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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서 꺼내 뚝딱 조립 원샷 원킬 무인기 ‘드론’

정찰은 기본, 공격과 폭격도 가능

  • 이정훈 전문기자 hoon@donga.com

배낭서 꺼내 뚝딱 조립 원샷 원킬 무인기 ‘드론’

지난해 반군에 밀려 지방으로 숨었던 리비아 독재자 카다피 일행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 공군기의 맹렬한 폭격 세례를 받았다. 당시 카다피는 요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이 공격으로 은신처가 발각돼 결국 반군의 소탕전에 걸려 처형됐다. 최근 알카에다 2인자로 알려진 아부 야히아 알리비 역시 은신 중이던 파키스탄에서 미군의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린 존재가 ‘드론(Drone)’이다. 드론은 ‘수벌’ ‘(벌이나 비행기가) 윙윙거리다’라는 뜻을 지녔다. 흔히 드론을 ‘무인폭격기’ ‘무인공격기’로 번역하는데, 이는 옳지 않다. 무인폭격기와 무인공격기의 통칭이 ‘무인기’인데, 무인기는 영어로 UAV(Unmaned Aerial Vehicle)다. 드론은 UAV의 별명이다. F-16 전투기가 ‘파이팅 팰컨’, F-15K가 ‘슬램 이글’이란 별명을 가졌듯, UAV에겐 ‘드론’이란 애칭이 붙은 것이다. UAV 중엔 글로벌호크와 프레데터, 리퍼 등이 있으니 드론은 특정 UAV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드론이 주목받는 까닭은 현대전이 대(對)테러전 양상을 띠기 때문이다. 1991년 유럽 냉전이 종식되자 미국은 당분간 제2차 세계대전 같은 대규모 전쟁은 일어나지 않고 베트남전쟁보다 규모가 작은 전쟁이나 테러가 자국과 세계를 위협할 것이라고 봤다. 이러한 대테러전을 위한 무기 개발과 부대 재편에 착수한 미국은 드론과 ‘스트라이커’라는 신속기동군을 만들었다. 2001년 9·11테러를 계기로 미국이 대테러전을 감행하면서 둘은 명성을 날리기 시작했다.

사실 드론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명검(名劍)이 아니다. 상상력에서 시작했고, 오랜 시행착오를 겪었다. 시행착오의 무대는 연구실이 아니라 전선이었다. 무인기는 요즘도 동호인들이 취미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원격조종 항공기(RPV)에서 비롯됐다. 제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5년 미국 몇몇 항공회사가 RPV를 군사용으로 사용할 것을 검토했다.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이런 노력은 더욱 커졌다. 1959년 미국은 전투훈련에 나선 미군기 앞에서 현란하게 기동하는 원격조종기를 UAV로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원격조종 항공기는 무선 조종이 가능한 좁은 공역(空域)을 날아다니지만, 무인기는 다양한 항법장치를 갖춰 먼 거리까지 날아간다. 조종사만 타지 않았을 뿐, 일반 항공기와 큰 차이가 없어 미군기의 표적 구실을 할 수 있었다.



족집게 공격으로 혁혁한 전과

1960년 당시 소련 영공을 비행하던 고공정찰기 U-2가 소련군의 대공미사일에 격추되고 비상탈출한 조종사가 체포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은 조종사 없이 비행하는 무인기가 절실했고, ‘레드 왜건(Red Wagon)’이라는 코드명을 붙인 비밀사업에 전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1964년 베트남전쟁이 발발하자 비밀리에 그 산물을 투입했다.

이 무인기는 비행 중인 대형 수송기 C-130에서 떨어뜨려 비행시켰는데, 그때 붙인 무인기 별명이 ‘드론’이다. 드론은 공산베트남 영공을 관통해 중국 상공까지 날아가 작전했다. 그러다 그중 한 대가 떨어지자, 중국은 사진을 찍어 전 세계로 배포하며 “미국 무인기가 중국을 침범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노 코멘트”로 일관했다. 베트남전쟁에서 미국이 무인기를 사용했다는 사실은 전쟁이 끝난 뒤 열린 의회 청문회에서 밝혀졌다. 증인으로 나온 미군 지휘관들은 “베트남전에서 무인기를 3435회 출격시켰는데, 554대가 귀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6회 출격당 한 대가 추락한 것인데, 이는 손실률이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적진에 조종사를 떨어뜨리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해 드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1973년 발발한 4차 중동전을 계기로 이스라엘도 큰 충격을 받고 무인기 개발에 뛰어들었고, 다양한 무인기를 개발했다. 선진국들도 앞다퉈 무인기를 개발했다.

