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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특명! 첫판 그리스 반드시 잡아라

B조 한국팀 맞춤전략 … 아르헨과는 비기기·나이지리아는 필승 작전 세워야

특명! 첫판 그리스 반드시 잡아라

특명! 첫판 그리스 반드시 잡아라
1954년 스위스대회 때 처음 월드컵 본선에 오른 한국은 1986년 멕시코월드컵부터 2010년 남아공월드컵까지 7회 연속 본선에 진출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열린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을 제외하면 원정에선 16강 문턱을 단 한 번도 넘지 못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 때 ‘작은 장군’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4강 신화’ 멤버가 가득한 팀을 이끌고 원정 16강에 도전했지만 역시 실패했다.

한국 사상 첫 원정 16강 가능성은 51%

한국 축구는 2002년 이후 달라졌다. 그동안 ‘촌놈’ 축구를 했다면 이젠 ‘글로벌 축구’를 한다. 해외파의 활약은 가상 ‘나이지리아’ 코트디부아르와의 경기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허정무호는 3월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로프터스 스타디움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 22위(한국 53위) 코트디부아르를 2대 0으로 완파했다. 이날 경기에서 허정무 감독(55)은 베스트 11에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청용(22·볼턴), 기성용(21·셀틱), 이영표(33·알 힐랄), 차두리(29·프라이부르크) 등 해외파를 주축으로 내보냈다.

한국은 경기시작 3분 만에 이동국(31·전북)의 선제골로 주도권을 잡은 뒤, 곽태휘(29·교토상가)의 추가골까지 보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이날 두 골 모두 약속된 세트플레이에 나왔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이다. 4-4-2 포메이션과 좌우 측면 공격 및 세트플레이 등은 기존과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해외파들의 개인기와 빠른 패스 플레이를 통해 개인 전술수행 능력이 빛을 발했다. 하지만 그만큼 해외파의 비중을 크다는 것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이들 중 하나라도 부상 등의 이유로 본선에 출전할 수 없게 된다면, 전력누수는 피할 수 없다.

플레이도 변했다. 국제대회에 나가면 주눅 들어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과거와는 완전히 다르다. 이청용과 기성용, 이승렬(21·FC 서울)과 김보경 등 축구 신세대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당찬 플레이로 한국 축구의 미래를 열고 있다. 그만큼 한국이 사상 첫 원정 16강에 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리스 ‘통곡의 벽’ 뚫어야 순항

한국이 16강에 오르려면 조별 리그에서 2승 또는 최소 1승 2무승부를 거둬야 한다. 1승 1무 1패를 한 뒤 득실차로 올라가는 방법도 있지만 상대 전력을 봤을 때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국은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도 승점 4점을 따고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한국으로선 골 결정력이 떨어져 이 경우의 수는 버리는 게 현실적이다. 따라서 6월12일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만나는 첫 상대 그리스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한국은 그리스와 상대 전적에서 1승 1무로 앞서 있다. 비기거나 진다면 사실상 16강은 물 건너가는 것으로 보는 게 마음 편하다.

그리스는 공격보다 수비 지향적인 팀이다. 유로(유럽축구선수권) 2004에서 우승할 때 프랑스(8강)와 체코(4강), 포르투갈(결승) 등 강호들이 단 한 점을 뽑아내지 못하고 줄줄이 0대 1로 졌다. 6년이 흐른 지금도 그리스 축구 색깔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2004년 당시 주전 수비수는 대부분 유니폼을 벗었지만 그 자리를 소티리오스 키르기아코스(31·193cm), 반젤리스 모라스(29·196cm), 소크라티스 파파스타소폴루스(22·188cm) 등 장신 수비수가 채웠다.

한준희 KBS해설위원은 “그리스는 공격을 할 때도 무게중심은 수비에 가 있는 팀”이라고 분석한다. 주로 중앙에 있는 모라스가 전체적으로 수비를 지휘하고 키르기아코스나 파파스타소폴루스가 강력한 대인방어를 펼친다. 플레이가 투박하고 정상급 스타도 없다는 평가지만, ‘통곡의 벽’으로 불리는 이 단단한 수비는 그리스를 축구 변방에서 중심으로 끌어올린 무기다.

첫 경기에서 승점 3점을 노리는 한국은 장신 수비수를 넘어야만 한다. 전문가들은 “측면 돌파 이후 낮고 빠른 크로스가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크로스가 높아지면 제공권에서 밀리는 한국이 고전한다는 얘기다. 동시에 그리스의 유기적인 ‘그물망 수비’를 뚫으려면 철저히 약속된 공격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훈련을 통해 1대 1, 2대 1, 삼각 패스 등을 시도해 상대의 조직적인 수비를 돌파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빠른 드리블과 순간적인 움직임이 필수다. 대표팀에서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오른쪽 날개 이청용과 최전방 공격수 박주영, 이근호 등이 큰 구실을 해야 할 경기인 셈이다.

