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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으로 들어온 한 권

레고형 사회’ 땜질식 대응 일본은 없다

인터넷 시대와 일본의 침몰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레고형 사회’ 땜질식 대응 일본은 없다

레고형 사회’ 땜질식 대응 일본은 없다

위정현 지음/ 한경사/ 266쪽/ 1만8000원

“인터넷은 시공을 넘어 말 그대로 ‘완전한 글로벌 세계’를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일본인들은 이 파워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인이 걸어온 근대화 발전 과정에서 축적된 제조업 중심 정신으로는 현재 세상에 큰 충격을 가하고 있는 글로벌화 과정에서 오히려 커다란 약점이 되고 있다.”

일본의 1990년대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한다. 인터넷 기업과 인터넷 게임에 남다른 혜안을 지닌 저자는 이 시기를 ‘자신감 상실의 10년’이라고 표현한다. 정보기술(IT)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때 일본은 이 흐름에 적극적으로 몸을 맡기지 못했고, 결국 자신만만한 “일본형 비즈니스는 목표를 잃고 표류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한다.

잘 알다시피 일본은 동일한 가치관을 바탕으로 일사불란한 조직력을 동원해 세계경제를 지배해왔다. 사람과 사람 간 조정을 중시하는 일본은 서로 협력하면서 구조가 복잡한 물건을 정확히 생산해내는 ‘통합형 산업의 최강자’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정서적 안정감이 인터넷 세상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인터넷은 사용자가 지구 어디에 살든 종교나 이데올로기의 울타리를 넘어 자유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그곳에서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저절로 모여든다. 자신의 사고방식과 맞는 사람을 발견하면 즉시 결합해 증식해나간다. 이러한 구조를 ‘레고형 사회’라고 한다. 가까이에서 일본을 지켜본 저자는 현재 일본의 교육과 사회 시스템으로는 ‘레고형 사회’를 따라갈 수 없다고 지적한다. 아직도 일본에는 대면관계와 오프라인에서의 인간관계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사회 시스템이 굳건히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과장하면, 일본은 지금 자신의 산업을 과시하는 것이 아닌, 외부에서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새로운 IT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에 대응하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일본 교육은 여전히 안일하다. 교실에서는 기능인으로서의 인간, 동질적인 사회에 통용되는 적합한 인간을 길러내고 있다. 즉 디지털 세상에 어울리는, 조직 전체를 통합하고 이끌어가는 프로듀서적 리더를 키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일본인에게 ‘적당주의’가 통용되는 글로벌 인터넷 기업은 상도를 벗어난 비즈니스 모델이다. 가려운 곳을 긁어주듯 세심하게 배려하는 훌륭한 일본의 기업가정신은 인터넷 기업에 어울리지 않는다. 인터넷 사업은 사용자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도중에 제품 전략을 수정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 때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둬야 하는 것이 노하우다. 즉 인터넷 사업을 하려면 사용자가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운동장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의 사회 시스템 전체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정교하게 통합되고 안정화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일어났을 때 전체를 개혁하려고 하지 않는다. 시스템의 부분에 대한 ‘땜질식 수리’만을 하고, 시스템 전체에 대한 설계 변경은 하지 않고 방치해온 것이다.”

인터넷 비즈니스는 새로운 정글이다. 얼굴도 문화도 배경도 알지 못하는 이질적 인간들이 맞붙어 싸움을 벌인다. 일본처럼 완결형 교육을 받고 사람과 사람으로 둘러싸인 꽉 막힌 시스템을 지닌 사회는 글로벌 사막에서 생존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알고 보면 우리 교육도 문제 해결보다 기능을 중심으로 한다. 그래서 일본에 대한 저자의 지적이 더욱 따갑게 느껴진다.



주간동아 847호 (p74~74)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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