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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조례의 칼’로 야쿠자 추방?

일본 47개 지자체 ‘폭력단배제조례 시행’…최대 조직 야마구치구미에선 대놓고 반발

  • 도쿄=이종각 한일관계 전문 칼럼니스트

‘조례의 칼’로 야쿠자 추방?

‘조례의 칼’로 야쿠자 추방?

일본 최대 야쿠자 조직인 야마구치구미 조원들과 조장으로 알려진 시노다 겐이치.

“야쿠자의 돈줄을 죄어라.”

흔히 ‘야쿠자’라 부르는 조직폭력단을 추방하려고 일본의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와 경찰이 팔을 걷어붙였다. 10월 1일부터 도쿄(東京)도와 오키나와(沖繩)현을 시작으로 전국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 지자체가 ‘야쿠자 조직에 이익 공여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폭력단배제조례’(이하 조례)의 시행에 들어간 것.

일본에선 폭력단을 ‘구미(組)’라 하고, 그 멤버는 조원(組員), 두목은 조장(組長)이라 한다. 일본 경찰은 전국적으로 야쿠자 조직에 몸담은 사람이 7만8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으며 전체 야쿠자 중 한국·조선계가 20~30%를 차지(전 경찰청 고위 간부 추산)한다는 주장도 있다. 폭력단 중 지자체 공안위원회가 폭력,불법행위 등을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정한, 이른바 ‘지정폭력단’은 22개다. 그중 최대 조직은 약 3만5000명으로 구성된 야먀구치구미(山口組)로, 웬만한 중견 기업규모다.

일본은 일반인이 허가 없이 무기를 소지하는 것을 금지하지만, 야쿠자는 미국 갱 조직과 마찬가지로 권총 같은 무기를 지닌다. 조직 간 싸움을 뜻하는 ‘항쟁(抗爭)’이 벌어질 경우 실제 무기를 사용하므로 일반인들에겐 아주 위험하다.

최근 폭력단이 난립한 규슈(九州)의 후쿠오카(福岡)현을 중심으로 항쟁이 벌어졌을 때 주택가에 있는 어느 두목의 집에 수류탄이 날아들어 인근 주민들이 공포에 떨었다. 폭력단이 서로 총을 쏘는 항쟁 현장에 일반인이 우연히 말려들어 피해를 입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뿐 아니다. 폭력단 추방에 앞장섰던, 주민 대표와 기업체 간부의 자택에 총알이 박히는가 하면, 시민을 직접 겨냥해 발포하는 경우도 있다.



다양화·지능화하는 폭력단 사업

폭력단은 조원 관리와 활동을 위해 돈을 모으려고 한다. 그래서 자신들이 관할하는 지역, 이른바 ‘나와바리(なわばり)’안의 음식점 등에 “여기서 장사를 하려면 돈을 내라”며 장소비 명목으로, 또는 “다른 폭력조직으로부터 지켜준다”며 보호비 명목으로 돈을 뜯어 간다. 마약밀매에도 관여해 거액을 챙기기도 한다. 올여름 경비회사에 들어가 현금 6억 엔을 강탈한, 일본사상 최대의 현금강도 사건이 벌어졌는데 그 배후에도 폭력단이 있었다. 6억 엔은 다음 날 아침 각 우체국에 보내려고 보관 중인 돈이었다.

