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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는 ‘시한폭탄’이었다”

전·현직 여객선 관계자 충격 증언 “주범은 청해진해운, 공범은 해수부·해피아 장악 기관”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세월호는 ‘시한폭탄’이었다”

“세월호는 ‘시한폭탄’이었다”

해양경찰 등 수색작업에 참여한 대원들이 침몰 장소를 표시하는 부표를 바라보며 물살이 가장 거센 시기인 ‘사리’ 때가 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세월호 침몰 참사 3주일이 훌쩍 지나갔다. 300명이 넘는 학생과 일반 시민이 숨지거나 차가운 바닷속에서 여전히 구조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전국에 설치된 분향소엔 국민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참사 트라우마’에서 쉬 벗어나지 못한 채 지갑조차 닫는다. 유족들은 “더는 미안해하지 마라”고 하지만 일반 시민은 ‘어린 학생들을 죽게 버려뒀다’는 공동체적 죄의식에 시달린다.

온 나라가 가슴이 터져버릴 듯한 슬픔과 이글거리는 분노로 들끓는 이때, 하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 어린 학생을 떼죽음으로 내몬 ‘진짜 살인마’가 누구인지를 낱낱이 밝혀 처벌하는 일이다. 슬픔과 분노를 이겨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관련자는 한 사람도 빠짐없이 반드시 찾아 일벌백계해야 한다.

3주간에 걸친 검찰과 경찰의 수사로 이미 밝혀진 사안들로만 봐도 세월호 침몰 참사는 어쩌다 실수로 일어난 ‘사고’가 아니라 이미 예견된 ‘사건’임이 분명하다. 몰지각한 승무원들에 대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적용 등이 논란이 되고 있고, 이번 사건을 초래한 이들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식의 눈에서 보면 흉기만 들지 않았을 뿐 ‘집단 살인사건’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그래서 이번 사건에서만큼은 딱히 법 조항에 저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할 수 없는 ‘잠재적 살인마’에게도 어떤 방법으로든 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시민은 정권과 정부, 사정당국이 이번만큼은 법이 현실 부패와 부정, 비효율 측면에서 그 규정에 저촉되는 이들에게만 최소한으로 작용한다는 관행을 깨줬으면 하고 바란다. 자기 살을 도려내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법 위에서 외줄을 타면서 처벌을 피한 이들을 그냥 두면 이 같은 후진국형 대형 참사가 또 벌어질 수 있다는 게 시민 일반의 한결같은 생각이다. 유족과 실종자 가족, 시민의 분노는 특히 “우리는 죄가 없다”며 연일 해명성 보도자료를 내면서 항변하는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를 향해 있다.

‘진짜 살인마’와 ‘잠재적 살인마’



세월호의 ‘진짜 살인마’와 ‘잠재적 살인마’가 과연 누구인지를 알아보려고 4월 29일 밤늦은 시간 인천항 부근 찻집에서 현직 연안여객선 운영회사 간부(A씨)와 여객선 선장(B씨), 1월까지 여객선 기관장을 맡았던 전직 기관사(C씨)를 만났다. 모두 세월호와 소속 선사인 청해진해운에 대해 훤히 아는 인물들이었다. 이들이 한곳에 모이게 도와준 전직 해양경찰(해경) 출신 제보자 D씨(현재 무역업 종사)도 이 익명의 제보성 집단 인터뷰에 동참했다.

어렵게 모인 이들은 너나없이 심각한 ‘죄의식’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들은 “세월호 침몰이 이미 예견된 일이었지만 우리의 무관심 때문에 막을 수 없었다”고 자책했다. 그들은 세월호 침몰 참사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 할 대상으로 20년 이상 노후화한 여객선 운항의 선령 연한을 법을 바꾸면서까지 30년으로 늘려주고도 감시와 안전검사는 소홀히 한 정부(해양수산부·해수부), 운항 선령 연장을 줄기차게 요구한 한국해운조합, 그 조항을 이용해 세월호를 싼값에 구매해 금융권으로부터 대출만 잔뜩 받고 배를 제대로 고치지도 않은 채 사용하다 대형 참사를 일으킨 청해진해운을 우선적으로 지목했다.

