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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파산 위기 인천시

부채 눈덩이 인천시 ‘짠물 예산’

올 신규 사업 일체 중단 선언… 알짜 부동산 매각 추진 빚 청산에 ‘올인’

  • 박희제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min07@donga.com

부채 눈덩이 인천시 ‘짠물 예산’

부채 눈덩이 인천시 ‘짠물 예산’

송도국제도시 내 국제업무단지.

인천시가 5년 전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 유치에 성공했을 때 이 대회 개최로 한 차원 높은 발전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요즘엔 대회 준비를 위한 모든 사업이 인천시 재정을 악화시키는 ‘원흉’으로 지목된다. 아시아경기대회에 맞춰 조기 개통하기로 한 인천지하철 2호선과 아시아경기대회 경기장 건설 사업이 재정 압박의 족쇄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대회를 반납하라고 요구했다. 또 아시아경기대회 주경기장을 지나도록 설계한 지하철 2호선 개통 시기를 2014년에서 당초 예정된 2018년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소리가 인천시 내부에서 나온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가운데 부채비율 1위로 올라선 인천시는 부채가 눈덩이처럼 계속 불어날 것을 우려해 신규 사업을 일체 중단하고 긴축재정을 선언했다. 올해 신규 도로 건설은 아예 없으며 청사, 복지관, 어린이회관 같은 공공 건축물 신축 공사 역시 한 건도 진행하지 않는다. 주차장이나 공원 신규 조성사업은 2014년까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다. 자칫 공무원 봉급도 줄 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에 8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때 이례적으로 이미 편성된 일반회계 예산을 대폭 삭감할 태세다.

지난해 부채 총액 2조7400억 원

공무원 사이에서는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한 경기 성남시와 같은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한 상태다. 2009년까지만 해도 행정안전부로부터 재정 운영이 건전하다는 평가를 받은 인천시가 어째서 2~3년 만에 ‘재정위기 지방자치단체’ 지정 1순위 후보로 거론되는 것일까.



정부는 재정위기를 해결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지자체를 ‘재정 위기 지자체’로 선정해 예산 편성 자율권을 박탈한다.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40%를 넘거나 지방세 누적 징수액이 감소한 지자체가 그 대상이다. 지방공사 부채가 순자산의 6배를 넘어도 이에 포함된다.

인천시 부채총액은 2011년 말 현재 2조7400억 원이다. 부채비율은 2008년 26.7%, 2009년 29.8%, 2010년 37.1%, 2011년 37.8%로 급증했다. 2009년만 해도 전국 7대 도시 가운데 인천시의 부채비율은 중위권이었다. 당시 서울 8.1%, 대전 18.4%, 울산 23.5%, 인천 25.7%, 광주 27.5%, 부산 31.4%, 대구 38.4% 순이었다. 이제 채무비율이 40%에 육박하자 인천시는 부채비율을 낮추려고 우량자산부터 매각하기로 했으며, 세출예산을 줄이려고 허리띠를 졸라맸다.

매년 2000억 원 안팎이던 인천시 지방채 발행 규모가 2009년 8386억 원으로 늘어나 시 재정이 급격히 악화됐다. 지방채 중 5000억 원 이상을 지역경기 활성화 부문에 투입하긴 했지만 전시성 행사 등에도 마구 사용했다. 사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경기가 침체하자 이를 극복하려는 중앙정부가 지방채 조기 발행을 독려한 탓에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인천시의 추락 속도는 다른 지자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 부동산경기 위축이 일시적 현상으로 끝나고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아파트 청약 불패 신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안이한 경기전망을 내놨기 때문이다. 그 당시 인천시 재정담당 실무자는 “지방채는 3~6%대의 장기 저리고, 인천시 발전을 위한 선(先)투자 효과를 낼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런 기류 탓에 긴축예산 모드로 전환하지 않았고, 부채비율 1위 도시의 오명을 얻은 것이다.

