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커버스토리 | 한명숙 대표 측근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02

“안 주면 안 되는 상황 난 갈취만 당한 꼴”

A씨 “공정경선 보장받으려고 돈 건네”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안 주면 안 되는 상황 난 갈취만 당한 꼴”

“안 주면 안 되는 상황 난 갈취만 당한 꼴”
A씨는 한사코 정식 인터뷰를 거절했다. “이미 대부분의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만큼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몇 차례 설득한 뒤에야 겨우 입을 열었다. A씨는 “잘못된 정치를 바로잡으려 정치에 뛰어들었는데, 갈취만 당한 꼴이 됐다”면서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려면 내가 먼저 고해성사를 해야겠지”라며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그가 출마를 준비했던 지역은 경선지역으로 분류됐지만 그는 경선 후보에 끼지도 못했다.

▼ 2억 원을 한명숙 대표 측근에게 준 것인데.

“계속 ‘급하다’며 달라고 하는데 (정치신인이라는) 약자 처지에서 안 줄 도리가 없었다.”

▼ ‘급하다’는 것은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데 필요하다는 뜻인가.

“(한 대표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었는데 ‘자기(한 대표) 식구들 끼니도 제대로 못 먹는다, 재판 끝나면 무죄가 확실시된다, 그리고 무죄가 나오면 당 대표를 준비할 건데 여론조사를 해보니 거의 압도적이다, 당 대표가 되면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렇게 얘기하면서 돈을 요구했다.”



▼ 한 대표의 핵심 측근들을 신뢰해 자금 지원 요구에 응한 건가.

“지원 요구라기보다 안 주면 안 되는 그런 상황이었다. (그들은) 강자 처지에 있는 사람이고, 나는 약자였다. 나는 공정경선이라도 보장받으려고 (그들이) 달라는 요구에 불응할 수 없었다.”

▼ 불이익을 피하려고 돈을 줬다?

“그렇다.”

▼ 처음 한 대표를 만났을 때 어떤 얘기를 하던가.

“익산에서 만나 사진도 찍고, 다음 날 아침 측근들과 해장국도 같이 먹었다. ‘S를 통해 도와달라’고 했다.”

▼ 해장국을 먹으면서 총선 출마 뜻을 밝히고 도와달라 요청하지는 않았나.

“내가 출마를 준비하는 건 (한 대표도) 알고 있었다.”

▼ 한 대표를 만난 이후 돈을 주게 된 건가.

“그렇다. 그 며칠 뒤(10월 12일) 핵심 측근들과 다 만났다. 저녁 먹고 술 마셨는데, 밥을 먹을 때도 술을 마실 때도 ‘어렵다, 도와달라’고 했다. 약자 처지에서 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출판기념회에 한 대표가 와 축사

▼ 출판기념회에서 한 대표가 축사를 했다고 하던데.

“한 대표가 ‘출판기념회 한번 오는데 왜 이렇게 반대하는 사람이 많습니까’라고 하더라. 그래서 ‘제가 부족해서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축사하러) 나가서 ‘A씨는 뚝심도 있고 의리도 있고 역량도 있는 사람이다. 많이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더라.”

▼ 한 대표가 당선한 이후 그 측근들은 못 만났나.

“이후에도 연락은 수시로 했는데, 태도가 변하더라. ‘다른 데서 세게 막 제의가 들어온다’고. 2월 초 S를 수소문해서 찾았더니 부친 때문에 병원에 있더라. 누가 ‘한번 가보라’고 그래서 갔더니 ‘병원비도 힘들다’고 해서 또 1000만 원을 줬다.”

▼ 돈을 주는 게 공천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지 않았나.

“아니. 난 그런 요구를 한 번도 안 했다. 나는 공천 도움, 뭐 그런 얘기 나올 때마다 ‘국민참여경선이니까, 공정하게 경선만 할 수 있게 해달라, 그게 도와주는 거다’ 그렇게 얘기했다.”

▼ 현행법에 따르면 자금을 제공한 사람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데.

“내 이익을 위해 돈을 준 게 아니고…. 돈을 달라는 요구는 이미 압박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뇌물로 주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 차용증은 받았나.

“그런 것 없었다.”

▼ 그럼 돈을 받은 쪽에서 “안 받았다”고 딱 잡아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내가 나중에 항의했다. 너희 이럴 수 있느냐고. S가 우리 캠프 관계자한테 ‘그냥 좋은 사람이라 돈을 받았다’고 얘기하더란다.”

▼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건가. 사법절차를 밟게 되나.

“내 처지에서는 갈취당한 것이기 때문에 형사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

▼ 한 대표도 고소 대상에 포함되나.

“그렇다.”

▼ 결국 민주통합당 공천을 받지 못했는데 그럼에도 총선에 나가나.

“짧은 시간 동안 시민들께 많은 지지를 받았는데, 유권자에게 심판받을 기회조차 갖지 못하도록 출마를 제한하는 정당 구조에 회의를 느꼈다. 물론 우리 같은 정치 약자가 겪는 어려움은 서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억울하고 분하다. 아무튼 이번 일이 정치를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주간동아 828호 (p18~18)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99

제 1299호

2021.07.23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