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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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코리아’ 격동의 시대

시장 포화에 외국 업체 거센 도전, ‘도약이냐 추락이냐’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0-01-12 11: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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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바일 코리아’ 격동의 시대
    “우리가 프랑스에 비해 불리한 상황이었는데도 원전 수주에 성공한 것은 원자력 기술 외에 정보통신, 제조업 기술, 인력개발 등에서 프랑스보다 발전했다는 인식이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한승수 전 국무총리의 말처럼 400억 달러(약 47조원)에 달하는 원전 수출 성공에는 이동통신산업도 한몫을 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산유국이지만 수십 년 뒤 ‘포스트 오일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동통신산업으로 대표되는 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가진 한국에 주목했다는 후문이다.

    단군 이래 최고의 히트산업 ‘눈부신 성과’

    1984년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 전신)이 차량전화 서비스를 시작한 것으로 국내 이동통신산업의 첫 관문을 열었다. 이후 이동통신산업의 두 축인 이동통신 서비스업과 휴대전화 제조업은 성장을 거듭했다.

    휴대전화 1대 가격이 400여 만원으로 자동차 1대 값에 육박했던 것에서 이제 30만원 안팎이면 보유가 가능하다. 초기 금성전기, 대영전기, 현대전기, 동양정밀공업에서 출시한, 4종에 그치던 휴대전화 종류도 오늘날 연간 70종 넘게 출시되고 있다.



    휴대전화 수출은 1998년 외환위기 극복에 톡톡히 기여를 했다. 지금까지도 수출 호조를 이끄는 최첨병 구실을 한다. 지식경제부 통계포털에 따르면 2008년 정보통신 기기의 수출액은 1195여억 달러이고, 이 가운데 휴대전화(CDMA, WCDMA, 휴대전화 부분품 등 포함) 수출은 334여억 달러(28%)에 이른다. 2009년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판매된 휴대전화 3대 중 1대는 한국 제품이다.

    국내 이동전화 서비스는 2000년부터 지난 9년 동안 연평균 가입자 증가율 9%, 매출액 증가율 8% 등 고성장을 계속했다. 또한 이동통신산업은 이동전화 서비스업뿐 아니라 단말기 등 장비산업, 소프트웨어산업 등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다. 전 세계 이동통신사업자 연합회인 ‘GSM협회’가 내놓은 ‘아시아·태평양지역 이동통신산업 전망’ 백서에 따르면, 2008년 한 해만 해도 국내 이동통신산업이 창출한 고용 규모는 30만명에 육박한다.

    삼성경제연구소 손민중 연구원은 “2000∼2007년 중 한국 통신업의 고용 증가율은 연평균 5.75%로, OECD 평균 증가율(0.04%)을 크게 상회해 OECD 국가 중 1위”라고 설명했다.

    이동통신산업은 단군 이래 최고의 히트산업이라 불릴 만큼 한국 경제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1960년대 경공업, 1970~80년대 중화학공업, 1990년대 반도체, 조선, 자동차가 한국 경제를 이끌어왔다면 2000년대는 단연코 이동통신산업이 한국 경제의 성장축으로 자리매김했다. 모바일 게임산업, 디지털 음악산업 등 관련 산업의 성장도 눈부시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성장을 거듭해온 국내 이동통신산업은 도약이냐 추락이냐 기로에 서 있다. 특히 이동통신 서비스 분야는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이 됐습니다.”

    한 이동통신사(이하 통신사) 관계자의 고백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가 지난 12월 발표한 ‘2010 방송통신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는 2009년 대비 약 2.8% 증가한 4951만명으로, 인구 대비 보급률이 101%에 달한다. 여기에 제4 통신사의 출현이 가시화되면서 통신사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무선음성 중심의 매출도 정체 상태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의 위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무선음성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약 1.8% 마이너스 성장한 17조5000억원에 그치는 대신, 무선인터넷 시장이 약 16.5% 성장해 무선음성 시장의 감소분을 메울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코리아’ 격동의 시대
    기업들은 국내 시장의 포화를 해외 진출로 만회하려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세계 2, 3위를 자랑하는 단말기와 달리 이동전화 서비스업의 해외 진출은 미미하다. 국내 1위 통신사인 SK텔레콤이 미국 진출을 위해 힐리오(Helio)를 설립하고 중국 시장을 겨냥한 차이나유니콤 지분 매입, 베트남 진출 등을 모색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통신기술 발전으로 유무선은 물론 방송 등 이종산업 간 컨버전스 서비스가 통신 시장을 송두리째 변화시키고 있는데 한국은 ‘우물 안 개구리’이다. 2009년 12월 제4세대 이동통신 기술이 화려하게 막이 올랐지만 2, 3세대에 이어 4세대까지 주도권은 유럽이 쥐고 있는 양상이다.