다음으로는 승객 수와 화물선적량을 늘리려고 구조변경을 단행해 배 복원력을 잃게 만든 청해진해운, 과적을 일삼는 해운업계 관행 속에서 여객선을 증축하면 복원력을 유지하는 평형수를 적게 채우거나 아예 비운 채 운항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도 허가를 내주고 문제점을 눈감아준 한국선급, 여객선의 적재 한도 초과 여부를 항상 확인하는 등 안전수칙 준수를 감시해야 할 운항관리자(한국해운조합 소속)와 이 운항관리자를 임명하는 해수부, 이들에 대한 관리 감독권을 가진 해경을 사건 주범으로 지목했다. 그들의 얘기는 충격적이다.

“세월호는 ‘시한폭탄’이었다”
“청해진해운 소속의 세월호와 쌍둥이 배로 알려진 오하마나호를 우리 연안해운 업계에선 ‘시한폭탄’이라고 불렀다. 만든 지 20년이 넘는 배를 들여와 증축(구조변경)했는데 그때부터 말이 많았다. 특히 세월호는 ‘큰일 낼 배’로 통했다. 청해진해운에는 그 누구도 가지 않으려 했다. 월급도 다른 선사와 비교해 30~40% 적다. (구원파) 신앙이 있거나 당장 배고파 죽는 사람이 아니면 청해진해운 입사를 모두 꺼렸다. 그 두 배를 타면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얘기도 있었다. 우리(인천 해운업계 종사자) 애들과 친척이 세월호나 오하마나호를 타고 여행을 간다는 소식을 들으면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모두 취소하게 할 정도였다. 애들 수학여행도 빠지게 했다.”

이들은 20~30년 넘게 연안해운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라 할 말도, 들은 이야기도 많았다. 특히 2009년 있었던 연안여객선 선령 연장에 대해선 “어떻게 보면 정부가 선사들에게 불법을 강요한 셈”이라고까지 목소리를 높였다.

성수기 아니면 흑자 어려운 연안여객선

“세월호는 ‘시한폭탄’이었다”
“연안을 다니는 여객선은 수학여행이나 봄가을 등 성수기가 아니면 흑자를 보기가 참 힘들다. 정말 어렵다. 언론에서 청해진해운의 항로 특혜 얘기가 나오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 현재 연안여객선 업계는 새 배를 사서는 이문을 볼 수 없는 구조다. 중고 선박을 사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 20년 이상 된 고철 덩어리를 쓰도록 한 법이 문제다. 후진국이라면 모를까 선진국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세월호를 만든 일본 회사가 딱 20년 된 시점에 고철 가격만 받고 팔아먹은 이유가 뭐겠나. 아무리 잘 고쳐도 또 고장 날 수밖에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세월호가 인양되고 수사가 끝나면 밝혀지겠지만 엔진과 조타기 둘 중 하나에 분명히 문제가 있을 거다. 사고 당시 항로 지시 및 조타를 맡은 3등 항해사와 조타수의 얘기도 5도 변침을 했는데 조타기가 말을 안 들었다는 거 아니었나. 15도까지 휙 꺾여버렸다고. 이유는 딱 두 가지다. 엔진 고장으로 정전이 되면서 조타기가 제 마음대로 움직였거나 조타기 자체가 고장 났든가 둘 중 하나다. 그러니 배가 휙 꺾인 후 표류하게 된 거 아닌가.”

