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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사랑할수록 더 행복해져요”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자신을 사랑할수록 더 행복해져요”

“자신을 사랑할수록 더 행복해져요”
“‘과거의 나에게 조언하라’는 과제가 있었어요. 그땐 죽을 것처럼 힘들었던 일도 지금 바라보니 아무렇지도 않은 거예요. ‘냉철하게’ 조언할 수 있었죠. 다른 사람들도 과거에 저와 비슷한 실수를 했고 지금의 저와 비슷한 조언을 하는 걸 보면서 왠지 모를 위안도 받았어요.”

MBC 아나운서 김지은(40) 씨에겐 ‘예술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닌다. 홍익대 대학원에서 예술학을 전공했고, 2008년 미국 뉴욕 크리스티 대학원에서 미술시장, 감정, 경매, 미술이론 등에 대한 공부도 했으며, 예술서 ‘서늘한 미인’ ‘예술가의 방’을 내기도 했으니 전문가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최근 그는 독특한 예술 프로젝트인 ‘나를 더 사랑하는 법’을 번역, 출간해 화제를 모은다.

‘나를 더 사랑하는 법’은 예술가이자 영화감독인 미란다 줄라이와 해럴 플레처 두 사람이 2002년부터 8년째 웹사이트를 통해 사람들에게 과제를 내고, 그 답변을 받는 프로젝트다. 즉 ‘낯선 사람들에게 손을 잡게 한 후 그 모습을 사진에 담기’ ‘부모님이 키스하는 모습 사진 찍기’ ‘중요한 날 입었던 옷 찍기’ ‘과거의 나에게 조언하기’ 등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과제 63개를 제시했고, 이에 국적·나이·성별·직업을 초월한 사람들이 자신의 진심을 담은 답변 5000여 개를 보내왔다. 2007년 미국 영국 등에서는 이 프로젝트를 엮은 책이 출간됐다.

김씨가 이 책을 처음 본 것은 2009년 뉴욕에서였다. 당시 여러 출판사에서 그에게 뉴욕 생활과 관련된 책을 내자고 제의했지만, 다 거절했다고 한다. 하루에 네댓 시간씩 자면서 공부하기도 바빴기 때문. 그런 와중에 한 출판사에서 ‘이 책을 번역, 출판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를 했지만, 처음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공부하다 쓰러져 잠든 후 깨어났는데, 이 책이 눈에 보이는 거예요. 한두 줄 보다 다 읽어버렸고, 별거 아닌 것 같은 대목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전 세계인의 내밀한 이야기를 보면서, 이들 역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예전엔 ‘나만 바보같이 못나게 행동하고 살아왔다’고 자책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그러고는 이 책을 번역해야겠다고 결심했죠.”



“자신을 사랑할수록 더 행복해져요”
김씨는 프로젝트 과제들을 하나하나 실천해봤다. 이 중 낯선 사람들에게 손을 잡게 한 후 그 모습을 사진에 담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제 말을 잘 들어줄 것 같은 인상 좋은 사람에게 ‘나를 더 사랑하는 법이라는 프로젝트를 하는데 도와달라’고 했더니, ‘왜 이런 걸 하냐’고 묻더군요. ‘과제를 하면서 나를 객관적으로 보게 되면 과거의 상처도 말끔히 치료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서 나를 더 사랑하고 싶다’고 대답했죠. 이상하게도 낯선 이에게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다 하게 되더군요. 그랬더니 그 사람 역시 흔쾌히 저를 도와줬어요. 자기도 자신을 더 사랑하고 싶다면서 말이죠.”

그는 단순히 번역을 하는 데만 그치지 않았다. 한국인들에게도 비슷한 과제를 주고 참여하도록 했다. ‘휴대전화에 늘 간직하는 문자 메시지나 사진에 대해 이야기해보기’ ‘소중한 사람에게 만들어준 도시락, 또는 잊을 수 없는 도시락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기’ 등 우리의 삶에 한층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과제 15개를 직접 만들었고, 2009년 가을 30일 동안 포털사이트를 통해 진행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600개가 넘는 응답이 올라왔고, 이 내용 역시 별책으로 묶었다.

“우리나라 사람들 이야기라 그런지 더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어요. 분명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그 속에 제 삶이 겹쳐졌죠. 신기한 일도 있었어요.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말 해보기’라는 과제가 있었는데, 저는 20세 때 첫사랑에게 그런 말을 했었죠. 그런데 그 첫사랑을 우연히 만났고, 제가 했던 과제와 유사한 대화를 나눴어요. 첫사랑이 여전히 멋진 사람이라는 게 정말 기뻤고요.(웃음)”

김씨는 지금 MBC 라디오 ‘Hi-Five, 허일후입니다’에서 ‘뉴욕 스토리’를 진행하고 있다. 뉴욕의 ‘핫’한 예술 현장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자신이 대학원에서 공부하며 겪은 각종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영어를 잘못 알아들어 창피를 당했던 일 등 실수담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과거엔 예쁜 모습만 보여주려고 했지만, 지금은 ‘망가졌던’ 일을 더 많이 이야기해요.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사람들 모두 망가지고 실수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죠. 이 책은 ‘읽는’ 책이 아니라 ‘하는’ 책입니다. 과제를 하나씩 하다 보면 ‘나를 더 사랑하고, 그로 인해 행복해지는 법’을 자연스레 깨닫게 될 거예요.”



주간동아 2009.12.29 717호 (p100~100)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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