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3

2013.01.28

이왕이면 젊게 보이면 좋겠죠

외모의 중요성

  • 노양희 커리어케어 전무

    입력2013-01-28 09:5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지난해 말, 모 은행 센터장에게 급히 만나자는 전화를 받았다. 신입 행원 시절부터 함께 일한 동료 A씨가 곧 퇴직하는데, 적합한 이직 자리를 추천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A씨를 소개해주고 싶다고 했다. 센터장은 또한 A씨가 은행 지원으로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주요 부서 및 해외 지사 책임자 경력도 지닌 역량 있는 인물이니 반드시 일을 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화를 준 센터장이 연륜과 활기가 잘 조화를 이룬 50대 초반이라 A씨도 비슷한 연배겠거니 예상하고 약속 장소에 나갔다. 그런데 직접 만난 A씨는 센터장보다 최소 다섯 살은 더 많아 보였다. 얼굴에 주름이 많기도 했지만 적은 머리숱을 정돈하지 않은 헤어스타일과 노인 느낌을 주는 안경 때문에 훨씬 나이 들어 보였다. 자기 체격보다 훨씬 큰 사이즈의 낡은 양복에 정장 구두가 아닌 기능성 구두를 신은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첫눈에 들어오는 구부정한 자세와 힘이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가 그를 제 나이보다 훨씬 들어 보이게 만들었다.

    외모 지상주의를 주장하려는 게 아니다. 오랫동안 금융계에서 경력을 쌓은 경제학 박사라는 소개에 많은 기대를 하고 나간 필자에게 A씨 첫인상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그날 A씨에게서 받은 전체적인 인상은 활력 없고, 열정이나 도전 정신은 절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은 이미지였다.

    경우에 따라서는 첫눈에 호감을 주지 못하는 외모를 가졌어도 대화를 계속하다 보면 나이 들어 보이던 외모가 연륜과 성숙함의 따뜻한 조화로 바뀌고, 볼수록 지적인 외모로 느껴지는 ‘반전’을 종종 경험한다. 문제는 A씨가 새로운 자리를 찾고 있으며, 그 자리는 전문성만이 아닌 리더십과 변화 대처 능력, 소통 능력과 사회성 등을 종합적으로 요구한다는 점이다. 혁신을 주도하지는 못하더라도 변화 흐름에 잘 대처하며, 젊은 세대와 유연하게 소통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에너지가 부족하고, 혁신적인 면모가 없으며, 시대에 뒤처진 사람을 데려가고 싶어 할 조직은 그 어디에도 없다.

    어떤 옷을 입고 어떻게 보이느냐가 한 사람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아니다. 몸에 맞지 않는 낡은 옷을 입었더라도 삶의 풍부한 경험과 깊이 있는 사고력을 가졌다면 반짝이는 매력을 드러낼 수 있다. 나이가 들어도 열정과 지적 호기심, 열린 마음을 가졌다면 젊은 정신을 보여줄 수 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좋고 싫고를 판단할 때 겉으로 드러나고 느껴지는 감각적인 모습에서 영향을 받는다. 특히 A씨처럼 새로운 자리를 찾아야 하는 경우에는 자신을 총체적으로 어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최소한 외적 이미지가 자랑스러운 경력에 마이너스가 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이는 조금만 노력하면 가능한 부분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사실은 어떤 회사든 최고경영자(CEO)나 임원들이 바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 가장 나이 들어 보일 것 같지만, 대부분 실제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는 점이다. 그들이 겪는 일정한 긴장과 몰입, 그리고 끊임없이 새로운 상황에 도전하고 대처해야 하는 적응 능력과 훈련, 자존감 등이 젊은이보다 더 젊은 정신을 만들어내기 때문은 아닐까.

    나이가 많다는 것 자체는 가치중립적이다. 하지만 ‘늙어 보인다’는 것은 확실히 부정적 뉘앙스가 강하다. 외모 관리가 신입사원 면접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재취업을 시도하는 장년층도 자신의 경력이 빛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거울을 보거나 주변 사람에게 물어 평소 허리를 곧게 펴고 걷는지, 몸에 잘 맞는 새 양복이 필요하지는 않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또한 자신의 취약점은 무엇이고 젊고 활기차게 보일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찾아봐야 한다. 이렇게 젊게 보이려 노력하다 보면 생각이 훨씬 젊어지고 주변 관계에 있어서도 더 활기차고 개방적으로 변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