해수부(당시는 국토해양부 편입)가 해운법 시행규칙을 바꿔가면서 기존 선령 연한 20년(안전 강화 조치 후 최대 25년)을 30년으로 연장한 시점은 이명박 정권 초기인 2009년 10월이다. 당시 한국해운조합은 한 대학에 ‘여객선의 선령 적정성에 대한 연구용역’을 맡기고 그 결과물을 가지고 선령을 30년으로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청해진해운은 1989년 일본에서 건조된 후 2003년부터 인천-제주 노선에 투입된 오하마나호를 아무런 안전 강화 조치 없이 2019년까지 운항할 수 있게 됐고, 2012년엔 92년에 제작된 세월호를 일본 해운사로부터 116억 원에 사들인 후 30억 원을 들여 증축했다. 10년은 아무런 제약 없이 쓸 수 있게 보장받았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가 차량 및 컨테이너를 승객과 함께 싣는 ‘카페리’, 즉 로로(ro-ro)선에 대해 침몰 가능성이 크니 위험하다는 경고를 97년부터 줄기차게 했는데도 이 같은 선령 연장을 결정했다. 여객선 선원들과 선사에 대한 안전교육 및 운항 전 점검 대폭 강화 같은 조치는 없었다. 실제 세계적으로 수백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여객선 사고는 모두 세월호 같은 로로선이었다. 2006년 사상자 1000여 명을 낸 이집트 알살람 보카치오 98호도 로로선이었다.

해운업계에선 6500t급 여객선의 가격이 116억 원이면 선박 가격이 아니라 고철 가격이라고 본다. 실제 청해진해운은 운항 1년째인 2014년 2월 28일 인터넷 중고선박 거래 사이트에 세월호를 매물로 등록했다. 세월호를 담보로 청해진해운에 100억 원을 대출해준 KDB산업은행이 매긴 세월호의 담보가치는 168억 원. 또다시 고철 가격으로 팔린다고 치면 증축비 30억 원은 고스란히 손해를 보는 셈이다.

제보자들은 이에 대해 “세월호 선원들로부터 한 번 출항하고 오면 배의 어느 부분이 고장 나 있지만 선사 측에서 잘 고쳐주지 않는다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다. 선사 측이 배를 매물로 내놓은 건 이제 고쳐 쓰지도 못하는 상태가 됐다는 얘기다. 배로 팔려는 게 아니라 폐선박으로, 고철로 팔려는 거다. 그 상태로 학생들을 태우고 다녔다는 건 살인행위”라고 입을 모았다. 검경합동수사본부의 수사과정에서 구속된 조타수 김모 씨는 “참사 한 달 전 조타기가 고장 났으니 고쳐달라고 두 번이나 청해진해운에 요구했지만 묵살당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해수부의 선령 연장을 위한 해운법 개정과 관련해 해수부와 한국해운조합 간 어느 형식으로든 짬짜미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지만 어떤 영문인지 검경합동수사본부는 현재까지 그 부분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세월호는 ‘시한폭탄’이었다”
초짜가 운전할 수밖에 없는 회사

제보자들은 지난해 크게 적자를 낸 청해진해운이 세월호에서 본전을 뽑으려고 선박직 선원들의 월급을 깎고 비정규직인 계약직 직원을 대거 뽑았다고 전했다. 초속 2.5m 유속의 맹골수도 구간을 지나가면서 신참 직원들에게 항해와 조타를 맡기고 사라졌다 팬티만 입고 1순위로 탈출한 이준석 선장도 계약직 직원으로 월급은 270만 원에 불과했다.

“청해진해운은 워낙 월급이 짠 데다 알바(아르바이트)가 많아 이직도 굉장히 많았다. 그러니 초짜들이 배를 운전할 수밖에 없다. 배도 침몰 직전의 고물인 데다 월급은 짜지, 계약직을 주로 쓰지 하니 실력 있는 베테랑 직원은 없다고 보면 된다. 종교적 색채가 강한 것도 문제였다. 사실 청해진해운 출신 선박직 경력 직원은 다른 회사에 원서를 내도 뽑아주지 않는 상황이었다.

베테랑 선장도 항해를 버거워하는 맹골수도를, 그것도 화물을 잔뜩 실은 고물 배로 지나가면서 초짜 3등 항해사와 3번째 조타수에게 타를 맡겼다는 건 정말이지 기름을 들고 불에 뛰어드는 격이다. 배를 침몰시키려고 작정한 거다. 보통 선장이 잠깐 자리를 비울 때도 3등 항해사가 항로 지시에 나서면 그 배의 조타기 성질을 잘 아는 1번 조타수를 붙여주는 게 관례다. 베테랑의 숙련도는 위기 순간 제힘을 발휘한다. 사실 어린 3등 항해사와 신참 3번 조타수가 뭘 알았겠나. 그 사람들은 승객을 두고 선장 지시에 따라 먼저 탈출한 죄밖에 없다.”

