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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칵테일 | 미모사

상큼한 발포주…브런치 전 식욕촉매제

영화 ‘인크레더블’에서 괴력 지닌 ‘슈퍼영웅’의 칵테일로 등장

  • 김원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wongon@plaza.snu.ac.kr

상큼한 발포주…브런치 전 식욕촉매제

상큼한 발포주…브런치 전 식욕촉매제
영화 ‘인크레더블(Incre dibles)’은 2004년 브래드 버드 감독이 연출에 각본까지 담당한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슈퍼영웅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제작하고 월트 디즈니사가 배급을 맡았다. 흥행 성공과 함께 호의적인 평가 속에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애니메이션 작품상과 음향 편집상을 수상했다. 각본상 후보에도 올랐지만 수상은 못 했다. 국내에서도 호평 속에 상영되긴 했지만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주인공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괴력을 가진 슈퍼영웅이고, 그의 부인 역시 신체를 늘려서 어떤 모습으로도 변신할 수 있는 엘라스티 걸이다. 사회악 제거에 큰 기여를 하던 어느 날, 그를 포함한 초능력자들은 정부에 막대한 재정 손실을 끼친 데 대한 벌로 일반인의 생활을 강요받는다.

그로부터 15년 후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된 인크레더블은 보험회사에서 평범한 월급쟁이로 일하고 있다. 큰딸 바이올렛은 전형적인 사춘기 소녀지만 투명인간이 되는 능력과 함께 어떤 공격도 방어할 수 있는 보호막을 자유자재로 만드는 초능력을 가졌다. 둘째 대시는 말썽만 부리는 개구쟁이 소년. 그 역시 엄청난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초능력을 지녔다. 갓난아기인 막내 잭만 특별한 초능력을 보이지 않는다.

단란한 가정 생활에도 인크레더블은 한때 슈퍼영웅이었다가 외압에 의해 평범한 생활인이 된 자신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그는 돌파구를 찾고자 친구 프로즌과 함께 옛 능력을 발휘해 위기에 처한 사람을 몰래 구하기도 한다. 프로즌은 순간적으로 모든 물체를 얼려버리는 초능력 소지자.

노란 미모사 꽃에서 연원한 이름



평범한 일상이 지속되던 어느 날 인크레더블은 자신의 선의를 계속 방해하는 사장을 폭행한 죄로 회사에서 해고된다. 그는 집에 가서 이 사실을 어떻게 말할까 풀이 죽어 있다. 바로 그때 비디오 하나가 소포로 배달된다. 그 안에는 미라지라는 정체불명의 여자가 보낸 메시지가 있었는데, “화산섬으로 가서 오작동하는 특수 전투로봇 작동을 중지시켜주면 거금을 주겠다”는 제안이었다. 그는 마침 생활비도 필요한 데다 슈퍼영웅으로서 다시 활약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즉시 이 제안을 수락한다.

우여곡절 끝에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인크레더블은 얼마 후 미라지로부터 또다시 일을 의뢰받는다. 다시 화산섬으로 가게 된 그는 그곳에서 진짜 배후인물을 만난다. 바로 과거 일로 인크레더블에 대한 복수를 절치부심 노려온 사악한 천재 신드롬이다.

인크레더블은 신드롬이 개발한 막강 신무기들 때문에 거의 죽음 일보 직전까지 몰린다. 그사이 엘라스티 걸은 아이들과 함께 인크레더블을 구하려고 비행기를 타고 화산섬으로 향하지만, 이를 눈치 챈 신드롬의 공격으로 일대 결전이 벌어진다. 결국 인크레더블 가족은 아이들의 초능력까지 총동원해 적의 공격을 물리치고 극적으로 재회한다. 그러나 그들 앞에는 신드롬의 더 큰 위협과 흉계가 기다리고 있다.

비록 애니메이션 영화지만, 이 영화에는 개성 강한 캐릭터만큼이나 사람들의 흥미를 돋우는 칵테일이 등장한다. 인크레더블이 미라지가 부탁한 두 번째 임무를 완수하려고 다시 화산섬으로 갈 때 탄 비행기 안에서다. 모든 것이 자동제어 장치로 조종되는 기내에서 컴퓨터가 그에게 “미모사(Mimosa)를 좀 더 마시겠습니까?”라고 물어본다. 곧 그가 조종석 왼쪽에 있는 특수 장치 입구에 샴페인 잔을 놓자, 순식간에 잔이 채워져 그의 손에 안긴다. 잔 속에는 매혹적인 노란색 술이 담겨져 있는데, 이것이 바로 미모사 칵테일이다.