방만한 도시개발로 예산 낭비

부채 눈덩이 인천시 ‘짠물 예산’

2014년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대회는 인천시 재정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도시개발을 방만하게 추진하면서 수도관 누수사고가 터지듯 여기저기서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응급 땜질로는 치유할 수 없는 실상이 일시에 드러났다. 최근 감사원 감사를 통해 인천시가 이런 사실을 은폐하려고 분식회계를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단식부기를 하는 인천시 회계장부에는 세입, 세출이 정상적으로 기록됐지만 실질적으로 시 세입에 큰 구멍이 났다. 매년 12% 이상을 유지하던 세입 증가세가 2009년부터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세수 감소로 이어졌다. 시는 돈이 계속 들어올 것으로 예상해 새해 예산을 편성했지만 지방세 유입이 제대로 되지 않자 일반회계가 아닌 다른 회계자금으로 ‘돌려 막기’를 해왔던 것이다. 결국 분식결산이 이뤄졌고 2009년부터 이월한 부족 재원의 누계액이 총 8400억 원에 이른다.

부동산경기 위축으로 아파트 분양이나 입주가 예전처럼 이뤄지지 않아 지방세의 40%를 차지하는 취득세도 당분간 제대로 거둬들일 수 없다. 올 1, 2월 인천시 세수 감소 총액은 400억 원이나 된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새로 당선된 송영길 시장은 “8년간 시정을 이끌어온 안상수 전임 시장의 개발 지상주의로 재정파탄 위기를 맞았다”고 진단한다. 이에 안 전 시장은 최근 출간한 ‘안상수의 혼이 담긴 인천이야기’에서 이런 시각을 정면 비판했지만 2009년부터 인천 부채비율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틀림없다. 이 책에서는 “인천시 부채 문제는 송 시장의 선거 전략으로 ‘거짓된 위기감의 전파’였다”며 “결국 ‘인천 부채론’이 부메랑이 돼 해외 투자자와 대기업이 인천에서 발길을 돌려 세수가 더욱 줄어들게 됐다”고 반박한다. 전·현직 시장이 부채의 심각성을 인정하지만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꼴이다.

부채비율이 이처럼 급상승한 이유는 세수 감소 외에도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방만한 지출로 예산을 낭비한 것도 문제였다. 이탈리아 밀라노와 공동 추진한 영종도의 ‘밀라노디자인시티(MDC) 사업’은 자본금 60억 원을 모두 날리고 채무 100여억 원만 남았다.

2009년 여름에 열린 인천 세계도시축전의 명물로 삼으려고 건설한 월미도 일대 ‘월미은하레일’은 안전사고가 잇따르면서 개통조차 하지 못한 채 고철 덩어리로 방치된 상태다. 예산 853억 원을 들여 경인전철 인천역과 월미도 해안 사이의 6.1km에 7~18m 높이로 고가 레일을 깔았는데, 이를 개통하지 못하면 철거비로 250억 원을 또 투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일부 시설을 교체한 뒤 개통할 수 있을지 점검하는 차원에서 현재 시험운행을 시작한 상태다.

재정 정상화에 ‘올인’하는 정태옥 인천시 기획관리실장은 “부동산세에 의존하던 지방세수가 크게 줄어들 것을 전제로 예산기조를 짜지 않고 대형 토목, 건축 사업에 예산을 너무 많이 투입해 부채액이 늘었다”며 “세입보다 세출이 많아져 올해 재원 부족액이 7000억~1조 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천시는 재정위기 지자체 심의 기준인 부채비율 40%를 넘어서지 않으려면 묘수를 짜내야 한다. 극단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세출 패턴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자산을 긴급 매각해 빚을 한 푼이라도 갚아야 한다.

다행히 인천시는 우량자산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경기만 좋다면 당장 매수자가 나설 노른자위 땅이 많다. 경제자유구역인 송도국제도시 6·8공구의 아파트 용지, 신세계백화점이 임대해 사용하는 인천종합터미널의 대형 부속건물 터, 한진중공업이 개발할 북항 배후지용 체비지는 알짜배기 부동산으로 꼽힌다. 인천시는 이들 자산을 매물로 내놓았고, 매매협상을 잘해서 팔면 1조3000억 원가량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내다본다.

인천시는 이들 자산 매각대금으로 빚을 갚아나가면서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예산을 계속 투입할 수밖에 없는 2014년까지만 잘 버티면 재정위기 국면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지하철 2호선 공사가 끝나면 2015년부터 흑자재정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얘기인데, 이런 희망을 실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828호 (p26~27)

박희제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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