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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박희숙의 미술관

“어떻게 우리 사랑이 변하니?”

버림받은 여인

“어떻게 우리 사랑이 변하니?”

“어떻게 우리 사랑이 변하니?”

‘아, 아마도’ 리히텐슈타인, 1965년 캔버스에 마그나, 152×152, 쾰른 루트비히 미술관 소장.

시간은 사랑을 망가뜨린다. 남자는 여자를 오래 사귀면 처음 사랑하기 시작했을 때와 다르게 집중하지 못한다. 반면 여자는 처음 시작할 때는 시큰둥하지만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는 사랑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것과 익숙한 것에 열망하는 남자, 여자의 본능이 다른 데서 비극이 싹튼다.

바람맞았는데도 사랑에 집착하는 여인을 표현한 작품이 로이 리히텐슈타인(1923~97)의 ‘아, 아마도’다. 이 작품은 만화 이미지를 차용했다. 매력적인 금발의 여인이 하얀 장갑을 낀 손으로 귀를 가렸다. 손과 흘러내린 머리카락은 전통적으로 생각하는 이미지를 나타내는 시각적 표현이다.

말풍선 속 대사가 드러내는 것처럼 그는 ‘왜 자신이 헛되이 기다리는지’를 생각한다. 대사는 그가 남자에게 바람맞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아울러 관람자의 감정 이입을 자극한다.

풍성한 금발머리, 갸름한 얼굴, 붉은색 입술은 만화에서 파생한 전형적 여성 이미지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원색의 강렬한 대조, 굵고 강한 검은색 선 역시 만화 이미지를 강조한다.

리히텐슈타인은 1960년대 초반 젊은 여성을 작품에 많이 등장시켰는데 이 작품도 그 시기에 그린 것이다. 그는 강렬한 원색을 사용하면서 만화적 요소를 강조했다. 그리고 만화 원작을 슬라이드 영사기를 이용해 크게 확대한 다음 캔버스에 옮겨 작업하는 방식을 주로 활용했다.



결혼을 앞둔 연인이 헤어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돈이다. 여자는 남자 능력을 과대평가하기에 남자의 연봉에 집착한다. 사랑을 양보해도 돈은 양보하기 어려워 헤어짐을 택한다. 사랑은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지만 돈은 쉽게 오지 않는다.

“어떻게 우리 사랑이 변하니?”

‘마리아나’, 로제티, 1868~1870년, 캔버스에 유채, 109×88, 애버딘 미술관 소장(왼쪽). ‘깨어진 맹세’, 칼데론, 1856년, 캔버스에 유채, 91×67, 런던 테이트 갤러리 소장.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1828~1882)의 ‘마리아나’는 돈 탓에 버림받은 여자를 표현한 작품.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보복’의 주인공 마리아나를 표현한 것인데, 마리아나는 결혼지참금을 잃어버려 청혼자에게 버림받았다.

마리아나는 수를 놓다 말고 바늘을 손에 쥔 채 생각에 잠겼고, 뒤에 있는 소년은 만돌린을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른다. 그림 액자에 소년이 부르는 노래 가사(키스로 봉한 사랑의 약속은 결국 헛된 키스였구나)가 적혀 있다. 노래는 약속을 저버린 연인을 이야기한다.

이 작품에서 마리아나가 바늘을 손에 쥔 것은 소년의 노래를 들으면서 연인을 떠올린다는 것을 암시하며, 푸른색 드레스는 사랑에 속은 마리아나의 마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로제티가 그린 이 작품의 모델은 정부 제인으로, 제인은 수를 잘 놓았고 예술 감각도 뛰어났다. 로제티는 라파엘로 전파의 한 사람이자 친구인 윌리엄 모리스의 아내 제인과 불륜에 빠져 19세기 영국 미술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제인은 로제티의 후기 그림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는데, 그는 제인과의 특별한 사랑을 신화 및 문학작품에 빗댔다.

사랑을 잃지 않고 결혼했다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다. 항상 새로운 것에 열망하는 남자는 결혼해도 본능에 충실하고자 한다. 반면 여자는 결혼 후에도 자신이 공주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필립 헤르모게네스 칼데론(1833~1898)의 ‘깨어진 맹세’는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자를 그린 작품이다. 슬픔에 잠긴 여인은 눈을 감은 채 벽에 기대 서 있다. 문 밖에선 남자가 모자를 쓴 여자에게 장미꽃을 건넨다. 장미는 전통적으로 사랑을 상징하는 것으로, 남자와 모자 쓴 여자가 연인 관계임을 암시한다. 벽에 기대 선 여인의 손가락에 반지가 끼워졌다. 발밑에 떨어진 팔찌는 깨진 결혼을 암시한다. 화면 아래에 있는 시든 아이리스도 결혼 파탄을 뜻한다. 아이리스의 꽃말이 잃어버린 사랑이다.

이 작품은 영국 빅토리아시대의 여성 처지를 실감나게 묘사해 대중에게 인기를 끌었다. 칼데론은 이혼하려는 여자에게 경고 메시지를 주고자 이 작품을 그렸다. 영국에서 여성이 이혼할 수 있는 권리를 갖기 시작한 때는 1857년이다. 법이 권리를 제공했으나 여자가 실제로 이혼을 주도하긴 어려웠다. 이혼한 여자는 사회적으로 매장당했다.

*박희숙은 서양화가다. 동덕여대 미술학부, 성신여대 조형대학원을 졸업했다. 개인전을 9회 열었다. 저서로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클림트’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등이 있다.



주간동아 805호 (p7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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