실제 검경합동수사본부에 승객을 버려둬 죽게 한 혐의, 즉 유기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된 선장 등 15명의 선박직 선원 가운데 10명은 모두 경력이 6개월 미만이다. 사고 순간 항해를 맡은 3등 항해사 박모 씨는 입사 3개월, 3번 조타수 조모 씨는 당일 입사해 입사 계약서도 쓰지 않은 채 타를 잡은 것으로 드러났다. 1등 항해사 신모 씨도 조씨처럼 사고 당일 입사한 사람이다.

입사 1년이 겨우 넘은 또 다른 1등 항해사 강모 씨는 선장에 이은 운항 책임자로서 사고 순간 해경에 구조요청을 하고 승객들을 갑판 위로 나오게 했어야 하지만, 그 순간에도 청해진해운 본사와 휴가를 간 세월호 선장 신모 씨와 각각 3차례, 2차례 20여 분 동안 통화하면서 시간을 낭비했다. 1등 항해사 신씨는 원 선장 신씨에게 도리어 배가 기우는 이유를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청해진해운과 원 선장 신씨가 1등 항해사 신씨와 통화하면서 승객 대피 명령을 내리지 않은 점과 사고 원인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점 등을 캐고 있다. 현직 여객선 선장 B씨는 “사실상 이번에 대타로 세월호 선장을 맡은 이씨는 허수아비였다. 알바였으니까 정직원인 1등 항해사나 기관장이 실질적으로 선장 노릇을 했을 거다. 1등 항해사가 원 선장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건 이 선장이 세월호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입사 계약서도 쓰지 않은 조타수에게 배를 맡겼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지만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해수부와 한국해운조합 측은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하고 있다.

제보자들은 이러저러한 사정에도 세월호 침몰 사건을 일으킨 가장 큰 원인으로 연안여객선 업계 전체의 고질적 관행인 과적과 무리한 구조변경, 이로 인한 배의 복원력 상실 등을 꼽았다. 또한 이런 관행이 지속되면 언젠가 대형사고가 터질 것을 알면서도 방치한 해수부(해양항만청)와 한국해운조합, 한국선급, 선박안전기술공단 등 ‘해피아’ 집단도 ‘공범’으로 지목한다. 출항 전 과적 여부 확인, 즉 복원력 검사가 아예 없거나 형식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고질적 관행에 눈감은 해운 당국

“세월호는 ‘시한폭탄’이었다”
“청해진해운의 욕심과 그들의 뒤를 봐준 해운 당국이 배를 침몰시켰다고 봐야 한다. 20년 된 고물 배를 사와 선실을 2층이나 증축하면서 배 무게는 239t, 정원도 956명으로 116명이나 늘었다. 무게중심이 위로 쏠릴 거는 자명한 이치다. 그러면 한국선급과 해수부 등 승인 기관은 안전 대책을 세우든, 구조변경 허가를 내주지 말든 해야 하는데 안전과 관련한 조치를 취한 게 없다. 이번에 다들 봤겠지만 구명벌(둥근 모양의 구명보트)과 구명조끼 모두가 1992년 배가 만들어진 당시 것을 그대로 썼다. 그게 제대로 작동하겠나. 분명히 증축도 설계도대로 되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지난해 2월 구조변경 승인이 날 때부터 업계에선 ‘누군가 먹어도 많이 먹었을 것’이란 말이 돌았다.

사실 아무리 고철 덩어리 고물 배라 해도, 심지어 조타기와 엔진에 일부 문제가 있다 해도 배가 복원력만 제대로 갖고 있으면 뒤뚱거리거나 약간 기울어졌다가도 바로 선다. 6800t급 여객선이라면 폭풍주의보가 떨어진 상황 속에서도 항해를 한다. 큰 파도에 흔들려도 복원력이 커서 넘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복원력의 핵심은 평형수다. 세월호 같은 급의 배는 밑부분 앞 좌우편과 뒤 좌우편에 2000t 이상의 물을 담은 평형수 탱크가 있는데 이게 기우는 반대 방향으로 물이 차면서 배를 바로 잡아주는 거다.