최근 야쿠자는 경찰의 단속강화로 상점이나 기업을 상대로 갈취행위를 예전같이 할 수 없자 정체를 위장해 건설, 부동산, 금융 등에 자본을 투자하는 수법으로 이익을 챙긴다. 특정 회사에 자신들의 패거리를 위장 입사시킨 후 회사의 영업이익을 빼앗는 등 야쿠자 ‘사업’은 더욱 다양화, 지능화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지자체는 동일본 대지진(3월 11일) 이후 쓰레기철거, 주택재건, 도시정비 등 거액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일부 복구사업을 폭력단이 도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에선 최근 탈세와 관련해 방송인 강호동이 잠정은퇴를 선언하면서 파문이 일었지만, 일본에서는 올여름 가장 인기 있는 TV 연예프로그램 사회자 중 한 명인 시마다 신스케(島田神助·55)가 돌연 연예계 은퇴를 선언해 팬들을 놀라게 했다. 은퇴 이유는 그가 폭력단 관계자들과 친하게 지낸다는, 이른바 ‘흑막교제’ 사실이 매스컴 보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일본 폭력단은 스포츠나 연예 관련 단체와 관계가 깊다고 알려져 있다. 연예인 등의 이벤트에 관여한다든지, 문제를 해결해준다든지 해서 수입을 올린다는 것. 1970년대엔 야쿠자들이 프로야구 승부를 조작해 거액을 챙긴 일도 있다. 경기 참가 선수를 협박해 프로야구 승부를 놓고 벌이는 도박판에서 자신들이 딸 수 있도록 한 것. 승부조작에 관련된 선수는 프로야구협회에서 영구제명을 당했다. 지난해엔 야쿠자들이 운영하는 야구도박판에 스모 선수 등이 대거 관련돼 구속되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10월부터 시행된 조례는 폭력단과 관계를 맺는 일, 폭력단이 돈을 버는 일에 협력하는 행위 등을 금지한다. 예를 들면 유흥음식점이 폭력단에 장소를 제공하거나, 야쿠자 두목의 생일파티 또는 출소한 조원 등을 위한 축하 파티장소를 호텔 측이 빌려줄 경우 조례 위반이 된다.

보복 방지 위한 대처법도 강화 검토

다른 사람에게 받지 못한 돈을 폭력단에 받아달라고 부탁하거나, 자동차정비센터가 폭력단의 차량에 방탄장치를 설치해준다거나 하는 행위도 조례 위반이다. 회사의 경우는 업무 상대가 폭력단 관계자가 아님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상대가 폭력단 조원임을 알면서 자주 골프를 친다거나 여행을 가면 그것도 조례 위반이 될지 모른다. 만약 조례를 위반하면 경찰의 입회조사를 받거나 구두로 주의를 받게 된다. 그럼에도 위반이 지속될 경우엔 인터넷상에 폭력단과의 ‘밀접교제자’로 개인 이름이나 회사명이 공표된다. 단, 친구나 아는 사람이 폭력단 조원일 경우 일상의 접촉은 조례 위반 사항이 아니다.

그러나 조례 시행 이후 음식점, 호텔 측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한 음식점 주인은 TV 뉴스에서 “단체모임 예약자가 폭력단과 관계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어떻게 구분하느냐”고 말했고, 한 호텔직원은 폭력단에 연회실을 대여해주지 않을 경우 보복을 두려워했다.

문제는 경찰이 야쿠자에 맞서는 기업과 국민의 안전을 얼마만큼 보장해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동안 폭력단은 자신들과의 관계를 끊으려는 기업 등을 협박하거나 그들에 위해를 가한 게 사실. 실제로 올해 일본 전국에서 일어난 폭력단 총기발포 사건의 대부분은 그들과의 관계를 정리하려는 기업에 대한 보복성 테러였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은 이 같은 폭력단의 보복 방지를 목표로 폭력단대처법 강화를 검토 중이다.

한편 야마구치구미의 조장인 시노다 겐이치(篠田建市·69)는 조례 시행 직전 이례적으로 고베(神戶) 본부에서 가진 인터뷰(산케이신문)에서 “이상한 시대가 왔다는 느낌이다. 우리는 일본을 법치국가로 알고 있으나 이번 조례는 법 아래 평등이란 원칙을 무시한다. 범법을 하지 않았는데도 당국이 우리를 반사회적 세력으로 규정해 제재를 가하려는 것은 일종의 신분차별이다. 3만, 4만 명 규모의 야마구치구미가 해산되면 일본 치안은 더욱 나빠진다. 나는 일본 내 폭력단을 없애기 위해 우리 조직을 지키려고 한다. 야마구치구미는 궁지에 몰릴수록 진화해왔으므로, 이번 조례 시행을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과연 새로 제정된 조례는 전국 각 지역에서 폭력단을 추방할 수 있을까. 여론은 대체적으로 조례 시행만으로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주간동아 808호 (p48~49)

도쿄=이종각 한일관계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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