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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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독일어 대사…성공 가능성 확신

서울시오페라단의 ‘마탄의 사수’

  •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 tris727@naver.com

    입력2014-06-02 11: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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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독일어 대사…성공 가능성 확신
    5월 21~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 서울시오페라단의 ‘마탄의 사수’는 좋은 의미에서 ‘뜻밖의 사건’이었다.

    독일 작곡가 칼 마리아 폰 베버의 대표작 ‘마탄의 사수’는 ‘독일 낭만 오페라의 효시’로 일컬어지는 중요한 작품으로, 독일 오페라 역사에서 모차르트와 바그너 사이의 다리 구실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상연되는 경우가 드물어 아쉬움을 남겼던 작품이다.

    그동안 상연이 드물었던 이유로는 무엇보다 지나칠 정도로 이탈리아 오페라에 편중된 우리 오페라 공연계의 토양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페라 가수부터 독일보다 이탈리아에서 유학한 경우가 월등히 많았고, 관객도 독일 오페라보다 이탈리아 오페라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근래 들어 사정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 무대에 모차르트나 바그너의 일부 작품 정도를 제외하고 독일 오페라를 올리는 것은 여러모로 어려운 일로 여겨진다.

    더구나 ‘마탄의 사수’는 독일 전통 노래극에서 발전한 ‘징슈필’ 장르에 속하는 작품이라 연기와 노래가 번갈아 나오면서 진행된다. 그래서 가수들은 적잖은 분량의 독일어 대사를 능숙하게 처리해야 하는 점이 부담스럽고, 관객 처지에서도 형식부터 낯선 데다 연기 부분이 지루하게 여겨질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서울시오페라단의 공연은 준비만 철저히 한다면 국내 무대에서 독일 오페라도 얼마든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먼저 주역 가수들의 연기와 노래가 고르게 수준이 높았다. 막스로 분한 테너 윤병길과 아가테로 분한 소프라노 손현경은 주인공에 걸맞은 매력적인 음색과 뛰어난 표현을 선보였다. 특히 탄탄한 발성과 풍부한 성량을 바탕으로 한 손현경의 가창은 독일의 전통적인 ‘구원의 헤로인’인 여주인공 아가테의 존재감을 빛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악역 카스파르로 분한 베이스 함석헌도 강력한 노래와 조금은 과장됐으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극의 열기를 높였다. 또 조역인 엔헨으로 분한 소프라노 장유리의 깜찍한 연기와 사랑스러운 노래도 돋보였고, 고승 역의 베이스 전승현도 명성에 걸맞은 중량감으로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했다.

    낯선 독일어 대사…성공 가능성 확신
    베테랑 연출가 정갑균이 총괄한 무대도 만족스러웠다. 비록 기존의 해외 유명 무대를 절충한 듯한 인상을 주기는 했지만, 시각적인 면과 음향적인 면을 동시에 고려한 깔끔한 무대와 효율적인 동선 처리, 효과적인 부가장치(연기자들)로 매우 완성도 높은 무대를 구현했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의 1등 공신을 꼽자면 단연 지휘를 맡은 윤호근일 것이다. 독일 오페라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파인 그는 적극적인 몸짓으로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이례적으로 잘 정돈된 앙상블과 격조 있는 사운드를 뽑아낸 것은 물론, 가수들을 충분히 배려해 조화로우면서도 감흥과 열의로 충만한 음악을 빚어냈다.

    그 밖에 좌석마다 제공된 자막화면도 공연 성공에 일익을 담당한 숨은 조력자라 하겠다. 다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 지나치게 넓어 관객 몰입도와 음향 만족도를 떨어뜨린 것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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