해운법 운항관리규정에는 급별 배의 재화중량톤수(화물, 평형수, 식량, 음용수, 연료 등 배 자체 무게를 뺀 중량)가 정해져 있다. 그중에서 배의 복원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화물 및 평형수와 관련해선 선박 운항 허가를 받을 때 복잡한 계산을 통해 각각의 적재량을 한국선급이 정하고 해수부에 통보한다. 어길 경우 단속하라는 얘기다. 쉽게 말하면 선사가 과적하고도 재화중량톤수를 맞춰 눈속임을 하려면 식량과 연료, 여객은 줄일 수 없으니 기준보다 많이 실은 화물의 양만큼 평형수를 뺄 수밖에 없다. 그러면 만재 흘수(배가 물에 잠기는 깊이)를 속일 수 있다. 출항 전 항만청의 출항 허가 담당자는 배 앞뒤에 있는 흘수선만 제대로 돼 있으면 출항을 허가한다. 사실 그것조차도 확인을 잘 안 한다.

항운노동조합(노조)이 있는 선사는 과적하고 평형수를 빼고 싶어도 노조가 찌를까 봐 잘 못하지만 청해진해운은 분위기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잘리면 갈 데가 없는 선원이 대부분이라 누구 하나 선사의 과적 지시를 거부하지 못했다. 평형수 관리는 선장과 1등 항해사가 출항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만약 선사가 화물 과적을 이유로 평형수를 빼라고 하면 선장과 1등 항해사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거절해야 한다. 세월호는 십중팔구 평형수가 아예 없거나 턱없이 부족했을 거다.”

실제 세월호는 지난해 3월 인천-제주 노선 투입 이후 총 158회 운항 중 단 1회를 제외하고 화물 적재 기준을 지킨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1회 운항할 때마다 과적으로 4000여만 원의 추가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4월 16일 사건 전날 인천항을 떠나면서 세월호가 항만청에 보고한 재화중량톤수는 화물과 여객 등을 합해 3608t으로 기준 재화중량톤수인 3790t을 넘지 않았다.

쌍둥이 오하마나호 재출항 공포

문제는 실제 실린 화물과 여객의 총량이다. 세월호는 사고 전날 출항 기준 1070t의 2배에 가까운 2000t을 실었다. 연료와 음용수, 식량이 1000t가량 실려 있었으니 이 둘만 합쳐도 재화중량톤수는 3070t. 결국 평형수는 기준치인 2030톤의 30%인 600t밖에 실려 있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런데도 항만청은 배가 잠기는 만재 흘수(6m)만 눈으로 확인하고 출항을 허가한 것이다. 그것도 폭풍주의보가 떨어진 날 말이다.

청해진해운의 지난해 화물운송 수입은 194억 원으로 여객운송 수입 125억 원보다 훨씬 많다. 여객선이 화물선처럼 화물운송으로 수익을 내는 이상한 구조다. 사실 청해진해운이 지속적으로 과적할 수밖에 없는 것은 객실의 경우 6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저렴한 데 비해 화물의 경우 4.5t 트럭은 대당 60만 원, 대형 트레일러는 140만 원 등 여객선 취지를 망각한 운임구조에서 비롯한 측면이 크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실종자 구조와 수색에 나선 잠수사들로부터 “세월호가 구조변경을 해 설계도보다 객실 수가 훨씬 많고 배치도 다르다”는 증언을 확보하고 구조변경 허가를 내준 한국선급을 압수수색하는 한편, 1등 항해사 강씨로부터 “출항 전 과적이 너무 심해 배가 위험하다”고 청해진해운에 항의했지만 “묵살당했다”는 증언을 확보해 청해진해운 이모 이사와 김모 팀장을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제보자들은 마지막으로 “이번 참사에서 돈에 눈이 멀어 배를 침몰시킨 기업의 잘못이 큰가, 아니면 이를 눈감아준 해피아의 잘못이 더 큰가”라고 물었다. 과연 세월호 침몰 참사의 잠재적 살인마는 누구인가. 세월호와 똑같은 위험을 안고 있는 쌍둥이선 오하마나호가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재출항하는 그날, 우리 바다에선 또 한 번 ‘집단살인’ 공포가 되살아날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또 다른 원인 제공자 ‘해피아’

