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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여럿 둔 것이 죄인가”

캐나다, 모르몬교 소수종파 ‘複婚 논란’… “인권 vs 종교자유” 시끌

“아내 여럿 둔 것이 죄인가”

“캐나다도 법적으로는 폴리가미가 불법이긴 한데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에서는 폴리가미를 금지하는 게 헌법에 규정된 인간의 기본권에 위배된다며 묵인하고 있대.”

“그래서. 거기로 가고 싶어?”

-박현욱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 중에서

지난해 영화로도 제작된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의 작가는 캐나다의 복혼(複婚) 논란을 정확히 취재한 듯하다. 일부다처(一夫多妻), 드물게는 일처다부(一妻多夫)를 뜻하는 폴리가미(polygamy)는 오랫동안 캐나다 사회의 논란거리였다. 캐나다 형법은 복혼을 죄로 규정한다. 그러나 일부 종교가 허용하고 소수 국민이 실행하고 있다. 종교자유 침해 시비를 무릅쓰고라도 국가가 개인의 혼인 문제를 간섭해야 하는가. 이것이 복혼 논란의 핵심이다.

아내 스무 명 둔 50대 남자 체포



일부다처는 이슬람교뿐만 아니라 몇몇 소수 종교에서도 허용된다. 그중 하나가 모르몬교의 한 분파인 ‘말일성도 예수그리스도의 근본교회’(Fundamental Church of Jesus Christ of Latter-Day Saints·이하 FLDS)다.

약 1200명의 FLDS 신도들은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의 한 오지에 ‘바운티풀’이란 마을을 이루고 산다. 수년 전 그 지도자 중 몇 사람이 여러 명의 아내를 거느린 사실이 밝혀져 언론매체와 경찰의 집요한 추적을 받았다. 가장 중량급 지도자인 윈스턴 블랙모어(52)는 무려 20여 명의 아내와 100명 안팎의 자녀를 거느린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모어는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복혼을 ‘당당히’ 시인하고 종교의 자유임을 강조했다. 그는 아내들과 아이들이 모두 행복하게 살고 있다며 그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문제에 관해 주류 사회의 관점에서 복혼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아내’의 상당수가 17세 미만의 미성년자라는 점이다. 미성년자가 본인의 의사에 따라 혼인했다 하더라도 이는 형법상 성 착취, 경우에 따라서는 강간죄가 성립된다. 이런 혼인으로 출생한 아이들의 성장 여건도 열악할 것으로 짐작된다.

경찰 수사를 토대로 주정부 검찰당국이 지난 2년간 이 사건을 검토했다. 그러나 미성년자 인권침해로 기소할 만큼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공소 유지에는 당사자 진술이 가장 중요한데, 아무도 나서서 이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운티풀의 ‘남편’들을 당장 엄벌해야 한다는 주류 사회의 여론 속에 고민하던 검찰당국은 미성년자 인권 부분은 덮어두고, 기술적 공소 유지가 쉬운 복혼죄만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블랙모어와 또 다른 지도자 한 명이 1월 초 체포됐다.

지난해 봄 미국에서는 이른바 ‘YFZ 목장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역시 FLDS 신도들이 텍사스 주의 YFZ 목장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일궈 사는데, 여기서 어린이에 대한 성 착취와 성장 여건이 말썽이 됐다. 주정부는 마을의 미성년자 400여 명 전원을 공권력으로 소개(疎開)시키고 주정부의 보호 아래 두었다. 미성년 ‘엄마’들과 그들이 낳은 자녀들이 모두 소개 대상이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이들이 위협에 처했다는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고, 이들은 다시 마을로 돌아갔다.

브리티시컬럼비아의 바운티풀에서 벌어진 일들은 미국 YFZ 목장의 복사판이다. 주정부가 복혼죄를 적용하기로 한 것은 YFZ 목장 사건에서의 시행착오를 피하자는 의도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복혼죄 적용도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형법의 복혼죄 조항이 한 번도 적용된 적 없는, 사실상 사문화한 조항이기 때문이다. 또 동성 간의 혼인까지도 합법으로 인정하는 캐나다에서 이 조항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종교자유의 침해라는 역풍도 당연히 예상되는 바다. 캐나다는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인종, 종교, 언어,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다원화 사회라 여론의 대세가 어떻다는 점만으로 복혼죄의 위헌성을 단정하긴 어렵다. 그러나 브리티시컬럼비아 검찰총장은 이 부분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교리를 이유로 생명이 위독한 자녀의 수혈을 거부했지만, 강제로 자녀를 떼내 수혈한 전례가 두 차례나 있었다는 것이다. 캐나다 주류사회 여론도 종교의 자유가 인권 가치에 앞설 수 없다는 쪽이다.

일처다부제 양성화 주장도 나와

이번 사건으로 만약 복혼이 국가가 간여할 일이 아닌 것으로 결론날 경우, 캐나다 내 이슬람권에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이슬람교도가 캐나다로 이민 올 때 이 나라 법에 따라 한 명의 아내만 동반할 수 있는데, 복혼이 양성화되면 모국에 남겨둔 아내와 자녀들이 추가로 이민 신청을 하는 것을 막을 길이 없어진다.

캐나다 유력 일간지 ‘토론토 스타’는 최근 이 나라 이슬람권에서 잘 알려진 이맘(지도자)인 알리 힌디가 지난 5년간 30건 이상의 일부다처 혼례를 집전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캐나다 내 이슬람 지도자들은 일부다처가 엄격한 기준에 의해 허용된다고 말한다. 아내가 불임이거나 질병 등으로 주부 노릇을 하지 못할 때, 남편이 경제적 능력이 있는 경우에 한해 일부다처 관습이 허용된다는 것이다. 이슬람 인구는 캐나다 전체 인구 중 2%를 차지한다.

복혼 양성화는 일처다부의 새 풍속을 낳을지도 모른다. 1월 초 캐나다 일간지 ‘프로방스(Province)’의 독자투고란에는 “차제에 일처다부도 양성화하자”는 글이 실리기도 했다.

모르몬교는 1830년 미국에서 창시된 종교다. 당초 일부다처를 허용했다가 미국 주류 사회의 비판을 받아 1890년 이 관습을 폐지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바운티풀과 YFZ 목장의 FLDS는 옛 일부다처 관습을 지켜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끼리 모인, 모르몬교의 주류에서 떨어져 나온 소수 분파다. 이들은 아내를 많이 둔 남자는 다음 세상에서 신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복혼 혼례 때는 기존의 아내가 남편의 손을 들어 새 아내와 맞잡도록 도와준다. 남편을 공유한 아내들끼리는 서로를 ‘자매 아내(sister-wife)’라고 부른다.



주간동아 2009.02.17 673호 (p68~69)

  • 밴쿠버=황용복 통신원 faceb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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