 지진 이전에도 고립돼 있던 지역이다. 지진 이후 이곳은 도로가 붕괴되고 집들이 무너져 지역 전체가 완전히 사라졌다. BBC는 “시골마을이라 남성은 돈벌이를 위해 해외로 나간 경우가 많기 때문에 희생자 대부분은 노인, 여성, 어린이로 추정된다”며 “사망자는 300여 명으로 집계되지만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네팔의 세계문화유산들도 초토화됐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다라하라(빔센) 탑은 네팔 역사상 최대 규모(8.1)였던 1934년 대지진을 버텨냈지만 이번에는 붕괴됐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점심 때 이곳을 찾았던 관광객 포함 200여 명 가운데 생존자는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특히 신들의 땅이라 부르는 카트만두 계곡 지구의 피해는 심각하다. 문화유산이 대부분 목재와 벽돌로 만들어져 지진 피해가 더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바크타푸르의 더르바르 광장, 바산타푸르의 더르바르 광장, 파탄의 더르바르 광장, 보드나트의 불탑(스투파)이 심하게 파괴됐다. 파탄 더르바르 광장의 경우 불교와 힌두교 양식이 조화를 이룬 1700여 년 된 왕궁 건축물들이 무너져 내렸다. 훼손된 보드나트의 불탑은 히말라야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불탑으로 꼽힌다. 관광업이 주요 국가 수입원인 네팔은 문화유적 파괴와 에베레스트 산사태로 당분간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경제적으로도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으로 재건 비용이 네팔 국내총생산(GDP)의 20%에 달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경제전문지 ‘블룸버그’는 “재건 비용은 50억 달러를 넘을 것”이라며 “가난한 국가가 감당하기엔 매우 심각한 재난”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지질조사국도 네팔의 경제적 피해를 GDP 대비 최저 9%에서 최고 50%로 추정하면서 35%가 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주간동아 2015.05.04 986호 (p32~33)

  • 전주영 동아일보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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