미모사는 샴페인과 오렌지주스를 섞는 비교적 간단한 레시피의 칵테일이다. 재료 구성비는 샴페인과 오렌지주스를 3대 1로 혼합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취향에 따라 일대일로 섞기도 한다. 샴페인 자체가 주로 식전주로 사용되기 때문에 여기에 오렌지주스를 섞어 조금 캐주얼한 느낌으로 만든 미모사 칵테일은 브런치(brunch) 전 식욕 촉진 용도로 많이 마신다. 물론 파티용으로도 손색없다. 재료는 모두 차갑게 준비해야 하며 미모사를 담는 잔 역시 차가워야 한다. 별다른 장식은 하지 않는다. 영화에서도 인크레더블이 마시는 미모사 잔에 아무런 장식이 없는 것을 볼 수 있다. 굳이 장식하고 싶다면 오렌지 트위스트로 한다.

미모사 칵테일 재료로 샴페인 대신 다른 발포주를 사용해도 무방하다. 알코올 섭취를 원치 않는 사람에게는 발포주 대신 탄산수를 넣어 서빙하기도 한다.

이 칵테일에 미모사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오렌지주스와 같은 노란색 꽃을 가진 동명의 식물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미모사(Mimosa pudica)는 남미가 원산지인 쌍떡잎식물로, 꽃 색깔은 노란색이 아닌 담홍색이다. 이 식물은 잎을 건드리면 일종의 방어기전으로 작은 잎이 밑으로 처지고 오므라들어 시든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잠풀 또는 신경초라고도 부른다.

한잔하면 당신도 혹 슈퍼영웅?

상큼한 발포주…브런치 전 식욕촉매제
반면 노란색 꽃을 가진 미모사는 사실 아카시아의 일종이지만, 남부 프랑스를 중심으로 미모사라고 널리 불린다. 미모사 칵테일이 처음 만들어진 곳이 프랑스기 때문에 그곳에서 널리 사용되는 식물 이름인 미모사와 연관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미모사 꽃은 보슬보슬한 팝콘 모양이다. 이 때문에 미모사 꽃의 군집을 멀리서 보면 마치 샴페인 거품이 이는 것 같아 미모사 칵테일의 낭만을 더 느끼게 된다.

미모사 칵테일이 처음 탄생한 곳은 1925년 프랑스 파리 리츠 호텔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정설이다. 그러나 21년 영국에서 소개된 벅스 피즈(Buck’s Fizz)라는 칵테일이 같은 재료를 사용했기 때문에 그 진위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 주장에 따르면, 영국 벅스 클럽 창업자가 21년 어느 날 파리에 골프 여행을 갔을 때 샴페인에 복숭아주스 등을 섞은 칵테일을 맛보고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영국으로 돌아와 클럽 바텐더에게 그 칵테일을 만들어보라고 했고, 마침 복숭아주스가 없어 대신 샴페인에 오렌지주스를 섞어 만든 칵테일이 벅스 피즈의 유래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오늘날 미모사와 벅스 피즈는 같은 칵테일로 혼용된다.

미모사 칵테일에도 몇 가지 응용 작품이 있다. 특히 코냑과 오렌지 혼합 리큐어인 그랑 마니에르를 추가로 첨가하면 ‘그랑 미모사’라는 칵테일이 된다.

만약 모든 사람이 들떠 있는 연말연시 바쁜 일과 생활 때문에 우울한 겨울 날씨처럼 움츠려 드는 이가 있다면 미모사 칵테일을 권한다. 샴페인 같은 발포주에 오렌지주스만 적당히 섞으면 되니까 누구나 만들 수 있다. 혹시 누가 아는가. 미모사 한 잔에 당신도 어느 순간 인크레더블한 슈퍼영웅이 될지 말이다.



주간동아 918호 (p78~79)

김원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wongon@plaz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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