“해수부 출신 패거리…조폭만큼 패악”


“세월호는 ‘시한폭탄’이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해피아’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해양수산부(해수부) 출신 관료와 마피아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수십 년간 공직에서 일하다 해양 관련 회사나 기관에 취업한 사람에게 마피아라는 이탈리아계 조직폭력배의 이름을 붙인 이유는 뭘까. 결국 그들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구조와 수색 과정에서 마피아처럼 패거리로 몰려다니며 몹쓸 패악을 저질렀다는 얘기다.

현재 해수부 산하 및 유관기관 14곳 가운데 옛 국토해양부와 해수부 출신 관료가 기관장이나 임원으로 있는 곳은 11곳이다. 이 중 세월호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곳은 세월호의 구조변경을 승인하고 선박의 구조적 안전 진단을 해주는 한국선급과 선박 안전 점검을 하는 운항관리인이 소속돼 있고 연안여객선의 선령 연장을 주도한 한국해운조합, 선박 안전의 기술적 문제를 점검하고 지도하는 선박안전기술공단 등이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이미 이 3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마친 상태다.

허술한 안전 점검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는 한국선급의 전영기 회장과 한국해운조합의 주성호 이사장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4월 25일 사직했다. 해수부와 관련 업체의 유착 의혹, 비리 의혹이 제기되자 더는 자리에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한국선급은 역대 회장 11명 가운데 8명이 해수부 출신인 ‘낙하산’이며 한국해운조합은 국토해양부 2차관 출신인 주 전 이사장을 포함해 역대 이사장 12명 가운데 10명이 해수부 전직 관료 출신이다.

해운조합은 2100여 개 선사를 대표하는 해운단체로 해수부로부터 위탁받아 화물 적재 상태 점검, 구명장비·소화설비 점검, 여객선 운항관리규정 확인 등 선박 안전 운항 관리 감독을 해왔다. 이를 두고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는 비난과 함께 선박 안전과 관련한 관리 감독권을 맡을 별도 기관을 만들거나 해수부가 찾아야 한다는 논의가 국회 차원에서 두 번이나 제기됐지만 해수부 반대로 무산됐다.

한국선급의 경우 지난해 3월까지 회장으로 있던 오공균 전 회장이 2007년 11월 한국선급과 관련한 선박안전법 개정 등에 대해 정치권 도움이 필요하다며 국회 재경위원회와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7명에게 쪼개기 형태로 980만 원의 후원금을 기부했다 2011년 5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그 후 2013년 3월까지 회장직을 그대로 유지했으며 재임 당시 추진한 사업과 관련해 온갖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내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한국선급 전·현직 임직원 8명을 출국금지하고 선박 검사와 관련해 해운업체로부터 검은 거래가 있었는지를 파헤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한편 인천지방검찰청 특별수사팀은 4월 29일 압수수색 전 세월호 관련 주요 서류를 파기하고 빼돌린 혐의(증거 훼손)로 해운조합 인천지부장 이모 씨와 김모 팀장 등 2명을 구속했다.

한편 해수부는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의 해운빌딩(사진) 10층에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의 서울 집무실을 둬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 건물에는 국회의원들에게 외유성 해외 출장 경비를 지원해 구설에 오른 한국선주협회를 비롯해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 한국선급 서울사무소, 전국해양산업총연합회 등 해양 관련 이권단체들이 가득 입주해 있다. 해수부는 “다른 업체처럼 시세대로 임대료를 내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건물 관리비는 단 한 번도 내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또 한 번 비난을 받고 있다.




주간동아 936호 (p12~16)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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