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85

2015.04.27

지배구조 관련株를 주목하라!

한국 기업들 경영권 3代 승계 시작…자본 배분 변화가 투자의 주요 변수

  • 이상건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

    입력2015-04-27 11: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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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배구조 관련株를 주목하라!

    제프리 이멀트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은 “산업인터넷으로 미래 산업을 혁신하겠다”며 사업구조를 개편했다.

    미국 제조업의 상징 제너럴일렉트릭(GE)이 최근 새로운 결단을 내렸다. 123년 역사상 처음으로 금융 부문을 정리하겠다고 결정한 것. 금융 부문은 GE 전체 수익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핵심 사업이다. 특히 제프리 이멀트 회장의 전임자인 잭 웰치가 금융 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GE를 주식시장의 총아로 만들었던 과거를 생각하면, 상전벽해와도 같은 의사결정이라 할 수 있다.

    GE의 결정을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GE가 마침내 잭 웰치 전 회장의 금융 괴물을 제거한다”고 평했지만 그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모든 문제가 그러하듯 시간만이 판명해줄 것이다. 투자 시각에서 보면 이멀트 회장은 분명 회사 내 자본을 재배치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가치 창출이냐 자본 배분이냐

    최고경영자(CEO)의 구실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기업의 가치 창출이고, 다른 하나는 자본 배분이다. 기업 가치 창출의 전형적인 예가 스티브 잡스가 경영했던 애플이다. 잡스는 생전에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 신제품을 연이어 출시해 시장을 개척하고 점유율을 높이면서 매출액과 수익을 크게 늘렸다. 이 결과 애플은 막대한 현금을 손에 쥐었다. 하지만 현금, 즉 자본을 회사 내에 쌓아둘 뿐 기업 인수나 자사주 매입, 배당 같은 자본 배분에는 활용하지 않았다. 이에 불만을 터뜨렸던 인물이 유명 헤지펀드 그린라이트캐피털의 CEO 데이비드 아인혼이었다. 아인혼은 2013년 애플이 당시 보유하고 있던 1371억 달러의 현금을 주주들을 위해 배당하라며 정관 변경 소송을 냈다.

    최고 자본 배분가 가운데 한 명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이다. 버핏은 공장을 직접 짓거나 연구개발(R·D) 등에 투자한 적이 없다. 자신이 인수한 회사에서 발생한 현금을 바탕으로 자본 배분을 했을 뿐이다. 기업을 인수하거나 주식을 투자할 대상이 줄어들자 버핏은 2월 주주총회에서 그 자본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쓰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통상 우리나라에서는 CEO의 구실 가운데 가치 창출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히트 상품을 내고 매출액을 늘리는 경영자가 각광받고, 그런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경영자라고 여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기업은 이런 방식만으로는 성장할 수 없다. 어떤 시장도 성장이 무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푸는 방식은 시장 외연을 확대(해외 진출)하는 방법을 취하거나 그동안 쌓아놓은 자본을 효율적으로 재배분하는 것이다. 성장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없다면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거나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아니면 기업 인수 및 합병을 통해 새로운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이런 논리는 기업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개인투자자도 마찬가지다. 소득 증가를 기업 가치 창출에, 가계 자산운용을 자본 배분에 대입해보자. 소득이 계속 증가한다면 소득을 기준으로 삶의 수준을 높여가면 된다. 그러나 소득 증가가 어느 시점에서 제한된다면 문제 해결책은 확 달라진다. 자본 배분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자산 증식이 불가능해진다. 기업으로 얘기하면 성장 엔진이 멈추는 셈이다.

    지금 가계 앞에는 초저금리라는 초유의 도전 과제가 놓여 있다. 얼마 전 필자가 사는 아파트단지의 게시판에 붙은 한 은행 전단지를 보면서 초저금리를 실감했다. 전단지에는 ‘연 2% 특판 예금 한시 판매. 5000만 원 이상 선착순’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예금 이자로 2%를 받으려면 5000만 원이라는 현금이 있어야 하고, 그것도 선착순이라는 것이다. 2%라고 해야 세금을 제외하면 1%대인 데도 말이다.

    금리 1%라는 환경에 걸맞게 가계는 자본 배분을 적극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기본은 주식 같은 리스크 자산 비중을 늘려야 한다. 낮은 금리에도 리스크 자산을 꺼리면 자본 배분의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초저금리가 심화할수록 리스크 자산에 대한 수요는 더 커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배구조와 배당에 관심 가져야

    증권시장에서도 자본 배분을 비효율적으로 하는 기업에 대한 문제제기가 점차 많아질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배구조 문제다. 국내 기업 중에는 경영권의 자녀 승계를 위해 자본을 비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경우가 많다. 지배구조라고 하면 주로 대기업만 연상하는데, 중소기업 중에도 이런 경우가 꽤 있다. 상장기업임에도 주주들은 생각하지 않고 대주주 개인들만 챙기는 기업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기업 이익에 비해 경영진 급여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의 경영권 승계가 3대(代)로 넘어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상속세와 경영권 문제는 동전의 양면처럼 맞물려 있다. 게다가 과거와 달리 사회가 많이 투명해졌고, 기업에게 요구하는 윤리 수준도 높다. 지배구조와 관련한 이슈가 지속적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는 객관적 상황이 만들어진 셈이다. 최근 지배구조 관련 주식이 주목받는 시대적 배경이다.

    배당도 자본 배분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들은 성장을 통한 가치 창출에 주로 초점을 맞춰왔다. 주주에게 배당으로 자본을 배분하는 비율이 극히 낮았다. 하지만 주주 처지에서는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성장을 도모할 수 없다면,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배당을 주는 것이 주주 가치를 높이는 길이다. 더 나아가 안정적인 배당은 자산의 연금화 시대에도 필요한 일이다. 국민연금 등 주요 공적 연기금 규모가 더 커지고 있고, 사적연금 시장도 정부의 세제 혜택에 힘입어 매년 성장하고 있다. 초저금리가 되면서 원리금 보장형 상품만으로 자산운용을 하기 어려운 시대에 진입했다. 주식 등 리스크 자산에 자본 배분을 해야 한다. 이때 배당은 연금 같은 장기투자자산의 좋은 동반자다.

    한국 사회는 이제 새로운 자본 배분 시대에 직면했다. 기업도, 개인도 자본 배분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 자본 배분의 틀이 바뀌는 과정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가 만들어질 개연성이 높다. 자본 배분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기회에 주목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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