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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 행정의 배짱과 오만

외고 행정의 배짱과 오만

자녀를 외국어고등학교에 보내고 싶어 하는 학부모들이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사립대보다 비싸다는 ‘외고 학비’입니다. 상류층이라면 모를까, 가계에서 연간 1000만원을 망설임 없이 뚝 떼어낼 수 있는 가정은 흔치 않으니까요.

이런 학부모들에게 다소 도움이 되는 자료가 각 학교가 공개하는 예산서와 결산서입니다. 예산서는 수입과 지출 계획서이고, 결산서는 실제 집행한 예산 내역입니다. 이 안에는 수업료, 입학금, 방과후 학습비, 급식비, 스쿨버스비, 수학여행비 등이 게재돼 있어 언제 얼마를 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사립학교법은 회계연도 개시 전에 예산을, 회계연도 종료 후에 결산을 관할청에 보고하고 공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제31조 및 시행령 14조). 즉, 2009학년도가 시작되는 3월 이전에 모든 사립외고들은 2009학년도 예산서를 관할청에 보고하고 홈페이지에 게재해 누구나 볼 수 있게 해놓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특목고 취재를 하면서 서울지역 사립외고들이 이 같은 법을 지키지 않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일부 지방 사립외고도 마찬가지고요). 홈페이지에서 2008학년도 결산서나 2009학년도 예산서를 찾아볼 수가 없었던 거죠.

관할청인 서울시교육청에 이미 보고받았을 예산서 제공을 요청했더니, 그제야 부랴부랴 각 학교에서 제출받아 전달해줬습니다. 이참에 서울시교육청의 지적을 받고 홈페이지에 예산서 및 결산서를 올린 외고도 있고, 여전히 홈페이지 공시를 무시하는 외고도 있습니다. 각 항목의 총액만 적어놓고 1인당 비용은 ‘별첨’한다면서 정작 별첨 자료는 게재하지 않은 학교도 있습니다.



외고들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물었더니 ‘우리 학교 학부모도 아닌데 웬 관심이냐’는 반응입니다. 정 궁금하다면 학교를 방문해 학교운영위원회 회의록을 열람하라고 합니다. 예산서에 기록된 ‘유학반 특기적성비’ 내용을 질의했더니, 민감한 사안이라 외부인에겐 말해줄 수 없대요. 이처럼 외고 행정은 온통 비밀투성이였습니다.

외고 행정의 배짱과 오만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사립외고들이 법을 어긴 건 맞지만, 달리 제재 수단이 없어 관리감독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이런 외고 행정의 무성의함, 아니 오만함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자녀가 특목고에 합격만 한다면 노후대비 자금까지 기꺼이 내줄 대한민국 학부모들의 헌신적 자세에 슬쩍 기댄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일로 명문사학이라면 마땅히 갖춰야 할 책임감의 부재를 확인하게 돼 몹시 씁쓸한 기분입니다.



주간동아 2009.08.04 697호 (p82~82)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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