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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18개월에 시작하는 ‘영어정복’의 꿈 01

Toddler's English 전.성.시.대.

‘울트라 조기’ 영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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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 영재, 귀국 자녀 등을 겨냥한 브랜드들이 새롭게 도입되고 외국 교육자본이 유입되는 등 유아 영어교육 시장은 날로 다양화·세분화하고 있다. 사진은 유명 영어학원들의 수업, 교재, 교복 등과 5월23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조기유학 및 영어캠프 박람회’.

“첫째가 열한 살, 둘째가 여섯 살인데 5년 만에 세대차이가 나더라고요. 첫째가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만 해도 같은 반에 영어학원 유치부 출신이 25% 남짓이었는데 다음 해부터는 절반 이상으로 늘어났어요. 두 돌 무렵부터 영어를 가르치는 학원들이 생겨나면서는 한 살이라도 어릴 때부터 영어공부를 시키려는 엄마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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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 김은영(42·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씨는 최근 ‘강남 엄마’들의 가장 큰 관심사로 아주 어려서부터 영어학습을 시작하는 ‘울트라 조기’ 영어교육을 꼽았다.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는 ‘직장맘’ 김유진(43) 씨도 몇 년 새 확 달라진 분위기를 절감한다. 초등학교 2학년인 첫째에 이어 다섯 살인 둘째를 가까운 일반 유치원에 보냈는데, 첫째 때 일주일에 한 시간씩 책정된 영어 과목이 둘째 때는 5시간으로 늘어나 있더라는 것. 김씨는 “원어민 선생님까지 있어 일반 유치원에서도 영어학원 다니는 것 못지않은 효과를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2007년 프랜차이즈 영어학원과 관련한 석사논문을 발표한 윤사라(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씨는 유아·초등생을 합친 어린이 영어학원 시장 규모가 매년 30%씩 성장, 약 1조5000억원대에 달하게 됐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최근 늘어난 유아 영어교육 열풍을 반영하면 전체 시장 규모는 이보다 커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어린이 영어교육이 본격화한 것은 1990년대 초. 윤사라 씨는 특히 “YBM/ECC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어린이 전문 영어학원을 선보인 이래, 조기 영어교육 붐이 이어지면서 다양한 학원 브랜드들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현 정부가 초등학교 영어수업 시간을 2010년(3, 4학년)과 2011년(5, 6학년) 각각 1시간씩 확대하기로 하는 등 영어 공교육을 강화하면서 조기 영어교육붐이 한층 거세졌다는 분석도 많다. 6월3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올 9월부터 영어회화 전문강사 5000명을 선발해 학교 현장에 배치하고, 2011년까지 모든 학교에 영어수업 전용 공간을 설치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메리츠증권 김미연 교육담당 애널리스트는 “공교육 강화가 사교육 확대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지만, 학교 수업에 대비해 실력을 쌓으려는 수요가 많아 앞으로도 영어 조기교육과 관련된 사교육 시장 전망은 무척 밝다”고 말했다.

최근 유아 영어교육 시장의 트렌드는 영어학원은 일반 유치원의 인성교육 부분을, 일반 유치원은 영어학원의 영어 몰입교육 부분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점. ‘일반 유치원 아이들은 영어 실력이 부족하고, 영어학원 아이들은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학부모들의 ‘경험에서 얻은 우려’를 절충한 방안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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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영어학원에서는 사회성, 인성, 한글 등을 가르칠 유아교육 전공 교사를 전진 배치하고, 유치원들은 원어민 교사를 고용해 영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민주당 최재성 의원실이 전국 274개 사립 유치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의 95.6%인 262개 유치원에서 이미 영어교육을 실시하고, 전체 유치원의 43.9%는 원어민 교사를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치원으로 허가받은 교육기관에서 영어교육을 하는 것은 현행 유아교육법상 원칙적으로 불법이며, 학부모들 사이에 ‘영어유치원’으로 통칭되는 유아교육 과정은 ‘영어학원 유치부’가 정확한 표현이다.

한편 어린이 영어학원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다 보니 학부모들 역시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 현장 영어학원 교사들의 지적이다. 어린이 영어학원인 성북 SLP 정지선 원장은 “다행스런 것은 ‘금발머리의 백인 선생님, 북미식 발음’에 대한 학부모의 집착이 점차 낮아진다는 점”이라며 “교사의 배경보다 학습에 대한 열정, 자질 등을 먼저 평가하는 분위기가 학부모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무서운 속도로 확대되는 유아 영어교육 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동덕여대 아동학과 우남희 교수는 “2006년 영어학원 유치부에 1년 반 이상 다닌 어린이들과 영어를 접하지 않은 공동육아시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창의력을 비교, 측정해본 결과 언어 창의력 등에서 영어학원 출신 아이들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익숙한 한국어로 창의력을 개발할 나이에 외국어가 끼어들어 사고 수준을 저하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아 영어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듯하다. 또 언어의 특수성 때문에 조기교육의 장점 또한 적지 않다는 것이 학원 교사들의 공통된 ‘항변’이다. 생후 18개월~5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영어학원인 ‘애플트리’(압구정) 정윤혜 원장은 “2~5세가 모국어와 외국어를 가장 자연스럽게 동시에 익힐 수 있는 시기”라고 주장했다. 유아교육 전문가들은 이에 “부모와 교사들이 성장발달 단계, 스트레스 지수 등을 면밀히 살펴 아이들이 무리하지 않고 즐겁게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주간동아 2009.06.16 690호 (p12~13)

  •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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