일부에서는 그리스의 장신 수비수에 대응하면서도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을 ‘타깃형 스트라이커’(상대 지역에서 머리 등으로 크로스를 받아 슈팅을 하든지 다시 빼줄 수 있는 장신 공격수)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국내파 장신인 이동국(31·전북·187cm)과 정성훈(31·부산·190cm), 신예 김신욱(22·울산·196cm) 등이 주목받는 이유다.

아르헨티나 先수비 後역습 노려야

6월17일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에서 만날 아르헨티나는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최강이자 우승 후보. 기죽을 필요는 없지만 한국이 한 수 아래라는 점을 부인하기 힘들다. 아르헨티나는 12일 나이지리아와 1차전을 벌이기 때문에 이 경기 결과가 한국전에 영향을 미친다. 아르헨티나가 나이지리아를 이긴다면 한국과는 비교적 쉽게 경기를 펼칠 것이고 비기거나 진다면 한국을 첫 승의 제물로 생각할 것이다. 어쨌든 한국으로선 아르헨티나에 패하지 않는 전략이 가장 현실적이다.

한국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선(先)수비, 후(後)역습’을 노려야 한다. 아르헨티나 공격라인은 화려하다. 리오넬 메시(23·바르셀로나)는 2009년 FIFA 올해의 선수로 세계 최고의 공격수. 비교적 작은 키(169cm)지만 현란한 드리블과 재치 있는 플레이, 폭넓은 시야, 감각적인 슈팅 등에서 상대팀을 압도한다. 여기에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 세르히오 아구에로(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곤살로 이구아인(레알 마드리드), 디에고 밀리토(인터 밀란) 등 공격수도 빅리그에서 득점랭킹 상위에 올라 있다.

허정무 감독을 비롯한 축구 전문가들은 “개인기 좋은 아르헨티나를 일대일 수비로는 막기 힘들고 조직적인 그룹 수비를 펼쳐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공격수도 뛰어나기 때문에 메시를 막는 데만 집중하다가는 팀워크가 무너질 수 있다. 한준희 KBS해설위원은 “아르헨티나를 상대하려면 철저한 약속에 따른 이중삼중 수비 및 그룹 수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용형과 이정수 등이 이룬 중앙 수비가 자주 흔들리는 단점을 하루빨리 보완해야 하는 이유다.

나이지리아 넘으면 금상첨화

6월23일 더반 모세스 마비다 스타디움에서 만나는 나이지리아 경기는 변수가 많다. 한국이나 나이지리아가 이미 16강에 좌절됐다면 아주 싱거운 경기가 될 것이다. 두 팀 중 한 팀이 좌절돼도 마찬가지. 반면 두 팀 모두 이 경기로 16강 진출이 결정된다면 불꽃 튀는 일전이 될 것이다. 후자를 가정하고 한국이 나이지리아를 넘어설 가능성을 분석해보자.

‘슈퍼 이글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전통의 강호다. 특유의 신체적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대표선수 대부분이 잉글랜드, 스페인 등 유럽 리그에서 뛰고 있다. 한국이 나이지리아와의 맞대결에서 2승 1무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은 잊어야 한다. 아프리카 팀들은 예측 불가능한 경기를 펼친다. 1992년 그레이엄 테일러 잉글랜드 감독은 아프리카 팀과 경기를 치른 뒤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도대체 저 검은 축구 천재들은 어디서 나타났는가. 브라질 선수들 못지않은 깜짝 놀랄 개인기, 용수철처럼 통통 튀는 탄력, 건장한 체격…. 어디 하나 나무랄 데가 없었다.”

나이지리아는 측면 공격수 오사즈 피터 오뎀윙기(29·로코모티브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스트라이커 야쿠부 아예그베니(28·에버튼), 오바페미 마르틴스(26·볼프스부르크) 등이 이끄는 공격라인의 파괴력이 좋다. 특히 오뎀윙기는 러시아 어머니와 나이지리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2004년부터 A매치 32경기에서 6골을 터뜨린 나이지리아 공격의 핵으로 지역을 가리지 않고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며, 날카롭게 날리는 슈팅이 위협적이다. 결국 한국으로선 이들의 공격을 어떻게 막아내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하지만 나이지리아의 공격이 지나치게 개인기 위주로 펼쳐지는 것이 한국에 유리할 전망이다. 이는 테일러 감독이 이미 아프리카 축구에 대해 “조직력과 수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11명 모두가 오직 공격 또 공격이었다. 수비진의 유기적인 플레이라는 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국은 철저히 조직력을 강조하기 때문에 나이지리아의 허술한 공격과 수비를 잘 요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최근 나이지리아 사령탑에 오른 스웨덴 출신 라르스 라예르베크 감독(62)이 얼마나 조직력을 가다듬을지는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개인기에 조직력이 조화된다면 한국으로선 승산이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특명! 첫판 그리스 반드시 잡아라
수비조직력을 다듬어야 16강 승산