    휴대전화 제조업 역시 화려한 성장 이면에 불안 요인을 안고 있다. 2009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휴대전화 판매량이 2억대와 1억대 고지를 돌파하며 세계 2, 3위를 굳건히 지켰다. 이런 선전에도 국산 부품 탑재비율과 기술경쟁력은 여전히 저조하다. 2009년 10월5일 방송통신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산 휴대전화의 무선통신칩, 베이스밴드, 위성항법장치(GPS)칩 및 각종 센서칩 같은 분야의 국산부품 채용률은 0%로 기술경쟁력이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표 참조).

    ‘모바일 코리아’ 격동의 시대

    이동통신산업은 1998년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데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휴대전화 단말기 수출액은 지금도 정보기기 수출액의 30%에 달한다.

    판매량은 노키아에 밀리고, 수익성은 애플에 뒤져

    원천기술 부족은 막대한 해외 로열티 지급으로 이어진다. 1995년 CDMA 상용화 이후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 퀄컴에 지불한 로열티는 약 3조원. 현재 퀄컴에 대한 로열티는 내수용은 단말기 가격의 5.25%를 13년, 수출용은 5.75%를 15년 동안 지불하고 있다. 재주는 곰(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해외 원천기술업체)이 챙기는 격이다.

    휴대전화 제조업체 관계자는 “휴대전화의 카메라, LCD, 안테나 등의 국산 부품 채용률은 80%에 육박하고 기술경쟁률도 선진국들과 대등하다”며 “제조사들도 핵심 기술의 해외 의존도를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향후 차세대 이동통신 분야의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개발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휴대전화는 제품주기가 2년도 채 되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소비자 기호에 맞는 제품을 내놓지 않으면 지금의 순위는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하다. 한때 세계 2위였던 모토로라도 지금은 LG전자에 자리를 내주고 업계 4위로 떨어졌다. 레이저폰으로 단일 모델 사상 최대 판매량을 기록한 이후 후속 히트작을 내지 못했기 때문.

    부동의 1위인 노키아도 2003년 4분기부터 2004년 2분기까지 저가제품에 안주한 나머지 고급 사양의 멀티미디어 플랫폼을 준비하지 못해 시장점유율과 영업이익이 크게 하락했다.

    노키아와 모토로라는 전열을 정비해 호시탐탐 국내 시장을 노리고 있다. 산업연구원 김종기 연구위원은 “2010년에는 애플뿐 아니라 스마트폰에 주춤했던 노키아, 모토로라 등도 활발하게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과거처럼 국내 업체들이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휴대전화의 화두는 2009년에 이어 스마트폰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스마트폰 비중은 약 12%다. 업계는 2012년 비중이 25%로 확대되고,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3억4000만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종전 글로벌 휴대전화 빅5인 노키아,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에릭슨, 모토로라가 판매량에서는 월등히 앞서지만 애플과 림(RIM) 등의 스마트폰 업체보다 수익성은 떨어진다. 시장조사기관 번스타인 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상반기에만 매출 50억9400만 달러에 20억38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매출만 따지면 업계 전체 5위이며 삼성전자 매출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체 휴대전화 시장에서 발생한 수익의 32%를 가져가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가 2009년 상반기 휴대전화를 팔아 얻은 수익의 2배에 달한다. 세계적 돌풍을 일으켰던 아이폰 덕분이다. 애플은 아이폰 판매를 통해 독점계약을 맺은 통신사로부터 통신사용료의 일부를 가져감으로써 다른 업체보다 수익성이 월등히 높았다.

    통신사·제조사 “변하지 않으면 공멸”

    국내 제조업체들은 스마트폰으로 재편되는 추세에 한발 늦게 뛰어들어 아직까지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임태윤 수석연구원은 “국내 업체들은 터치폰이나 아몰레드폰 등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최근 수요가 급증하는 스마트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휴대전화 업체들의 실적이 좌우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국내 제조업체들은 해외 업체의 거센 역공에 대비해 다양한 스마트폰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시장지배력을 강화해간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터치폰 모델을 다양화하고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 주요 사업자와 프로모션을 강화하는 한편 △국가별 특성에 맞는 특화 제품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일반 휴대전화 단말기와 더불어 2010년 20여 종의 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LG전자는 미국에서 최초로 퀄컴 ‘스냅드래건(Snapdragon)’ 프로세서에 윈도모바일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폰 ‘엑스포’(eXpo, LG GW820)를 선보였다.

