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당중앙군사위원회가 상황수습과 권력승계의 다리 구실을 할 것이라는 한 전문가의 분석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아떨어졌습니다(필명으로 글을 쓴 그의 신분을 아직도 밝힐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최근 수년의 인사변동을 후계체제 준비작업의 맥락에서 해석해온 분석들도 장의위원회 명단과 영결식장에서 드러난 권력지도와 톱니바퀴처럼 아귀가 맞습니다. 북한 내부사정에 관해 이처럼 깔끔하게 명중한 경우는, 적어도 제 기억으로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많은 이가 김 위원장의 사망을 공식발표 이전에 알지 못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합니다. 저 역시 정보기관의 무능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만, 그간 충분히 쌓아놓은 예측과 분석이라는 측면에서는 다르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에는 누군가 공연한 공포감 조성이나 극단적 가정으로 비판했을지 모를 많은 시도 덕분에 오늘날 한국 사회가 비교적 수월하게 상황을 타넘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쯤 우리는 훨씬 강한 공포감에 휩싸여 있을 테고, 경제는 더 많은 불안정성에 휘둘려 끙끙댔을 겁니다.

주간동아 819호 (p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