해외 축구전문가들이나 AP 등 외신들은 세기(細技)와 수비조직력을 한국의 약점으로 지적한다. 득점력을 박주영에게만 의존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고, 조용형과 이정수 등이 주전으로 뛰는 센터백 라인은 유럽 팀들과의 경기에서 세트 피스에 문제점을 노출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한다. 예선에서 무패 행진을 달렸지만 그중에는 실망스러운 무승부도 많았다며, 내실 있는 기록은 아니라고 본다. 결국 한국은 상대에 대한 맞춤전략을 짜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약점으로 꼽히는 세기와 수비조직력을 보완해야 안정적인 경기를 펼칠 수 있다.

해외의 시각은 한국의 16강 진출에 부정적이다. FIFA의 B조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에 이어 조 3위다. FIFA는 아프리카 선수들 특유의 다재다능한 재능 때문에 나이지리아를 2위에 놓았다. 축구 전문매체인 ‘골닷컴’이 분석한 한국의 16강 가능성은 27.6%. 아르헨티나(79.1%), 나이지리아(47.3%), 그리스(46.1%)에 모두 뒤진다.

미래를 예상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다만 한국 팬의 처지에서 ‘대~한민국’을 외치며 월드컵 꿈을 꾸는 것 자체로 행복할 것이다. 태극전사들이 2002년 그랬듯이 해외의 부정적 전망을 무너뜨리며 승승장구한다면 더없이 기쁜 일이 아니겠는가. 대한민국 축구 파이팅!

한국 축구의 핵 양박(兩朴) 쌍용(雙龍)

지성·주영·청용·성용 발끝을 믿는다


특명! 첫판 그리스 반드시 잡아라
유럽파는 대표팀의 가장 큰 무기다. ‘양박쌍용’(박지성,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사진 왼쪽부터)으로 대표되는 유럽파 4인방이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의 희망이다. 박문성 SBS해설위원은 “국내에서 해외파의 비중이 이렇게까지 절대적이었던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유럽파의 발끝에 한국 성적의 50% 이상이 걸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표팀의 ‘캡틴’ 박지성은 ‘양박쌍용’의 대표주자. 스포츠 주간지인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이하 SI)는 2월25일 월드컵에 참가하는 허정무호를 집중 분석하며 대표팀의 주장인 박지성을 가장 주목했다. SI는 “2008년 10월부터 주장 완장을 찬 박지성은 대표팀에서 특별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월드컵 예선 동안 다섯 골을 터뜨리며 무패로 한국을 본선에 진출시켰다”라고 전했다. 특히 “박지성이 골을 터뜨리면 패하지 않아 대표팀에서는 부적과 같은 존재”라며 ‘지성불패’의 기록도 빼놓지 않았다.

‘축구 천재’ 박주영은 대표팀 골 결정력 가뭄을 시원하게 해소해줄 해결사다. 최근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지만 올 시즌 리그에서만 8골을 뽑아내는 등 물오른 골 감각을 과시한다. 골대를 거의 벗어나지 않는 정교한 슈팅도 그렇지만 다른 공격수들까지 살려주는 영리한 움직임이야말로 최대 장점. SI는 “박주영은 2004년 아시아 올해의 영플레이어를 수상하며 단숨에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부상했다. 4년 전 독일월드컵에서는 아쉬운 모습이었지만 현재는 ‘아시아의 로베르토 바조’로 평가받을 만큼 유럽 무대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쌍용’ 이청용과 기성용은 대표팀의 대들보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특히 ‘블루 드래곤’ 이청용의 올 시즌은 눈부시다. 한준희 KBS해설위원은 “이청용은 빠른 스피드와 화려한 개인기에 창의적인 플레이까지 더해 ‘완성형 선수’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침착한 성격에 기복 없는 플레이는 월드컵 같은 큰 무대에서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청용이 대표팀의 ‘발’이라면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에서 주전으로 자리잡은 기성용은 ‘머리’다. 창조적인 패스에 정교한 중거리 슛 능력을 바탕으로 대표팀 중원의 사령관으로 활약할 전망이다. 곱상한 외모와 달리 큰 경기에서 더욱 투쟁심이 불타오른다.




주간동아 2010.03.16 727호 (p64~67)

  • 양종구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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