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83

2013.04.15

화폭에 펼쳐진 ‘지리산 이야기’

‘어머니의 땅 지리산 진경 순례’展

  • 송화선 주간동아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3-04-15 11:17: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화폭에 펼쳐진 ‘지리산 이야기’

    1. ‘산동면 상위마을의 봄’, 2010 2. ‘지리산 삼신봉에서’, 2009 3. ‘함양상림’, 2011

    화가 이호신(56) 씨는 지리산에 산다. 경남 산청군에 한옥 작업실을 지어놓고 새벽이고 밤이고 산에 오른다. 늘 지고 다니는 바랑에는 화첩과 붓 한 자루, 작은 벼루와 먹이 있다. 산길을 걷다 마음 움직이는 풍경을 만나면 먹 갈고, 붓 들어 화첩에 담기 위해서다. 그는 이 작업을 다음 날은 다른 바위에서, 또 다음 날은 또 다른 골짜기에서 반복한다고 했다. 처음 발길을 잡은 풍경이 머리에 닿고 마음까지 가득 채우면 비로소 작업실 화선지 앞에 앉는다. 이씨가 생각하는 진경산수는 “보고 그리는 게 아니라 알고 그리는 것”. 이때가 돼야 진정한 ‘진경산수화’를 완성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어머니의 땅 지리산 진경 순례’전(展)은 이씨가 이렇게 그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지하 1층부터 4층까지 아래로 아래로 이어지는 전시장에는 가로세로 2m가 넘는 지리산 대형 풍경화가 가득 걸려 있다. 산수유 꽃 흐드러지게 핀 봄날 전남 구례군 상위마을에서부터 신령스러운 기운이 하늘까지 뻗치는 듯한 한겨울 삼신봉까지, 계절도 장소도 다른 지리산의 얼굴은 하나같이 탐스럽다. 화폭을 가득 채운 이씨의 발품과 땀내가 느껴진다. 그는 “풍경과 충분한 대화를 나누려고 사진을 찍지 않고 붓으로 스케치한다”고 했다.

    수없이 바라보고 스케치하며 눈에 익힌 풍경을 자신의 관점으로 재구성하다 보니 그의 작품에는 한 각도에서 같이 보일 리 없는 여러 모습이 동시에 드러나기도 한다. 2011년 작 ‘함양상림’을 보면 울창한 숲 군데군데 자리한 부락이 한눈에 들여다보인다. 2009년 작 ‘지리산 삼신봉에서’에는 아예 삼신봉에 올라 지리산을 조망하는 화가 본인의 모습이 담겼다. 이씨는 “진경과 실경은 다르다”며 “이번 전시는 ‘진경 순례’의 기록”이라고 했다. 전시장에는 이씨가 밑그림으로 삼은 기록 화첩을 함께 전시해 작품 제작 과정을 짐작할 수 있다.

    웅장한 지리산 풍경과 더불어 전시된 경남 산청 단속사지 정당매(政堂梅)와 전북 남원 삼산마을 고송 등 지리산 인근 마을의 수려한 수목을 담은 작품도 눈길을 끈다. 4월 28일까지, 문의 02-733-1981.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