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9

2010.03.30

‘순리’ 따르고 ‘사필귀정’ 믿는 강달프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 왕상한 서강대 법학부 교수 shwang@sogang.ac.kr

    입력2010-03-23 13: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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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리’ 따르고 ‘사필귀정’ 믿는 강달프
    정치인치고 평가가 엇갈리지 않는 사람이 없다. 눈에 띄는 행동을 하면 할수록 그에 대한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린다. 18대 국회에서 언론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인물 중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가 있다. 강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도 많지만 안티도 못지않다.

    연세대 김동길 명예교수는 강 대표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강기갑 대표를 화면에서 볼 때마다 한없이 괴롭다”는 김 교수는 강 대표에 대해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중 복장 때문에 튀는 인간이 한 사람 있다. 모두 양복 입고 국회에 출석하는데 이 사람만 한복을 입고 나온다. 그러나 옷차림에 어울리게 점잖은 인간이 결코 아니다. 그 옷을 입고 의사당에서 온갖 불법과 난동을 일삼는다.”

    강 대표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이 있다. 당과 이념은 달라도 강 대표의 공식 사이트(http://www.gigap.net)에 글을 올릴 정도로 이 의원은 강 대표의 ‘팬’이다. 2005년 쌀 협상안 비준 반대를 위해 강 대표가 단식 농성에 들어갔을 때 이 의원은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으로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강 대표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보면 무엇보다 강 대표가 지닌 인간적인 따뜻함과 순수함이 그 이유인 듯하다.

    필자가 강 대표를 처음 만난 것은 2004년 17대 국회 때 여의도의 한 청국장 집에서다. 깡마른 자그마한 체구에 수염을 기르고, 고무신에 흰색 두루마기를 걸친 그의 첫인상은 한마디로 ‘기인’이었다. 매섭다 싶은 눈매에 총기 어린 검은 눈동자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수염을 깎지 않는 이유를 물으니 돌아온 답.



    “수염을 깎는 게 순리(順理)에 반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자라나는 것에 칼을 대는 일은 자연스러움에 반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강 대표는 ‘순리’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순리의 사전적 의미는 도리나 이치에 순종함. 그렇다면 강 대표가 생각하는 ‘이치’ 또는 ‘도리’는 무엇일까.

    강 대표는 1953년 경남 사천에서 태어났다. 평생 땅을 일구며 살아온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지금도 “그토록 인자하신 아버지의 가르침을 잊지 못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는 4남 4녀 중 일곱째로 시끌벅적한 시골 집안에서 성장했다. 그의 가정은 모두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마음속엔 늘 사랑과 섬김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한다. 강 대표의 순리는 어쩌면 ‘신앙’일지도 모른다.

    무슨 일이든 결국 옳은 이치대로 돌아간다는 ‘사필귀정(事必歸正)’. 이 또한 강 대표가 흔히 쓰는 말이다. 강 대표가 한나라당의 실세였던 이방호 당시 사무총장을 꺾고 재선에 성공했을 때, 남들은 기적이라 말했지만 그는 ‘사필귀정’이라는 표현을 썼다. 2009년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 방에서 있었던 소란으로 공무집행방해죄 등 죄명으로 기소됐다가 법원의 무죄판결을 받고 한 말도 ‘사필귀정’이었다.

    농민 출신인 강 대표는 텁텁한 막걸리를 즐겨 마신다. 강 대표가 몇몇 의원과 함께 폭탄주를 마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동료 의원이 돌린 폭탄주를 받아든 강 대표는 “(폭탄주를) 두 번째 마셔본다”고 했다고 한다. 강 대표는 그 자리에서 폭탄주를 직접 제조해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는데 “폭탄주는 마셔봤지만 만드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며 수줍어했단다.

    트위터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은 터에 강 대표가 최근 트위터리언(트위터 사용자)을 선언했다. 마음을 열고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 노력이 쌓이면 강 대표의 ‘이치’나 ‘도리’에 지금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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