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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러시아 기술로 벌이는 남북 우주경쟁

대포동 2호 위협에 숨은 비밀

러시아 기술로 벌이는 남북 우주경쟁

러시아 기술로 벌이는 남북 우주경쟁

남북한은 공교롭게도 올해 자력으로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 아홉 번째 나라가 되기 위해 경쟁을 하게 됐다.왼쪽은 북한의 대포동 발사 모습이고 오른쪽은 한국 KSLV-1의 모형이다.

한미 연합군이 키리졸브 훈련을 하는 와중에 북한이 대포동 2호를 발사하겠다고 엄포를 놓아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극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한 발짝 물러서 바라보면 아주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우주발사체를 둘러싼 남북한 간 경쟁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 아시아에서는 일본 중국 인도가 치열하게 우주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와 비슷하게 남북한은 각각 자력으로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아홉 번째 나라가 되기 위해 브라질과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오는 6월 인공위성을 실은 KSLV-1이라는 발사체를 쏘아올릴 예정. 브라질은 1997년과 99년, 2003년 우주발사체를 쏘아올렸지만 계속 쓴맛을 봤고, 북한은 1998년과 2006년 발사에 실패했다. 한국의 도전은 올해가 처음.

한국 KSLV-1은 미사일 취급 안 해

북한은 대포동 2호의 제원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TV 화면에 나온 것으로 보면 KSLV-1과 크기가 비슷하다. 흥미로운 사실은 남북한의 발사체가 모두 러시아 기술을 토대로 제작됐다는 점. 대포동은 노동1호 미사일에 붙이는 액체연료 로켓을 1단, 스커드B 미사일에 사용하는 고체연료 로켓을 2단으로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1호는 구(舊)소련이 만든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SS-N-4에서 발전한 것이고, 스커드B도 구소련이 만든 탄도미사일 R-11을 발전시킨 것이다. 한국이 만들고 있는 KSLV-1은 러시아 흐루니체프사(社)가 제작한 액체연료 로켓을 1단, 미국의 ‘나이키’를 토대로 개발한 국산 ‘현무’ 미사일에 실리는 고체연료 로켓을 2단으로 사용한다. 발사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1단 로켓인데 남북한 발사체의 1단 로켓은 모두 러시아에서 나왔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대포동 2호 발사에 대해 계속 경고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KSLV-1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그 이유는 한국이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가입국이고, 북한은 아니라는 데 있다. MTCR는 핵무기를 통제하는 NPT(핵확산 금지조약)와 비슷하다.



한국은 MTCR 회원국이기에 합법적으로 러시아로부터 발사체 기술을 도입할 수 있었지만, 이 기술을 토대로 ‘절대’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MTCR를 주도하는 미국은 한국의 발사체 사업을 훤히 들여다보면서 감시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MTCR 회원국이 아니기에 미국은 북한을 들여다보지 못한다. 북한은 이란에 미사일 제작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이란이 시험 발사한 ‘샤하브’ 미사일이 바로 북한의 지원으로 개발된 것. 그래서 미국은 이번 대포동 2호 발사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이다.

대포동 2호가 인공위성을 띄우는 우주발사체인지, 대륙간 탄도미사일인지는 탑재부에 싣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결정된다. 우주발사체는 인공위성을 탑재하지만, 미사일은 고폭약이나 핵폭탄을 싣는다. 우주발사체와 미사일에서 탑재부가 차지하는 비율은 10%도 안 되며, 90% 이상을 1·2단 로켓부가 차지한다. 로켓부는 싣고 있는 연료를 태워 탑재부를 대기권 밖으로 밀어올리는 일을 한 뒤 떨어져나와 추락하다가, 대기와 마찰해 타버리거나 파편으로 쪼개져 육지 또는 바다에 떨어진다.

러시아 기술로 벌이는 남북 우주경쟁

탑재부에 10개의 탄두(수소폭탄)가 들어 있는 미국의 피스키퍼.

대기권 밖으로 나간 탑재부에서 인공위성이 나오면 우주발사체를 쏜 것이다. 대기권 밖은 중력이 거의 작용하지 않기에 인공위성은 태양전지판 등을 가동해 발생시킨 작은 에너지로 수년간 지구궤도를 돌면서 부여받은 임무를 수행한다. 대기권으로 올라간 탑재부가 지구궤도를 돌지 않고 다시 대기권 안으로 들어오면 미사일이 된다.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탑재부를 ‘재돌입체(Re-entry vehicle)’라고 한다.

한·미·일 이지스함 차이

미국이 만든 대륙간 탄도미사일 ‘피스키퍼’의 재돌입체 안에는 무려 10개의 수소폭탄이 들어 있다. 이 재돌입체는 대기권 안으로 들어오면 바로 몸체를 열어 10개의 수소폭탄을 토해낸다. 각각의 수소폭탄에는 작은 엔진이 달려 있어 정해진 목표를 향해 정확히 날아간다. 쏜 것은 1발인데 실제로는 10발의 수소폭탄이 떨어져 이를 ‘다탄두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라고 한다.

미국이 미사일 방어체제(MD)를 가동해 대포동 2호를 ‘무조건’ 요격한다면, 그 단계는 셋으로 나뉠 듯하다. 첫째는 발사 직후 요격하는 것이다. B-747이나 F-15 같은 항공기가 1단 로켓도 분리되지 않은 대포동 1호를 향해 레이저를 쏴 폭파하는 것. 이렇게 되면 대포동 2호의 잔해는 북한 영토나 영해로 떨어진다. 대포동 2호 탑재부에 핵탄두가 실려 있었다면 핵탄두가 터져 발생하는 피해는 몽땅 북한이 보게 된다.

둘째는 1·2단 로켓이 분리돼 대기권까지 올라온 탑재부를 이지스함에 실린 SM-3 미사일로 격파하는 것이다. 우주에서 폭파하는 만큼 탑재부에 핵폭탄이 실려 있어도 미국은 피해를 보지 않는다.

셋째는 탑재부가 대기권 안으로 재돌입(이때는 대포동 2호가 미사일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진다)할 때 요격하는 것이다. 비교적 높은 고도라면 미국은 THAAD 미사일을, 낮은 고도라면 패트리어트 PAC-3를 쏴 격파한다. 북한의 재돌입체가 다탄두를 토해낸다면 미국은 탄두 수 곱하기 2만큼의 THAAD와 패트리어트 PAC-3 미사일을 발사해 탄두 하나하나를 격파해야 한다. 이 경우 대포동 미사일의 낙진은 미국이 뒤집어쓰게 된다.

따라서 미국은 세 번째 단계보다는 첫 번째나 두 번째 단계에서 대포동 2호를 요격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일본 미국은 모두 이지스함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국 해군의 이지스함(세종대왕함과 이이함)에 탑재된 SM-2 미사일은 대기권까지 올라가지 못한다. 반면 일본이 보유한 이지스함 4척(콩고급)에는 SM-3 미사일이 실려 있다. 따라서 일본은 최고지도자가 결심하면 대기권 밖에서 대포동 2호의 탑재부를 요격할 수 있다. 과연 북한은 대포동 2호를 발사함으로써 한국 미국 일본의 이지스함 요격 실력을 비교해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할 것인가.



주간동아 2009.03.24 678호 (p54~55)

  •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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