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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풍선 띄워 문재인 정부 간보기?

최근 철원에 풍선 10여 개 남하…대남 도발에 대한 새 정부의 대응 방식 떠보기 해석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북한, 풍선 띄워 문재인 정부 간보기?

북한, 풍선 띄워 문재인 정부 간보기?

해상 침투작전을 연습하는 육군 특전사 요원들. 박근혜 정부는 참수작전 수행을 위해 특전사 1개 여단을 특임부대로 만들겠다고 했다. 참수작전이 포함된 3K 작전을 유지하며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인가. [동아일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공판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8주기 추도식이 열린 5월 23일 강원 철원지역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오후 4시부터 8시 사이 북한에서 물체 10여 개가 1.5km 상공에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온 것이다. 공군은 레이더로 포착한 모든 정보를 경기 오산시에 있는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에 보낸다. 물체의 남하를 파악한 중앙방공통제소는 매뉴얼에 따라 육군에 알리고 강원 횡성에서 FA-50, 충북 충주와 충남 서산에서 F-16을 출격시켰다.

보통 공격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파도처럼 끝없이 쳐서 상대 방어망을 무너뜨리려 하는데, 이를 ‘제파식(諸波式) 공격’이라 한다. 물체 10여 개의 남하는 제파식 공격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북한 무인기냐, 전단 살포용 풍선이냐

북한, 풍선 띄워 문재인 정부 간보기?

2010년 북한의 잠수정 공격으로 동강 난 천안함. 북한은 우리가 유화정책을 펼치면 도발을 강화하는 특징이 있다.[동아일보]

공군이 전투기를 여러 대 출격시킨 것은 그에 대비한 것인데, 북한에서 고속으로 날아오는 항공기는 없었다. 이에 북한의 대공미사일 발사를 의식해 10km 상공에 떠서 고속으로 남하하는 북한기가 있으면 즉각 대응하려는 초계비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런 비행으로는 아주 낮은 고도(1.5km)에서 느리게 움직이는 항적은 추적할 수 없다. 그에 대한 대응은 지역방어를 하는 육군 ◯사단이 담당해야 한다.

북한은 침투를 목적으로 한 특수작전부대(특작부대)를 운용하고 있는데, ‘폭풍군단’이 대표적이다. 북한은 특작부대원을 저속·저공으로 날아가는 AN-2기 등에 태워 비무장지대 남쪽에 투하시킨 다음 국군의 최전방과 후방 부대를 분리하는 작전을 펼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방 사단들은 AN-2기를 잡는 저고도 방공 레이더를 운용하는데 그날 ◯사단의 저고도 방공 레이더는 산 때문에 1.5km 상공의 물체를 잡았다 놓치기를 반복했다.



그날 오후 철원에는 비가 내려 육안이나 망원경으로는 그 물체를 볼 수 없었다. 비무장지대 수색대가 보유한 최대 성능의 화기는 기관총이다. ◯사단은 수색대에게 그 물체가 있는 방향으로 K-3 기관총 90여 발을 쏘게 했으나, 맞을 리 없었다. K-3는 대공화기가 아니어서 정확한 사격이 이뤄질 수 없었다.

그런데 열영상장비(TOD)가 촬영을 해냈다. TOD는 먼 거리에서 나는 열을 잡는 장비다. 비행 중인 무인기라면 엔진이 돌아가니 열영상을 찍을 수 있다. 열영상은 한밤중에 잘 찍혀 TOD는 야간감시장비로 주로 활용된다. ◯사단은 대낮임에도 TOD를 가동했는데, TOD가 그 물체를 잡아낸 것이다.

그런데 그 물체에선 열이 나오지 않았고 일반 영상으로만 찍혔다. 자세히 분석해보니 그것들은 공(球)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몇 개는 극도로 홀쭉했다. 분석팀은 북한이 띄운 전단 살포용 풍선이라고 판단했다. 우리는 막대형, 북한은 공 모양 풍선에 전단을 실어 보내는데 TOD에 찍힌 것이 공 모양 풍선과 비슷했던 것이다. 극도로 홀쭉한 것들은 풍선이 터져 전단을 떨어뜨린 것으로 판단됐다. 합참은 터지지 않은 풍선은 ‘그 후의 바람’에 따라 동해와 북한으로 날아가 소실됐다고 밝혔다.

이 해명 덕에 5월 23일에 있었던 긴장은 해소됐다. 그러나 이 발표를 믿을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남북을 막론하고 전단 살포용 풍선은 야밤에 띄우는데 북한은 대낮에, 그것도 강한 남풍이 불지도 않는 날에 띄웠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합참은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공통점은 있다. 북한이 문재인 정부 떠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참수작전 대 남북대화

북한은 우리가 유화적인 자세를 보일 때 도발을 감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대중 정부가 1차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던 1999년 북한은 1차 연평해전을 도발했다. 그 회담으로 남북관계가 좋아진 2002년 한일월드컵 3·4위전을 하는 날(6월 29일) 2차 연평해전을 일으켰다. 이명박 정부가 3차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했을 때는 천안함 폭침 사건을 일으켰다. 예비역 해군 장성 A씨는 “북한은 말이 아니라 행동을 믿는다”며 “문 정부 출범 후 북한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3K의 유지 여부일 것”이라고 말했다.

3K는 유사시 북한의 공격시설을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 북한이 쏜 미사일과 항공기를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제(KAMD), 그리고 북한으로부터 선제 공격을 받았을 때 북한 지휘부를 강력히 응징하는 한국형 대량응징보복(KMPR)이다. KMPR는 북한이 우리를 공격할 경우 3배로 타격한다는 것을 발전시킨 개념이다. KMPR를 수행하고자 육군은 특전사 예하 1개 여단을 참수작전 전문부대로 바꾸고 있다. 이 부대의 침투를 위해 MH-60과 MH-47 같은 침투용 헬기 도입도 서두르고 있다.

