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7

2009.12.29

민주당 반대는 4대강 아닌 3대강 사업?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9-12-22 14: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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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17일, 결국 우려하던 일이 터졌습니다.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단독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 구성을 저지하기 위해 국회 예결위회의장 위원장석을 점거한 겁니다. 여야 의원들은 서로 위원장석을 차지하려고 또다시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소위조차 구성되지 못한 상황이니 정부의 내년 예산안 논의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된 겁니다. 야당이 계수조정소위 구성을 저지하고자 예결위 회의장을 점거한 것은 1993년 이후 16년 만의 일이라고 합니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것은 4대강 예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여야 영수회담을 갖자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은 여야 영수회담과 소위 구성은 별개라고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끄떡도 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코펜하겐 기후협약 회의차 해외순방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귀국하는 19일까지 여야 대치국면은 쉽게 풀릴 가능성이 없어 보입니다.

    민주당이 이처럼 강하게 나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며칠 전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일부 예산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이 반대했지만 큰 마찰 없이 넘어갔습니다. 통과 직후 한 야당 의원실 보좌관이 “반대한 덕분에 지역구 다른 예산을 어느 정도 챙겼다”고 하더군요. 민주당이 예결위회의장 위원장석을 점거하기 이틀 전, 국회에서 만난 민주당 호남지역 한 의원 보좌관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민주당 반대는 4대강 아닌 3대강 사업?
    “우리는 1대강 사업은 찬성하는데, 3대강 사업은 반대예요.”

    전남 영산강 사업은 찬성하지만 나머지 강 사업은 반대한다는 이야기죠. 그 보좌관은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라며 ‘껄껄’ 웃었지만, 왠지 우스개로 들리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우여곡절 끝에 여야가 내년도 4대강 사업 예산을 통과시킨 후 어느 강에 예산이 집중됐는지, 한 번쯤 따져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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