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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샛별 정진혁 “한국新 도전”

서울국제마라톤서 12년 묵은 이봉주 기록 깨기 당찬 출사표

  • 이종세 경희대 객원교수

마라톤 샛별 정진혁 “한국新 도전”

마라톤 샛별 정진혁 “한국新 도전”

2011년 3월 20일 서울 일원에서 열린 2011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2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정진혁은 풀코스 도전 세 번 만에 개인 최고기록(2시간09분28초)으로 은메달을 따내며 단숨에 한국 마라톤 간판 주자로 떠올랐다.

“예감이 좋습니다. 두 달 넘게 제주도에서 작년보다 훨씬 힘든 훈련을 받았지만 무난히 소화해냈거든요. 저의 개인 최고기록은 물론이고 12년 묵은 우리나라 최고기록까지 깨고 싶습니다.”

황영조, 이봉주의 대를 이을 한국 마라톤의 희망 정진혁(22·171cm·58kg·건국대 4년)이 3월 18일 참가할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3회 동아마라톤대회를 앞두고 낸 출사표다. 지난해 12월 20일부터 두 달 넘게 제주도에서 강도 높은 동계훈련을 마친 그는 자신감이 넘쳤으며, 2월 25일부터는 경기 이천시 건국대 캠퍼스 합숙센터에서 실전에 대비한 마지막 컨디션 조절을 하고 있다.

“진혁이는 2월 5일 일본의 한 하프마라톤 대회에서 자신의 최고기록을 1분 앞당긴 뒤 2월 11일 45km 거리훈련(제주)에서 마지막 5km구간을 작년보다 3분 빠른 15분대에 뛰었습니다. 이어 2월 29일 운동장 75바퀴를 도는 3만m 달리기에서도 마지막 5000m를 역시 15분대에 뛰었죠. 장거리에서는 마지막 5km가 가장 힘든 구간이라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마지막 5km 구간 15분대 기록

‘마라톤 사관학교’ 건국대 마라톤팀 황규훈 감독의 말이다. 황 감독은 “뭔가 기록 경신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작년 빗속에서 열린 서울국제마라톤에서도 2시간09분28초로 자신의 기록을 1분31초 앞당겼는데 진혁이의 현재 몸 상태라면 날씨 등의 이변이 없는 한 자신의 기록을 2분 이상 단축해 한국기록(2시간07분20초) 경신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의 세 번째 풀코스 도전이던 지난해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준우승해 한국 마라톤의 간판스타로 떠오른 정진혁. 그에겐 지난해 이 대회에서 2시간05분30초의 최고기록을 보유한 모로코의 백전노장 압데라힘 굼리(36)와 35km 지점까지 대등한 레이스를 펼치다 17초 차이로 우승을 내준 뼈아픈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굼리를 비롯해 2시간04분27초의 쾀바이(케냐), 2시간05분39초의 킵타누이(케냐) 등 세계적인 선수와 격돌하지만 반드시 이기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그는 2010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15분01초로 10위, 그해 중앙서울마라톤에서 2시간10분59초로 8위, 지난해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09분28초(역대 대학 최고기록)로 2위에 오르는 등 계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물론 지난해 9월 폭염 속에서 치른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좌절감을 맛보기도 했다. 2시간17분04초의 기록으로 23위. 5명의 한국 선수 가운데 1위를 했지만 자존심이 크게 상했다. 대회 2연패를 한 케냐의 아벨 키루이가 2시간07분38초로 결승선을 끊었는데, 이보다 10분 가까이 뒤졌기 때문이다.

그는 한동안 상실감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게다가 양쪽 발바닥에 족저근막염까지 생겨 훈련도 하지 못했다. 당연히 10월에 열린 전국체전은 포기했다. 하지만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천국에서 만난 다섯사람’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 화제의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았고, 마라톤을 주제로 한 영화 ‘페이스메이커’를 보면서 마라톤의 의미를 되새겼다.

지난해 11월 들어 건국대 캠퍼스 합숙센터에서 몸 만들기에 들어간 그는 12월 20일부터 제주시에서 황규훈, 유영훈 코칭스태프의 본격적인 조련을 받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다져온 스피드와 지구력이 되살아나기 시작했고, 제주 전지훈련 40여 일 만인 2월 5일 일본에서 열린 제66회 마루가메 하프마라톤대회에 출전해 1시간03분14초를 찍었다. 이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수립한 자신의 최고기록(1시간04분14초)을 정확히 1분 단축한 것이었다. 하프코스에서의 1분은 풀코스에서 2분을 의미한다. 자신의 풀코스 최고기록 2시간09분28초를 2분 정도 줄일 경우 이봉주의 한국기록(2시간07분20초)에 근접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여기서 자신감을 얻은 그는 2월 11일 제주에서의 45km 거리훈련에서 마지막 5km 구간을 15분57초에 주파했다. 이는 지난해 이맘때 같은 코스에서 지영준 등과 훈련했을 때보다 3분 가까이 기록을 앞당긴 것이다.

황 감독은 “45km 거리훈련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 마지막 5km인데 이 구간을 15분대에 뛴 것은 진혁이의 몸 상태가 기대 이상으로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42.195km의 풀코스는 처음부터 매 5km를 15분00초로 달려야 비로소 2시간06분대의 기록을 수립할 수 있다. 이 점을 감안할 때 정진혁이 마지막 5km 구간을 15분대에 달린 것은 자신의 최고기록 경신은 물론 이봉주의 한국기록 경신도 바라볼 만하다는 의미다.

페이스메이커 원활한 운용도 중요

마라톤 샛별 정진혁 “한국新 도전”
실제로 그는 이번 동계훈련 연습기록을 종합 분석한 결과 풀코스를 2시간07분대에 뛸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인 기량 향상을 보였다. 자신의 최고기록을 2분 정도는 단축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당일 날씨가 좋아야 하고, 그때까지 부상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또 페이스메이커의 원활한 운용도 중요하다.

첫째, 날씨가 지난해처럼 3.3℃ 안팎으로 낮은 데다 비까지 내릴 경우 도로가 미끄러울뿐더러 저체온증까지 유발할 수 있어 자신의 기록 경신조차 어려울 소지가 있다. 맑은 하늘에, 출발할 때 기온이 7, 8℃는 돼야 하며 바람도 초속 2m 이내여야 한다.

둘째, 부상 예방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무리 훈련을 잘했어도 부상을 입거나 감기, 몸살이 올 경우 기록 경신은 물 건너가고 말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국제마라톤 대회 하루 전에 국내 현역선수 가운데 최고기록(2시간08분30초)을 보유하고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도 우승한 지영준이 부상 악화 등으로 레이스를 포기한 것이 좋은 사례다.

셋째, 페이스메이커를 원활히 운용해야 한다. 첫 5km구간을 15분10초 정도로 달리면서 몸을 푼 뒤 나머지 구간은 결승점까지 매 5km를 15분00초 안팎으로 달려야 이봉주가 세운 2시간07분20초의 한국기록을 경신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페이스메이커는 15분00초의 5km 구간기록을 35km 지점까지 지켜주어야 하며, 정진혁도 페이스메이커의 리드를 잘 따라 뛰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 35km 지점 이후 결승선까지 남은 힘을 모두 쏟아부으며 질주한다면 대회기록(2시간06분49초) 경신이라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주간동아 828호 (p48~49)

이종세 경희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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