A씨는 “3K를 유지하는 상태에서 대화하자고 한다면 북한은 문 정부를 믿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에 강력한 도발을 해 문 대통령이 응징을 주장하는 국방부를 통제할 수 있는지 살펴볼 가능성이 높다. 통제한다면 대화에 응할 것이다. 통제하지 못하면 북한은 한국 때리기를 거듭할 것이다. 그 결과 한국이 좌우로 갈라져 싸운다면 북한은 더 좋은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북한의 연속된 미사일 발사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지, 문 정부에 대한 대응책이 아니다. 문 정부에 대한 북한의 대응은 문 정부가 대화를 시도하면 본격화할 것이다. 낮은 강도에서 시작해 고강도로 도발 수위를 높이며 떠보기를 할 것이다. 5월 23일 풍선 띄우기가 그 시작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는 강력히 대응하면서도 대화를 하겠다고 밝혔다. 불신에 불신이 쌓인 남북관계를 문 대통령은 어떻게 헤쳐 나갈지 궁금하다.  

북한의 무인기 작전이 구사된다면

북한, 풍선 띄워 문재인 정부 간보기?

영국 마크 스톤 기자가 북한 열병식 때 찍어 그의 트위터에 공개했던 북한의 자폭용 무인타격기. 북한이 만든 무인기 가운데 가장 큰 두루미는 길이가 5m에 이른다. 방현이라는 이름을 가진 북한 무인기. 북한은 휴전선 여러 고지를 연결해 무인기를 조종한다(위부터).[마크 스톤, MBC 화면 캡쳐,동아일보]

북한은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어떤 식의 간보기를 할까. 일부 전문가는 무인기를 유력한 후보로 예측했다. 대낮에 무인기 여러 대를 군사분계선 쪽으로 비행시켜 우리 국군의 대응과 그다음에 일어나는 문 정부의 대응을 보면서 남북대화에 응할 것인지를 판단하리라는 얘기다. 이에 북한이 보유한 무인기 전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군은 무인기 7종을 운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무인기는 방현, 수리계, 두루미다. 북한 방현비행기공장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보이는 무인기 방현은 길이가 3m이다. 수리계는 이보다 약간 크고, 두루미는 가장 커서 5m 정도다. 이들은 차량에서 발사된다. 하늘을 향해 비스듬히 세운 발사대에 재워 화살처럼 쏘는 것이다. 그다음부터는 엔진 힘으로 비행하며 임무가 끝나면 포장도로나 활주로로 착륙한다.

우리와 미국의 무인기에는 컴퓨터와 함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신호 수신기가 탑재돼 있다. 지상 통제소에서 좌표를 일러주면, 컴퓨터가 GPS 신호를 수신해 그 좌표로 날아가 임무를 수행한다.

GPS 신호는 미국이 띄워놓은 GPS 위성이 무작위로 보내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민간인도 수신해 활용할 수 있다. 자동차용 내비게이션이 대표적인 예다. 북한 역시 무인기에 GPS 수신 장비를 실어 정밀작전을 펼칠 수 있다. 적의 기술을 이용해 적을 치는 차도살인지계(借刀殺人之計)를 구사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유사시 특정 지역으로는 엉터리 GPS 신호를 보내고, 미군과 동맹국 군만 정확한 GPS 신호를 수신할 수 있게 조치한다.

이러한 사정을 잘 아는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은 미국의 GPS 신호를 잡지 않아도 조종할 수 있는 무인기를 제작한다. 이러한 무인기는 학생들의 취미용 무선조종(Radio Control·RC)기와 비슷하다. RC 무인기는 조종기를 가진 사람이 지상에서 조종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사람이 볼 수 있는 범위에서만 통제가 가능하다. 전파가 도달할 수 없는 먼 곳으로 날아가면 통제가 되지 않아 그냥 날아가다 연료가 떨어지면 추락한다.

이러한 RC 무인기에 소형 컴퓨터를 넣으면 날아갔다 되돌아오게 할 수도 있다. 2014년 경기 파주 조리읍 봉일천과 백령도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가 이에 해당한다. 봉일천에 추락한 무인기는 내장한 카메라로 청와대를 촬영하고 돌아가다 추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 무인기들은 매우 작아 작전용으로는 부적합하다. 그보다 큰 방현이나 수리계, 두루미가 다양한 작전에 투입된다.

북한은 고유의 무인기 조종 방법을 개발해냈다. 전방의 여러 고지에 무인기를 조종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해놓은 것이다. 통신위성 덕에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무인기를 미 본토에서 조종할 수 있는데, 그와 비슷한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A고지에서 무인기를 조종하다 작전이 필요한 곳이 있으면 그곳과 가까운 B고지 인근으로 무인기를 보내고 B고지에서 조종하게 하는 식이다. 이에 북한은 GPS 신호를 받지 않아도 꽤 광범위한 지역에서 무인기를 운용할 수 있다.

무인기에 화약을 싣고 표적을 향해 날아가 자폭하면, 바로 순항미사일이 된다. 두루미가 이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인민군은 두루미를 300여 대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5월 23일 철원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물체가 발견됐을 때 우리 군은 북한 두루미가 아닌지 긴장했다. 자폭한 무인기는 완전 파괴되니 북한 소행이라는 증거가 남지 않는다. 정부가 남북관계를 개선하려고 할수록 군은 더 긴장한다.






주간동아 2017.05.31 1090호 (p24~26)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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