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3

2009.02.17

돌고래도 놀랄 ‘잠수함 두뇌’ 만든다

LIG 넥스원, 차세대 수중戰 전투체계 제작 나서

  •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입력2009-02-11 10: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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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고래도 놀랄 ‘잠수함 두뇌’ 만든다

    LIG 넥스원이 개발하고 있는 KSS-3 잠수함용 전투체계는 잠수함의 두뇌에 해당한다.

    LIG넥스원은 방산업계에서는 ‘저명’한 회사다. 매출액과 순익에서 방산업계 최선두를 달리는 이 회사는 주로 유도무기(유도탄 등)를 생산한다.

    과거에는 ‘현무’ 지대지 미사일을 생산했고(지금은 한화가 만든다), 현재는 함대함 미사일 ‘해성(海星)’과 견착식(肩着式) 단거리 대공미사일 ‘신궁(新弓)’, 장갑차 탑재 단거리 대공미사일 ‘천마(天馬)’ 등을 만든다. 최근 LIG 넥스원이 ‘KSS-3’로 불리는 차기 잠수함의 두뇌 제작을 선언했다.

    해군은 2001년 1200t 장보고급(KSS-1) 잠수함 9척을 도입했고, 현재는 1800t 손원일급(KSS-2) 잠수함 9척을 들여오는 중이다. 이어 2020년부터는 3000t급 KSS-3 잠수함을 3척 이상 보유하겠다는 장기 계획을 갖고 있다. 장보고급과 손원일급의 원형은 독일제 209와 214 잠수함인 데 비해 KSS-3는 한국 독자 개발모델이다.

    KSS-3 탐지장비·무기 종합 통제시스템

    LIG 넥스원이 만들겠다고 한 KSS-3의 두뇌는 이 잠수함의 전투체계를 가리킨다. 전투체계란 탐지장비와 무기를 종합 통제하는 것이다. LIG 넥스원은 수중 유도무기인 어뢰도 생산한다.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중(重)어뢰인 ‘백상어’, 수상함에서 잠수함을 잡으려고 발사하는 경(輕)어뢰 ‘청상어’, 그리고 대잠로켓 ‘홍상어’가 이 회사의 생산품이다.

    물속에서는 빛도 전파도 나아가지 못한다. 오직 음파만 전달된다. 따라서 고래와 같은 수중 동물은 박쥐처럼 초음파를 쏴 그 메아리를 듣고 상황을 인식한다. 잠수함도 같은 방법으로 주변을 탐지하는데, 잠수함에서 소리를 쏘고 듣는 장비를 가리켜 ‘소나(sonar)’라고 한다.

    백상어, 청상어, 홍상어가 목표물을 때릴 수 있는 것은 앞에 작은 소나를 달고 있기 때문이다. 어뢰가 목표물 가까이에 접근하면 작은 소나인 ‘음탐부(音探部)’가 작동한다. 어뢰는 음탐부가 수신한 가장 큰 소음을 향해 돌진해 충돌하는데, 이러한 어뢰 공격을 피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기만기(欺瞞器)’다.

    물 속으로 돌진해오는 어뢰도 소음을 낸다.

    상대 함정은 이 소음을 듣고 어뢰가 온다는 것을 알아챈다. 이때 회피기동을 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재빨리 커다란 물거품을 일으켜 소음을 만드는 기만기를 어뢰 쪽으로 발사한다. 이렇게 되면 어뢰는 함정 대신 기만기 쪽으로 달려가 장렬하게 ‘자폭’한다.

    돌고래도 놀랄 ‘잠수함 두뇌’ 만든다

    LIG 넥스원에서 생산하는 기만기.

    기만기와 비슷하게 움직이는 것이 ‘자항(自航)기뢰’다. 기뢰는 ‘물속의 지뢰’로, 잠수함을 이용해 적 잠수함이나 수상함이 자주 지나는 항로에 부설한다. 부설된 기뢰는 일정한 깊이에 떠 있다가 평소 항로로 지나가던 적 잠수함이나 수상함과 접촉하면 이들을 폭침(爆沈)한다.

    자항기뢰에도 작은 소나가 설치된다. 물속에 가만히 떠 있다 적 수상함이나 잠수함 소리가 들리면 스스로 그쪽으로 움직여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기만기를 생산하는 LIG 넥스원은 자항기뢰도 개발한다.

