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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찔끔 매각’ 박삼구 vs ‘화끈 처분’ 윤석금

금호와 웅진 구조조정 ‘극과 극’…시장이 먼저 냉정한 평가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찔끔 매각’ 박삼구 vs ‘화끈 처분’ 윤석금

‘찔끔 매각’ 박삼구 vs ‘화끈 처분’ 윤석금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리처드 돕스 맥킨지 서울사무소 파트너는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지만 기업 구조조정 측면만 보면 아직 걸음마 상태”라고 꼬집었다. 기업 생존을 위해서라면 아무리 성장 단계에 있는 사업이라도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거나 사업 포트폴리오에 맞지 않는다면 과감히 가지치기해야 하지만, 한국 기업은 대부분 산업 성장이 둔화하고 마진이 악화한 이후에야 비로소 사업 매각에 나선다는 것. 그나마 이때의 구조조정 내용 역시 대부분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과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1945년 해방둥이로 중견 그룹을 이끌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기업 구조조정 측면에서는 상반된 전략을 취해왔다. 박 회장이 마지못해 포와 졸을 버리다 끝내 장군까지 위협받았다면, 윤 회장은 말 그대로 피와 살을 깎는 구조조정을 하며 승부수를 뒀다.

마지못해 대한통운, 대우건설 매각

2월 29일 금호산업이 3000억 원 규모의 유상 증자를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박삼구 회장은 여기에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참여해 22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그는 이로써 금호산업 지분 14%를 확보해 단일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최대 주주. 따라서 박 회장은 2년 만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소유권을 되찾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한때 재계 서열 7위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승자의 저주’(높은 가격으로 다른 기업을 인수했다가 차입금 상환 부담으로 기업 자체가 위험해지는 현상)에 빠졌다. 결국 2009년 말 대우건설 풋백옵션(인수 3년 후 대우건설 평균 주가가 기준가격을 웃돌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의 차액을 보전해주는 옵션) 부담이 현실화하면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동반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금호의 이런 상황은 예상된 것이었다. 차입금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박 회장의 안이한 현실 인식도 영향을 미쳤다. 박 회장은 유동성 위기를 정권교체라는 정치적 상황 변화 탓으로 생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기보다 정치권 로비로 상황을 타개하려 했다. 구조조정을 압박한 민유성 당시 산업은행장을 두고 “금호를 죽이려 한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워크아웃을 신청한 이후에도 이런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심지어 “대한통운 매각만은 막겠다”며 버티기까지 했다. 주요 계열사를 매각하면 그룹이 실질적으로 해체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 대신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금호생명, 금호렌터카 등 비주력 계열사 매각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이들 계열사를 전부 매각한다고 해도 그룹 유동성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없다고 판단했으며, 당연히 금호의 구조조정 의지를 의심했다.

‘찔끔 매각’ 박삼구 vs ‘화끈 처분’ 윤석금

웅진코웨이는 정수기·비데 업계 1위지만 최근 웅진그룹이 매각을 결정했다.

그나마도 처음엔 시장가격보다 턱없이 높은 가격을 요구했다. 금호생명만 해도 당초 1조 원대에 매물로 내놓았다. 그러나 금호생명 내부에서도 “중고차를 팔면서 새 차 값을 받아내라는 격인데 거래가 성사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흘러나왔다. 금호생명은 결국 칸서스자산운용이 4000억 원에 인수했다.

금호는 이외에도 2009년 대우건설을, 2010년 대한통운을 시장에 내놨다. 2011년 대한통운은 CJ그룹에 넘어갔다. 한 애널리스트는 “무리한 M·A 때문에 결과적으로 구조조정 시기가 늦어졌고 시장에서 신뢰를 잃었으며 애꿎은 계열사만 헐값에 넘겼다”고 비판했다.

웅진코웨이 몸값 최고일 때 매각

‘찔끔 매각’ 박삼구 vs ‘화끈 처분’ 윤석금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박삼구 회장이 위기가 닥치자 ‘쭉정이’부터 시장에 내놓았다면, 윤석금 회장은 달랐다. 2월 6일 웅진그룹이 주력 자회사인 웅진코웨이를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웅진코웨이는 지난해 매출 1조7000억 원, 영업이익 2380억 원을 기록하며 그룹 내 캐시 카우(cash cow) 구실을 해왔다. 웅진그룹은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을 통해 미래 성장 사업인 태양광에너지 부문에 집중하고 신사업으로 화장품, 수처리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웅진코웨이는 정수기에 이어 연수기, 비데, 공기청정기 등 다양한 제품의 렌털 사업을 하지만 성장 한계에 도달한 상태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지 못했다. 승부사 윤 회장으로선 웅진코웨이의 몸값이 가장 높을 때 팔자고 결심했을 법하다.

이런 결심은 시장에 윤 회장의 구조조정 의지를 확실히 전달한 셈이 됐다. 이런 점에서 박삼구 회장과는 무척 대조적이다. 한 전문가의 말이다.

“원숭이가 도토리를 쥐고 있으면 병에서 주먹을 빼낼 수 없어 그것마저도 먹지 못한다. 반면 병 안의 도토리를 포기하면 지천에 널린 도토리를 차지할 수 있다. 눈앞의 욕심을 버리면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이 간단한 진리를 박 회장은 모르는 것 같고, 윤 회장은 정확히 아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웅진코웨이의 매각대금이 약 1조 원 정도로, 여기에 프리미엄이 붙을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교원, 암웨이 등이 웅진코웨이 인수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웅진그룹의 위기는 극동건설과 저축은행 인수에서 시작됐다. 사업다각화를 위해 2007년 극동건설을 인수하고 2010년 서울상호저축은행과 늘푸른저축은행을 인수해 저축은행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건설 경기 침체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의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야심차게 추진했던 태양광 사업이 최근 업황 부진에 빠졌다.

윤 회장의 이런 구조조정 전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윤 회장은 당시 국내 화장품 빅4 업체 가운데 하나였던 코리아나화장품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이를 웅진코웨이에 투자하는 승부수를 던져 살아났다. 당시 코리아나화장품은 윤 회장이 가장 애착을 가진 계열사였다. 한정화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돈을 잘 버는 캐시 카우를 팔아 미래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당장은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미래 성장이란 측면에서는 최상의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주간동아 828호 (p22~23)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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