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7

2009.08.04

실감 나는 CG, ‘관객 쓰나미’ 만들까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

  • 곽영진 영화평론가 7478383@hanmail.net

    입력2009-07-29 11: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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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감 나는 CG, ‘관객 쓰나미’ 만들까

    설경구(맨 왼쪽)와 하지원(맨 오른쪽) 등 개성파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가 돋보인다.

    요즘 한국에서 마케팅비를 포함해 총제작비 100억원 이하의 영화라면 블록버스터라고 부르기가 망설여진다. 평균 제작비 40억원, 1000만 관객 시대를 일찌감치 돌파한 한국영화의 비정상적 기준이나 거품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해양재난 블록버스터 ‘해운대’(감독 윤제균)는 고예산 중대형급 영화다. 지난 2년여 동안 140억원대의 순제작비가 투입되고 총제작비가 170억원대로 확장된 대작이다. 하지만 과연 흥행대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6월 말 현재 평균 극장요금 7000원을 기준으로 극장(50%)과 배급사, 진흥기금이 가져가는 몫을 제외하면 투자·제작사의 몫은 평균 40%인 2800원. 그렇다면 6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해야 영화 ‘해운대’가 손익분기점을 넘긴다는 얘기다.

    할리우드 CG영화 ‘트랜스포머’의 광풍이 멈출 때가 됐다 해도 관객 600만명 동원이 어디 쉬운 일인가. 상반기 ‘박쥐’ 230만명, ‘마더’ 300여 만명의 저조한 실적을 일단 염두에 두자. 그것이 ‘대박 감독’ 박찬욱과 봉준호의 흥행 기록이라면, ‘해운대’에 대한 낙관적 전망은 좀더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7월 초 극장요금이 8000원으로 약 14%나 기습 인상돼 손익분기점이 600만명에서 530만명으로 하향하는 행운을 만났음에도 말이다. 더욱이 ‘해운대’ 예고편 공개 이후 반신반의하는 반응과 더 나쁘게는 ‘예고편이 전부’라는 소문도 번졌다.



    하지만 시사회 반응 등을 통해 드러난 결과는 그리 나쁘지 않다. 한국형 재난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해운대’는 100만명이 운집한 휴가철의 해운대에 갑자기 강도 높은 지진이 발생하고 초대형 쓰나미가 몰려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영화다. 해운대 일대가 물에 잠기고 광안대교가 끊어지는 등 아비규환의 재난 스펙터클과 액션 스릴에 무게가 실린다.

    대재난 발생 이전까지 영화는 코미디 드라마로서 웃음과 감정의 빼어난 산출에 ‘전력’을 다한다. 해학을 좋아하며 정이 많고 한도 많은 한국 사람들의 정서를 파고들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윤제균 감독은 전작 ‘색즉시공’ ‘1번가의 기적’ 등에서 보여줬듯 B무비(B급영화)적 정서를 바탕으로 한 감정 포착능력이 뛰어나 코미디 장르에 재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상업영화인 점을 감안한다 해도 감정선과 그에 따른 대사가 지나치게 길게 처리된 것은 신파, 즉 감정의 과잉으로 느껴진다. 설경구 하지원 박중훈 엄정화 이민기 등 출연진도 화려하다. 아이 딸린 홀아비이자 ‘착한 망나니’ 역의 설경구, 무허가 횟집을 운영하는 ‘얼굴도 마음도 억수로 예쁜’ 아가씨 역 하지원은 자신의 진가를 어김없이 확인시킨다. 다양한 변신이 기대되는 충무로 스크린의 블루칩 이민기의 연기도 눈에 띈다.

    영화는 배우들의 다양한 캐릭터와 연기 그리고 CG와 사투리가 살아 있다. 기획 단계부터 완성도 높은 쓰나미 구현에 총력을 기울인 제작사 JK필름(전 두사부필름)은 순제작비의 절반인 70억원을 컴퓨터그래픽과 특수효과 등에 썼다. 이를 맡은 스태프는 공교롭게도 ‘차우’에서 CG를 담당한 할리우드 기술진이다. 참고로 순제작비 140억원이면 할리우드 재난영화의 평균 제작비 10%쯤에 해당한다고 한다.

    재난영화의 전례를 굳이 찾는다면 2000년도에 화재를 소재로 한 신현준 정준호 주연의 영화 ‘싸이렌’과 최민수 차승원 주연의 ‘리베라 메’ 등을 꼽을 수 있다. 두 영화 모두 흥행에 참패했다. ‘해운대’는 다행히 이들 영화보다는 선전할 것 같다. 사실상 국내 최초의 본격 재난 스펙터클이자 한 편의 코미디 드라마로서 관객 530만명은 넘어서지 않을까 조심스레 점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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