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6

2017.05.03

골프의 즐거움

가상현실에선 나도 골프감독!

PGA투어 후원 판타지 게임

  • 남화영 헤럴드경제 스포츠에디터 nhy6294@gmail.com

    입력2017-05-02 13:5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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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선 지금 판타지 스포츠 게임이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최대 엔터테인먼트 업체 월트디즈니가 판타지 스포츠 전문 사이트 드래프트킹에 2억5000만 달러(약 2813억 원)를 투자해 화제가 됐다. 판타지 스포츠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드래프트킹의 기업가치도 설립 5년 만에 2조 원을 넘어섰다. 미국 시장조사 전문기관 에일러스리서치는 2015년 미국 판타지 스포츠 시장을 26억 달러(약 2조9200억 원)로 평가하고 연평균 41% 성장세를 보이는 것으로 집계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도 스포츠 섹션에서 온라인 게임 ‘판타지 스타디움’을 운영하고 있다. 판타지 스타디움은 국내 야구 경기의 각종 성적 데이터를 연동하는 게임이다. 웹툰 작가 최훈의 캐릭터를 활용해 가상의 야구 성적에 베팅하거나 예측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온라인상에서 구단을 만들면 실제 야구선수들의 성적이 연동돼 다른 사람과 맞붙는다. 자신이 구단주가 돼 선수들의 드래프트, 경기 전략 등을 설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쏠쏠한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새로 부임한 제이 모너핸 미국 프로골프협회(PGA) 투어 커미셔너는 골프채널과 신년 인터뷰에서 “타 종목 등 스포츠 산업 트렌드에서 이뤄지는 변화를 예의주시한다”며 “드래프트킹, 팬듀얼 같은 판타지 스포츠 게임업체와 함께할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진 팀 핀첨이 22년간 PGA투어를 이끌면서 막강한 권력과 압도적인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의 역할을 이어받은 모너핸은 2014년 4월 골프계에 합류한 46세의 젊은 리더다. 10년간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 보스턴 레드삭스의 모기업 부사장을 역임했고, 스포츠매니지먼트 회사 IMG에서도 경력을 쌓았다. 모너핸의 선언처럼 PGA투어는 홈페이지 상단에 판타지(Fantasy) 항목을 포함시켰다. 

    PGA투어가 현재 운영하는 게임은 판타지골프, 원 앤드 던(One & Done), 시니어투어인 챔피언스투어의 원 앤드 던 등 3개다. 판타지골프는 대회가 열리기 전 회원이 선수 6명을 미리 고른다. 4명을 출전 선수로 설정하고 2명은 후보로 둔다. 1, 2라운드 중 선발한 선수가 컷오프되거나 마음에 안 들면 벤치 멤버와 교체할 수도 있다. 원 앤드 던은 단 한 명의 우승 선수에게 베팅하는 구조다. 

    게임 방법은 간단하다. 각 선수가 라운드마다 내는 각종 샷 데이터를 포인트로 변환해 점수를 매긴다. 예를 들어 드라이버샷이 정확하고 거리가 많이 날아가거나 아이언의 그린 적중률이 높으면 포인트가 올라간다. 라운드당 퍼트 수에 따라서도 포인트가 변한다. 이글, 버디를 할 때마다 포인트가 올라가고 반대로 보기나 더블보기는 점수가 깎인다. 참여자는 자신이 선택한 리그 혹은 그룹에 들어가 베팅하면 각 선수가 기록한 그날의 포인트가 점수로 환산되고 이것이 그룹이나 리그에서 랭킹으로 매겨진다. 골프감독이 돼 팀을 운영하는 게임 방식이다. 



    현재 참여자가 많은 곳은 PGA전문가(Experts) 리그로 1만5456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곳에서 가장 높은 포인트를 쌓은 참여자는 ‘포터스(Potters)24’로 누적 포인트가 2만613점이나 된다. 대회별, 시즌별 랭킹이 모두 집계되고 누적된다. 대회가 끝나면 자신이 베팅했던 선수들의 성적이 점수로 환산돼 e메일로 전달된다.
     
    PGA투어에서 주도하기 때문에 각 선수의 성적과 데이터를 재미나게 활용해 골프팬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판타지인사이더(Insider) 항목을 통해 선수에 대한 전문가의 평가와 예측까지 제시한다. 판타지 세상의 미디어인 셈이다. 이 게임의 인기가 높아지면 광고를 하거나 각종 아이템을 판매하는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도 있다. 가상현실의 또 다른 버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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