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9

2012.01.02

가슴성형 보형물의 덫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2-01-02 09: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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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PIP사가 생산한 실리콘 가슴성형 보형물 파동이 많은 ‘성형미인’을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프랑스 당국은 최근 ‘PIP사가 생산한 실리콘 가슴성형 보형물이 암을 유발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함’을 인정하고 “이 제품을 전면 퇴출시킬 것”이라고 선언했죠. 확인된 피해자만 프랑스에 3만 명, 영국 5만 명 등인데, 합법적 통로를 거치지 않고 유통된 것까지 합치면 전 세계적으로 수십 만 명의 피해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관련 기사 48쪽).

    가슴성형 보형물은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이번에 밝혀진 PIP사의 보형물은 공업용 실리콘으로 만들어 잘 터지고 암 발생 가능성이 있는 물질을 함유해 문제가 됐죠. 실제 프랑스에서는 이 제품을 사용한 여성들이 암에 걸려 세상을 떠나거나 투병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PIP사의 공업용 실리콘 보형물이 국내에 공식적으로 수입됐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도 “국내에는 이 제품을 판매 허가한 적이 없어 내국인은 안전하다”고 공식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공식 루트로는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언정 과연 이 제품에 대해 내국인이 안전하다고 확언할 수 있을까요? 매년 비의료인에 의한 성형수술 사건이 터지는 우리 현실에서는 적잖은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입니다. 비록 PIP사 제품은 아니라 하더라도 다른 실리콘 보형물은 얼마나 안전한지도 의문이고요.

    더욱 큰 걱정은 비록 이번에 문제가 된 제품은 아니지만 PIP사가 생산한 다른 종류의 보형물이 1998년부터 2002년까지 국내 많은 성형외과에서 사용됐다는 점입니다. 하이드로겔이라는 이 보형물은 잘 터지는 데다 주변 조직을 녹이는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학계 보고가 있었죠. 실제 2009년 3월 대한외과학회지는 ‘하이드로겔 유방보형물 파열 시의 임상적 소견’이라는 논문을 통해 그 부작용을 알렸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제품은 어느 날 갑자기 성형업계에서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습니다.

    가슴성형 보형물의 덫
    더 이해하기 힘든 점은 이 제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지 못했는데도 우리 식약청이 사용허가를 내줬다는 것입니다. 미국 FDA는 의약품, 의료기기, 재료용품의 허가에 대해 까다롭기로 유명하죠. 미국 FDA에 대한 우리 식약청의 신뢰는 대단합니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요? 이 제품이 시장에서 사라지기까지 피해를 입은 사람은 또 없을까요? 우리 식약청의 발 빠른 대처를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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