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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한식 요리, 세계인에게 먹여야죠”

  • 이혜민 기자 behappy@donga.com

“나만의 한식 요리, 세계인에게 먹여야죠”

“나만의 한식 요리, 세계인에게 먹여야죠”
호텔 요리는 눈과 입으로 먹는다. 요리는 미각을 넘어 시각의 예술이다. 요리사로는 처음으로 석탑산업훈장을 수상한 롯데호텔서울 이병우 총주방장(55)도 그랬다. 왼쪽 가슴에 ‘Lotte Hotel Executive Chef Lee Byung Woo’라고 새겨진 옷을 입고 고집스러워 뵈는 뿔테 안경을 낀 채 수시로 미간을 찌푸리는 그는 감각적이었다. 그가 만들었다는 회덮밥에는 갈색빛 연어알, 흰 광어, 분홍 우엉, 노란 계란찜, 초록 새싹이 검정 질그릇에 소담스레 담겨 있다.

3남1녀 중 막내로, 일 나간 엄마를 대신해 음식을 만들던 꼬마는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서린호텔과 도쿄호텔을 보며 관광업에 종사하겠다는 막연한 꿈을 품었다. 마침 요리를 좋아해 경희호텔경영전문대 조리과에 다녔고(1981년 졸업), 우연히 영화에서 ‘불란서 요리’를 하는 ‘셰프’의 근사함을 알아채곤 저거다 싶어 당장 프랑스로 달려가 ‘에콜 드 포로르’에서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웠다.

돌아오자마자 롯데호텔에 입사해(1982년) ‘프린스 유진’ ‘메트로폴리탄’ 등 롯데호텔의 간판 양식당을 거쳤으며, 지금은 10년째 롯데호텔 전 세계 13개 레스토랑을 총괄하면서 후배 양성에 힘 쏟고 있다. 지난해 롯데호텔서울 박성훈 요리사(19)가 아시아인 최초로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요리 부문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도 8개월간 요리법과 진열법을 집중 지도한 덕분이다. 그의 저력은 바로 ‘나만의 스타일’이다.

“요리의 정체성을 살리는 게 목표라고 생각했습니다. 음식 놓는 법, 그릇 사용법도 중요하지만, 자신만의 맛을 끌어내는 게 가장 중요하죠. 그래서 저에게 가장 익숙한 재료인 고추장, 된장을 살짝 가미하면서 제 맛을 찾아냈습니다. 느끼한 거위 간에 고추장을 발랐더니 거위 간의 담백한 맛을 살릴 수 있었죠.”

그는 1996년 ‘된장 섞은 크림소스를 곁들인 푸아그라 고추장 구이’를 선보여 ‘아시아의 위대한 주방장상’을 수상했다. 92년에는 서울시내 특급 호텔 요리사들을 이끌고 제8회 싱가포르 살롱퀼리네르에 참가해 찬 요리 부문 금메달, 더운 요리 부문 은메달을 차지하며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한식세계화추진위원이기도 한 그는 나만의 스타일로 한식 세계화에 도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찬 음식보다 더운 음식이 발전했어요. 곡물을 즐겨 먹는 데다 즉석에서 구워먹는 문화도 있죠. 전골, 불고기, 갈비구이가 한국 음식의 아이콘이 될 수 있는 건 이런 특징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젠 이 음식들을 글로벌 수준에 맞추는 게 중요해요. 위생적이면서도 세련되고, 건강에 좋은 음식을 만드는 겁니다.”

그의 새로운 꿈은 조리학교를 세우는 것이다. 요리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농사짓는 법부터 가르쳐, 식재료 특성에 가장 적합한 조리방법을 찾게끔 하고 싶다. 감성을 일깨우기 위해 직접 나무탁자를 만들기도 한다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가장 좋아하는 요리’가 뭔지 물었다.

“당연히 사랑하는 아내가 해주는 요리죠. 저도 집에서는 요리 안 해요.(웃음)”



주간동아 2010.01.19 720호 (p84~84)

이혜민 기자 behapp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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