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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과 피아제

노무현과 피아제

정치와 명품의 공통점은 ‘권력(power)’입니다. 정치가 권력인 것은 부연 설명이 필요치 않겠지만 명품의 본질도 권력이라니, 다소 생소하다고요? 자본주의 시대의 권력은 자본과 외적 이미지이고, 명품은 이러한 힘을 과시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라는 사실을 곱씹어보면 그 이유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태생적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활동 무대는 판이한 명품과 정치가 한 꼭짓점에서 만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명품이 정치적 뇌물로 쓰이는 경우입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명품과 정치의 ‘동반자적 관계’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은 중국입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매년 3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전후해 베이징 명품업체들의 매출이 늘어난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이들이 최고위층 인사들에게 바칠 뇌물로 명품 브랜드의 가방, 의류, 보석, 시계 등을 사들인다는 것입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밀월 관계’를 종종 목격할 수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6년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에게서 회갑 선물로 받았다는 1억원짜리 피아제 시계 2개가 비근한 예입니다. 스위스의 고급 시계 브랜드인 피아제는 엔트리 아이템(가격대가 가장 낮은 제품들)만 해도 1500만원대 이상으로, 어떤 보석을 세팅하느냐에 따라 ‘몸값’이 수십억원대로 치솟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국내 명품가에서 “피아제가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홍보 기회를 잡았다”고 평가한다는 점입니다. 과거 각종 게이트에 연루돼 포토라인에 선 유명 정치인과 기업인 등 권력자들이 착용한 명품들이 ‘히트’를 기록했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2002년 ‘최규선 게이트’ 때는 베르사체 슈트, ‘진승현 게이트’ 때는 에르메스 가방과 벨트가 ‘게이트 패션’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1999년 ‘옷로비’ 사건 때는 페라가모, 2007년 ‘신정아 사건’ 때는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신씨에게 선물했던 반클리프 앤 아펠 보석이 유무형적 효과의 수혜자가 되기도 했고요.

노무현과 피아제
각종 ‘게이트’ 또는 스캔들에 연루되는 것이 이미지로 먹고사는 명품 브랜드로서는 리스크(risk)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캔들에 휘말린 브랜드의 대중적 인지도가 낮다면 수천, 수억원 이상의 광고 효과를 낳기도 합니다.



대학원에서 럭셔리 브랜드 경영학을 공부할 때 교수님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명품의 덕목’은 ‘사람들을 꿈꾸게 할 것’이었습니다. 명품을 이용해 권력을 얻으려 했던 그들, 명품 선물로 권력의 맛을 느꼈을 그들은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요.



주간동아 2009.05.12 685호 (p74~74)

  •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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