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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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트랙터 투어 도전해볼랍니다”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09-04-03 19: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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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랙터로 미주 대륙과 실크로드 달릴 거예요.”

    6개월간 트랙터를 타고 전국 투어에 나선 강기태(26) 씨가 긴 여정을 마치고 최근 고향으로 돌아왔다.

    경남 하동읍에 살고 있는 강씨는 트랙터에 태극기와 하동군기를 꽂고 진주 김해 부산 울산 포항 동해 강릉 서울 구리 인천 평택 전주 고창 영광 등 전국 43곳(4000여km)을 누볐다. 적재함에는 하동 농특산물 홍보책자와 하동 녹차, 하동 매실 진액 등을 싣고 다니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여행 경비와 준비물은 마을 주민들이 십시일반 모은 150만원과 쌀, 라면 조금이 전부였다.

    “풍경을 감상하기보다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대한민국 20대 청년의 도전정신도 보여주고 싶었고요.”

    그래서일까. 그는 여행 중 최고시속 20km로 하루 2시간 이상은 달리지 않았다. 남는 시간에는 지역 경로당과 보육원에 들러 봉사활동을 했고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서는 자신의 ‘애마’로 농사일을 도왔다. 잠자리가 마땅치 않을 땐 텐트에서 잤고, 호수 얼음을 녹여 라면을 끓여 먹기도 부지기수였다.



    “도와주려고 했는데 결국에는 제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인정(人情)이 뭔지 알게 됐죠. 밥도 주시고 돈도 챙겨주셨어요. 고마움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네요.”

    “실크로드 트랙터 투어 도전해볼랍니다”
    경북 청송군의 한 마을에서는 조기축구팀(FC진성) 사람들을 만나 2주간 머물며 추수를 도왔다. 군 복무를 했던 강원 양구군 백두산부대에선 전우를 만났고, 한비야 씨와 최일도 목사도 만났다. 방송사 특집방송에도 참여해 하동을 알렸고 대학에서 특강도 했다(그는 이런 ‘알바’ 덕분에 여행이 끝나고도 100만원이 남았다며 웃었다).

    여행 중 더 큰 꿈이 생겼다. 해외에서도 트랙터를 타고 대한민국을 알리고 싶다는 꿈. 실크로드 횡단과 미주 대륙 종단을 위해 그는 이미 대사관에 문의를 해놓았다.

    “처음엔 ‘미쳤다’고 만류하던 부모님이 이젠 든든한 후원자가 됐어요. 1년 반 동안 세계 사람들을 만난 뒤 서른 즈음에 미국 유학을 가고 싶어요.”

    2006년 한국교원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한 강씨는 지난해 6월 학군장교(ROTC)로 군 복무를 마친 뒤 전국 투어를 위해 농기계 제조회사인 동양물산기업을 설득해 트랙터와 유류비를 협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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