    한편 소리 없이 다가오는 위기에 다급해진 통신사들은 ‘소비자 중심’이라는 화두를 전면에 내세웠다. 2009년 9월27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동통신 3사와 협의한 ‘이동전화 요금인하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이 방안에는 가입비 인하, 장기이용 의무약정 고객에 대한 기본료 인하, 무선데이터 요금 인하 등이 담겨 있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SK텔레콤이 3월부터 도입하겠다고 밝힌 ‘초당과금제’이다. 초당과금제란 현재 10초당 ‘18원’ 대신 1초당 ‘1.8원’으로 과금하는 것을 말한다.

    무선음성을 대신해 무선인터넷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전망이다. KT는 2010년 무선통신 부문 매출 중 무선데이터 매출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미 LG텔레콤은 무선인터넷 서비스 OZ가 누적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하면서 무선인터넷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또한 ‘통신+금융’ ‘통신+에너지’ ‘통신+자동차’ 등 이종산업과의 융합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SK텔레콤은 휴대전화에 신용카드 정보와 멤버십 카드를 넣어 휴대전화 하나로 각종 카드 업무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KT 역시 우리은행과 신한카드가 보유하고 있는 BC카드 지분을 매각하기로 하자 공개 인수에 나섰다. 금융업과의 합작으로 융합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이다.

    2009년 한 해 국내 이동통신산업은 KT-KTF 합병을 시작으로 파격적 요금인하, 그린 IT 국가전략 수립, 아이폰 국내 상륙 등 많은 변화가 이어졌다. 2010년도 2009년 못지않은 이동통신산업의 격변이 예상된다.

    오늘의 이동통신산업 강국이 5년 뒤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바일 강국 대한민국’이 ‘한여름 밤의 꿈’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의 이동통신산업은 기로에 서 있다.

    중국 이동통신산업의 질주

    ‘통신 공한증(恐韓症)은 없다” 맹추격


    한국의 주력산업은 여러모로 중국의 추격을 받고 있다. 이동통신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은 ‘공한증은 없다’며 무서운 기세로 질주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이동통신 시장이다. 중국의 공업화신식화부의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휴대전화 이용자는 2009년 8월 말 현재 7억1000만명으로 조사됐다. 연간 휴대전화 판매량은 2억대를 넘는다.

    2008년 5월 중국정부는 기존의 6개 통신사업자를 차이나 모바일, 차이나 유니콤, 차이나 텔레콤 3곳으로 재편했다. 한국, 유럽 등 세계적 추세에는 뒤지지만 중국 통신사업자들은 3G 네트워크 구축을 일단락하며 3G 서비스 제공을 가속화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3G는 차이나 모바일의 TD-SCDMA와 차이나 유니콤의 W-CDMA, 차이나 텔레콤의 CDMA2000 등 3개 방식이 존재한다.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은 노키아,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이 시장을 선도한다. 중국에서 판매되는 휴대전화의 절반가량을 이들 글로벌 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것. 나머지 절반은 ‘샨짜이지’라 불리는 브랜드가 없는 불법 휴대전화가 차지하고 있다. 소규모 공장에서 제작돼 무보증, 메이커 미상, 저가격대가 특징이다.

    중국 휴대전화 제조업계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저가 휴대전화 시장에서는 위력을 발휘하지만 글로벌 경쟁력은 미미하다. 하지만 중국 통신업계는 해외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했다.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의 국내 시장 진출도 가시화된 상황이다. 최근 화웨이는 KT가 기존 와이브로망을 전국 84개 시로 확대하는 내용의 와이브로 확장사업 입찰제안서를 발주한 데 참여했다.

    이미 화웨이는 세계 와이브로 장비 시장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까지 화웨이는 미국, 독일, 싱가포르, 필리핀, 스페인, 호주 등 전 세계적으로 58곳에서 와이브로를 구축했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 앤드 설리반(Frost & Sullivan)’에 따르면, 화웨이는 2009년 7월 기준으로 와이브로 장비에서 31%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세계 1위를 차지했다.

    4세대 이동통신사업에서도 화웨이의 활약이 돋보인다. 2009년 12월 스웨덴 스톡홀롬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에릭슨과 화웨이가 유럽 최대 통신사 중 하나인 텔리아소네라와 손잡고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에릭슨과 화웨이는 통신 장비를 공급하고 삼성전자는 단말기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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