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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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한 감동, 특별한 추억 도전! 세계의 ‘바이크 로드’

자전거로 해외여행 떠나기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09-04-24 15: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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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짜릿한 감동, 특별한 추억 도전! 세계의 ‘바이크 로드’

    독일은 역이나 관광안내소에서 쉽게 자전거를 빌릴 수 있어 자전거 여행을 하기 좋다. 자전거 여행자로 붐비는 독일 뮌스터시 성람베르티 교회 앞.

    미스트랄(지중해 연안에 부는 북서풍)이 한창일 때 이 그림을 그렸는데, 오죽했으면 이젤을 말뚝으로 고정해야 했겠나. 이 방법을 자네에게도 권하고 싶군. 이젤 다리를 흙 속에 박고 50cm 길이의 말뚝을 그 옆에 박았네. 그러고는 이 모두를 로프로 묶어야 했네. 그렇게 하면 바람이 불어도 작업을 계속할 수 있지.

    -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중에서

    고흐가 1888년 지인 베르나르에게 보낸 편지에는 당시 머물던 프랑스 아를 지방의 바람 ‘미스트랄’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자전거 여행가 차백성(58) 씨는 2006년 아를을 여행하다 바로 이 바람을 만났다. 자전거를 날릴 듯 거칠게 불어오는 미스트랄에 맞서 페달을 밟으며, 그는 120년 전 똑같은 바람과 마주했을 고흐를 떠올렸다고 한다.

    자전거 여행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기차로, 버스로 유명 관광지를 빠르게 스쳐지나갈 때는 느낄 수 없는 역사와 문화의 속살이 생생히 다가오는 것. 체력이 허락한다면 언제, 어디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것도 자전거만의 장점이다. 자전거 특유의 친근한 이미지는 해외 여행지에서 현지인 친구를 사귀는 데도 도움이 된다. 길을 묻거나 작은 도움을 청하면서 자연스레 만남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기후가 나빠지거나 자전거가 갑자기 고장 나면 여행이 번거로워진다. 치안이 불안정한 지역에서 자전거를 타면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고, 도로교통이 정비되지 않은 곳을 지날 때는 사고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 월간 ‘자전거생활’ 김병훈 발행인은 “자전거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해당 지역의 치안상태와 교통환경을 철저히 점검해야 하며, 초보자는 해외로 자전거를 갖고 가기보다는 현지에서 대여해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세계를 자전거로 여행하며 ‘아메리카 로드’ 등의 여행기를 펴낸 차백성 씨가 직접 다녀온 곳 가운데 여행 환경과 안전성 면에서 최고로 평가되는 자전거 코스를 추천했다.



    [일본] 쓰시마 섬 일주

    우리나라에서 49.5km 떨어진 쓰시마 섬(대마도)은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다양한 문화유적으로 유명한 곳. 자전거 여행자에게는 해변을 따라 뻗은 자전거도로와 스릴 넘치는 산속 코스로 유명하다. 강원도처럼 산지가 험준한 편이지만, 터널이 잘 뚫려 있어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여행할 수 있다. 부산에서 페리를 타고 1시간40분이면 히타카쓰 항에 도착하는데, 배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어 편리하다. 상(上)대마와 하(下)대마를 연결하는 만제키바시 다리에서 이즈하라, 오우라를 거쳐 땅끝마을 쓰쓰자키까지 이어지는 자전거도로는 쓰시마 섬 여행의 백미. 잘 정비된 길을 따라 달리며 600년 전 일본 땅을 밟은 조선통신사 관련 유물, 독립운동가 최익현 선생 순국비, 조선 말기 대마도주와 결혼한 덕혜옹주의 결혼기념비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섬 전체를 여행하는 데 3박4일이면 충분하다. 관광지답게 다양한 등급의 숙소가 많으며, 치안이 좋으므로 해변에서 텐트를 치고 캠핑해도 된다.

    [미국] 하와이 마우이 섬 할레아칼라 다운힐

    하와이 마우이 섬에는 세계 최대 휴화산 ‘할레아칼라’가 있다. 현지어로 ‘불의 집’이라는 뜻을 가진 이 화산은 해발 3058m. 이 높이까지 어떻게 자전거를 타고 가나, 긴장할 필요는 없다. 할레아칼라에서 즐길 것은 짜릿한 다운힐(Downhill·활강)이기 때문이다.

    마우이 섬에는 할레아칼라 정상 일출과 자전거 여행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마우이 다운힐’ 프로그램이 있다. 산에 오를 때는 자동차를 이용한다. 새벽녘 산길을 헤치고 정상 분화구에 오르면 장대한 산자락 너머로 태양이 떠오른다. 해맞이를 하고 나면 본격적인 자전거 타임. 산악자전거를 타고 60km에 이르는 산길을 활강한다. 자전거의 평균 시속이 20km인 점을 감안하면 3시간에 이르는 긴 코스다. 푸른 숲 속을 시원하게 라이딩하는 즐거움에 지루함은 느낄 겨를이 없다. MTB 마니아들은 힘들게 산에 오르는 이유를 “내리쏘는 짜릿한 맛을 느끼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산악자전거에는 튼튼한 브레이크가 장착돼 있어 초보자도 큰 어려움 없이 즐길 수 있다.

    짜릿한 감동, 특별한 추억 도전! 세계의 ‘바이크 로드’

    산악자전거를 타고 산길을 활강하는 할레아칼라 다운힐 코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아카로아

    뉴질랜드 남섬의 크라이스트처치는 전체 면적의 8분의 1이 공원과 녹지인 만큼 상쾌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도시다. 도로의 경사가 거의 없고, 자전거전용도로도 잘 정비돼 있어 자전거 여행을 즐기기에 좋다. 여기서 출발해 약 85km 떨어진 아카로아까지 이어지는 도로는 뉴질랜드의 아름다움을 속속들이 느낄 수 있는 코스. 끝없이 푸르게 뻗어 있는 양떼목장을 벗어나면 이내 쪽빛 해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포도밭과 아기자기한 카페, 지역 공예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작은 미술관 등도 있다. 한때 프랑스인들이 정착해 살던 곳으로 프랑스 분위기가 가득한 아카로아에서 하루 숙박한 뒤 크라이스트처치로 돌아오는 1박2일 일정이 좋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쾰른

    독일은 세계 최고의 자전거 선진국으로 꼽힌다. 전국 곳곳에 자전거전용도로가 거미줄처럼 뻗어 있고, 역이나 관광안내소 등에서 쉽게 자전거를 빌릴 수 있어 어디를 가든 한 번쯤 자전거 하이킹을 해볼 만하다. 그중에서도 프랑크푸르트에서 마인츠, 본을 거쳐 쾰른까지 이어지는 라인강변 자전거도로는 특히 아름다운 곳. 독일인 사이에서도 유명한 하이킹 코스라 언제나 함께 페달을 밟는 친구를 만날 수 있다. 150km가량 이어지는 여정 동안 길 양쪽으로는 고풍스런 독일 옛 성과 포도밭이 흘러간다. 코스 중간에 세계적인 관광지 ‘로렐라이 언덕’도 나온다. 적당한 지점에서 숙박하며 2박3일 코스로 여행하면 좋다.

    유럽은 자전거의 교통수송 분담률이 20~30%(우리나라는 3%)일 만큼 자전거 문화가 발달해 있다. 프랑스 파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페인 세비야, 오스트리아 빈, 벨기에 브뤼셀 등도 자전거로 시내외 관광을 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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