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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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고령화 시대의 비극 ‘파킨슨병’ / 치매처럼 정부의 사회적 지원을!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 정책 간담회…10년 새 국내 환자 2.5배 늘어도 지원은 전무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7-04-12 10:4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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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문학적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노인성 질환이 차기 정부의 보건 분야 핵심 어젠다로 부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치매 국가책임제’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는 상황. 특히 치매, 뇌졸중(중풍)과 함께 3대 노인성 질환으로 꼽히는 파킨슨병은 고령화에 따라 환자 수가 지속적인 증가 추세에 있지만 사회적 관심과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 파킨슨병 환자 수는 2004년 3만9265명에서 지난해 9만6499명으로 약 2.5배 늘었고(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 치료에 들어간 의료비는 연평균 21%씩 증가해 지난해에는 약 2249억 원에 이르렀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이와 관련해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는 파킨슨병이 세상에 알려진 지 200주년이 되는 해를 맞아 3월 31일 파킨슨병에 대한 정책지원의 필요성을 촉구하는 정책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병 위해 환자 가족 20% 직장 그만둬

    파킨슨병은 1817년 영국 제임스 파킨슨 박사가 자신의 저서 ‘An Essay on the Shaking Palsy’에서 ‘떨림 마비’에 대해 체계적으로 기술하면서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병명도 박사의 성에서 따온 것. 파킨슨병은 병명이 붙은 이후에야 비로소 체계적인 연구와 치료가 시작됐다.

    파킨슨병은 뇌의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이 소실되면서 발생하는데, 손발이 떨리고 몸이 굳으며 행동이 느려지고 말을 잘 못하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환자는 보통 ‘몸이 뻣뻣하게 굳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거나 ‘걷다가 갑자기 발이 멈춰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이처럼 파킨슨병 환자는 스스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데다 사람들의 편견으로 사회활동이 제한돼 삶의 질이 급격히 저하되는 경험을 한다. 흔히 중풍으로 알려진 뇌졸중 환자보다 파킨슨병 환자의 삶의 질이 14% 더 낮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타인의 도움 없이는 간단한 일상생활조차 어려운 중증 파킨슨병 환자의 경우 그 가족 역시 상당한 부담감과 우울감, 불안감을 경험한다. 병이 진행될수록 간병에 대한 부담이 가중돼 환자 보호자가 심리치료를 받기도 한다.

    최근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가 전국 파킨슨병 환자와 보호자 85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보호자의 67%가 ‘간병에 대한 부담’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만큼 간병에 따른 보호자의 경제적 부담과 정서적 고통이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보호자의 62.9%는 자녀, 사위, 며느리 등 ‘자녀세대’이며, 이들의 절반가량이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병원 방문 등 보호자의 시간적 부담 또한 큰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가족이 환자를 간병하는 데 드는 시간이 일주일에 약 22시간으로, 가족 5명 중 1명은 파킨슨병 환자를 간병하고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환자 가족의 간병 부담이 큰 질환임에도 파킨슨병에 대한 정부의 사회적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가 발표한 200주년 기념 보고서에 따르면 치매는 의료적 측면(의료비, 치료관리비, 노인장기요양서비스, 치매검진사업, 공립요양병원 운영 및 치매거점병원 지정)과 사회적 측면(치매지원센터, 노인돌봄종합서비스, 재가급여, 치매가족휴가지원제도, 배회 가능 어르신 인식표 나눠드리기 사업)을 전반적으로 고려한 정책이 마련된 반면, 파킨슨병은 의료적 측면에만 지원이 국한돼 있다.

    3월 31일 진행된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의 파킨슨병 200주년 기념 정책 간담회에서 조진환 삼성서울병원 교수(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 정책이사)는 “우리나라는 파킨슨병 환자에게 산정특례제도와 희귀난치성 질환자 의료비지원제도를 통해 의료비를 상당 부분 지원하고 있으나 간병에 필요한 사회적 지원은 매우 미흡하다”며 “현 의료비지원제도를 유지하는 한편, 높은 간병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사회적 지지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파킨슨병은 가계경제를 책임지는 40, 50대의 발병률이 치매와 비교해 약 9배 높을 뿐 아니라, 중증의 경우 인지장애와 신체장애 등 복합적인 장애가 발생해 환자는 물론 가계의 부담도 극심하다. 고령화의 영향으로 파킨슨병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음을 고려해 국가적 차원의 지원센터 운영 및 가족휴가지원제도 등 치매와 비슷한 수준의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인 환자에게 맞는 치료 연구지원 이뤄져야

    국내 파킨슨병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한국인에게 맞는 치료법 개발 등 국내 연구가 미흡하다는 점도 문제다. 최근 3년 동안 질병관리본부의 국가 연구개발(R&D)사업을 보면 전체 학술연구개발 용역 연구비 785억 원 중 뇌질환 관련 연구비는 26억 원으로 3%가량에 불과했으며, 파킨슨병 관련 연구비는 아예 전무했다. 우리나라 뇌질환 관련 1년 연구지원금(지난해 기준 약 12억4000만 원)은 뇌질환 발생 건수가 비슷한 호주의 연구지원금(2014년 기준 약 87억 원)과 비교해 상당히 부족한 수준이다.


    현재 진행 중인 파킨슨병 관련 연구도 줄기세포 치료 등 첨단연구에 제한적으로 초점을 두고 있어, 국가 단위의 역학연구와 환자 삶의 질 등 기초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질환 현황 및 위험 요소 등 한국인 맞춤형 데이터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근거에 기반을 둔 치료법 개발과 정책 수립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 총무이사를 맡고 있는 김중석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교수는 “우리의 의료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려면 한국인의 파킨슨병 현황, 위험 요소 및 발병 원인 등에 대한 기초연구와 첨단연구 간 균형적인 연구투자가 필요하다”며 “파킨슨병 기초연구는 치료법 개발 및 정책 수립의 기반이자 궁극적으로는 환자와 보호자의 삶의 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 마련의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고령화에 따라 앞으로도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 이제 우리나라도 해외 여러 국가처럼 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시점이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장인 김희태 한양대병원 교수는 “파킨슨병이 발견된 과거 1817년과 2017년의 오늘, 200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수많은 환자와 보호자가 투병의 어려움으로 고통받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파킨슨병 환자와 보호자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국가적 차원의 관심과 정책 지원이 확대되기를 기대하며 나아가 관련 국내 연구도 활성화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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