그리하여 소대, 중대, 대대, 연대, 사단급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육군용 UAV가 개발됐다. 소대용 UAV는 소대 작전지역만 정찰하면 되므로 배낭에 넣어 가지고 다니다 전투 시 조립해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작다. 비행은 종이비행기처럼 하늘로 던져서 한다. 임무를 마치면 아군 쪽으로 돌아와 종이비행기처럼 떨어지므로, 주워서 정비한 뒤 다시 사용하면 된다. 육군 UAV는 주로 적진을 살피는 정찰용이다.

배낭서 꺼내 뚝딱 조립 원샷 원킬 무인기 ‘드론’

글로벌호크(왼쪽)와 리퍼.

공군은 UAV를 전략용으로 개발했다. 고고도 무인기 글로벌호크는 대공미사일이 올라올 수 없는 높은 고도로 비행한다. 비행거리도 매우 길어 미국에서 이륙해 중동에서 작전한 뒤 되돌아올 수 있다. 적 상공에 장시간 떠 있을 수 있으니, 원하는 시각에 원하는 곳을 마음대로 촬영할 수 있다. 따라서 글로벌호크는 정찰위성과 유인 고공정찰기 U-2를 대체하게 됐다.

중고도 무인기인 프레데터는 정찰과 함께 공격 임무를 수행한다. 공군기에는 전투기 외에도 적 전차와 장갑차 등을 잡는 공격기가 있는데, 프레데터는 공격기 기능을 수행한다. 헬파이어 미사일을 달고 적 상공을 비행하다 수상한 이동체가 있으면 바로 발사해 격파한다. 헬파이어의 명중률은 100%에 육박해 프레데터는 드론의 대명사가 됐다. 프레데터는 ‘무인공격기’라고 부른다.

은밀 침투 공작용 무기로도 활용

프레데터를 개량한 리퍼는 더 큰 구실을 했다. 리퍼에 탑재한 SAR는 전파를 쏜 후 반사된 전파를 잡는데, 그냥 잡는 게 아니라 흑백 동영상으로 구현하는 레이더다. 전파는 두꺼운 구름과 어둠도 뚫을 수 있으니 지상에 있는 조작관은 흑백TV를 보듯 전천후로 적진을 살필 수 있다. 리퍼는 JDAM이라는 정밀 유도폭탄도 투하한다. 그래서 ‘무인폭격기’라고 부른다.

리퍼까지의 무인기에는 터보 계열 엔진을 장착한다. 즉 프로펠러 엔진이다. 육군의 전술용 무인기에는 프로펠러보다 더 구식이고 값이 싼 피스톤 엔진을 장착한다. 제트 엔진을 쓰지 않는 이유는 UAV는 빨리 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현대의 UAV는 하나같이 스텔스 기술을 채택한다. 사람이 타지 않기에 같은 성능을 가진 유인기보다 훨씬 작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레이더에 잘 걸리지 않아 은밀한 침투가 가능하다.

전투기 중 가장 우수한 것은 날아가는 적기(敵機)를 잡는 제공기 구실을 한다. 제공기가 적기를 잡아줄 때 전폭기와 폭격기가 침투해 지상에 있는 적 전략시설을 폭격한다. 리퍼는 덩치가 작아 폭격기보다 전폭기에 가깝다. 리퍼를 개발한 미국은 무인제공기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를 ‘무인전투기’라 하고 영어로는 UCAV로 적는다. UCAV은 공중전에 사용되므로 리퍼와는 다른 수준의 기술을 적용한다.

드론은 자동차와 같아서 사용자에 따라 활용처가 다르다. 드론은 군에서도 쓰지만 미국 중앙정보국(CIA) 같은 정보기관에서도 사용한다. CIA는 리퍼나 프레데터 같은 드론을 스나이퍼와 닌자(忍者)처럼 소리 없이 표적을 제거하는 공작용 무기로 쓴다. 이러한 공격은 흔히 미군이 한 것으로 이해되므로 CIA는 자신의 흔적을 숨길 수 있다.

우리나라는 육군용 UAV 개발을 끝낸 상태다. 글로벌호크는 미국에서 구입해도 프레데터급은 자체 개발하고자 한다. 주요 국가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자 미국은 중고고도 UAV를 수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성능은 물론이고 시장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원샷 원킬. 낱발 사격으로 표적을 제거하는 시대, 드론이 각광받는 이유다.



주간동아 843호 (p36~37)

이정훈 전문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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