    어뢰, 기만기 그리고 소나 시스템에 컴퓨터를 이용한 계산 시스템을 첨부하면 초보적인 전투체계가 만들어진다. 이 체계를 교묘하게 진행되는 현대 수중전에 맞춰 발전시킨 것이 KSS-3의 전투체계다. LIG 넥스원이 생각하는 KSS-3의 전투체계는 매우 정교하다.

    라디오와 TV, 휴대전화는 전파로 정보를 수신한다. 그런데 라디오는 TV 전파를 잡지 못하고, TV는 휴대전화 전파를 수신하지 못한다. 라디오와 TV, 휴대전화가 잡을 수 있는 주파수대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음파도 비슷하다. 소나라고 해서 모든 소리를 듣는 게 아니라 일정 주파수 이내의 음파만 듣는다. 음파 중에는 주파수 진폭이 산처럼 큰 것이 있다. 이런 규모의 음파를 일으키는 잠수함은 장보고나 손원일급 잠수함의 음파보다 진폭이 훨씬 크기 때문에 일반적인 소나로는 잡지 못한다. 이 음파를 잡으려면 매우 큰 소나가 필요하다.

    이 음파는 잠수함 뒤에 수km의 줄로 연결된 소나로 잡는다. 이를 ‘견인(牽引) 소나’라고 하는데, 이것을 달고 다니려면 잠수함의 덩치가 커야 한다. KSS-3는 견인 소나를 비롯해 다양한 파동의 음파를 잡을 수 있도록 여러 종류의 소나를 탑재할 예정이다.

    적 잠수함과 수상함은 움직인다. 물속의 환경은 매우 복잡해서 적 함정이 내는 소리는 굴절하거나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상대는 움직이는데 이러한 물속 환경 때문에 그 소리마저 굴절해버리면 상대방의 소리를 포착해도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 확실한 음 몇 개를 잡아내 적함의 속도와 각도, 침로(針路)를 계산하고 그 방향으로 어뢰를 쏘게 하는 것이 전투체계다. 이런 계산을 해내려면 성능 좋은 컴퓨터와 소프트웨어가 있어야 하는데 LIG 넥스원은 바로 이 부분에 사활을 걸고 있다.

    복잡한 수중 어뢰와 기만기의 싸움

    수중전은 어뢰와 기만기 간의 싸움인데, 기존 어뢰는 대부분 기만기에 속아 넘어간다. 때문에 선진국들은 어뢰가 기만기에 속지 않도록 모함(母艦)이 발사한 어뢰를 끝까지 통제하는 ‘선(線) 유도 어뢰’를 개발해냈다.

    돌고래도 놀랄 ‘잠수함 두뇌’ 만든다

    KSS-2로 불리는 손원일 잠수함. 한국 독자개발 모델 KSS-3는 이것보다 1200t가량 더 무겁다.

    이 어뢰는 가느다란 선을 끌고 발사된다. 적함을 관찰하는 승조원은 적함 인근에서 갑자기 큰 소음이 들리면 적함이 기만기를 쐈다고 판단, 즉각 선을 통해 어뢰가 기만기 쪽이 아닌 애초에 잡은 적함 위치로 가도록 통제한다. 그래서 선 유도 어뢰는 가장 강력한 수중무기로 꼽힌다.

    LIG 넥스원은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선 유도 어뢰 생산도 계획하고 있다. LIG 넥스원은 KSS-3에 미국 잠수함에 탑재되는 ‘토마호크’와 비슷한 한국형 잠대지 미사일도 탑재하려 한다. 이 무기가 탑재되면 KSS-3는 미 해군의 LA급 잠수함과 비슷한 기능을 할 수 있다.

    발달한 IT 기술 덕분에 한국의 디지털 카메라 개발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능력은 잠망경 개발에 적용할 수 있다. 이 기술을 접목한 잠망경은 한밤중에 물 밖으로 올려 1초만 돌려도 수km 떨어진 곳까지 정교하게 촬영한다. 선 유도 어뢰와 잠대지 미사일, 디지털 잠망경의 운영까지 종합 통제하는 것이 LIG 넥스원이 추진하는 전투체계다.

    조선(造船) 능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른 한국이 가장 난해하다는 전투체계마저 국산화해낸다면, 한국은 독일 미국 일본에 이어 명실상부한 잠수함 제조국이 된다. 2020년, LIG 넥스원이 목표대로 KSS-3의 두뇌를 단 잠수함을 ‘진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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