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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못 되어도 괴물은 되지 말자!

사람은 못 되어도 괴물은 되지 말자!

사람은 못 되어도 괴물은 되지 말자!
홍상수 감독은 영화 ‘생활의 발견’에서 “우리, 사람은 못 되더라도 괴물은 되지 말자”며 관객의 폐부를 날카롭게 찌른다. 인간다운 인간이 되긴 힘들지만 그래도 최소한 괴물은 되지 말자던 그의 말이 요즘 새삼 실감난다.

잘생기고 선한 얼굴,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희대의 ‘살인 괴물’이 되어 우리 사회를 충격과 공포에 몰아넣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건만도 7건. 하지만 넷째 부인과 장모의 석연치 않은 죽음, 고향 근처의 실종사건과 살인사건에 혐의를 두고 수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강호순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밥을 거뜬히 비우고 잠도 잘 잔다. 경찰관들에게 여자 이야기를 하며 농담도 건넨다. 그래, 밥은 먹고 다니냐?

이 ‘괴물’도 자기 자식들에게만은 인간이고 싶은가 보다. “내 얼굴이 공개됐다는데 우리 아들들은 어쩌라고” “아들에게 인세라도 주기 위해 옥중에서 책이나 쓰겠다”….

자기 자식을 그리 끔찍하게 여기면서 남의 자식은 어찌 그리도 무참히 죽일 수 있었는지. 자상한 아버지와 하이드로 변한 지킬 박사, 정반대 가치관을 가진 두 인격체가 한 인간 안에 공존한다는 사실이 우리를 경악하게 만든다.

누가 이 괴물을 만들었을까. 영화 ‘괴물’에서처럼 잘못 흘러 들어간 독극물이 사이코패스라는 괴물을 만들어낸 것일까. 사회부조리, 성장 배경 등 다양한 원인 진단과 대책이 나오지만 사람 죽고 난 뒤 약방문일 따름이다.



괴물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면 적어도 그 괴물이 마음 놓고 활개치지 못하도록 최소한의 보호장치는 마련했어야 했음에도 우리는 무기력했다. 연쇄살인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경기지역에서 일어난 지난해 살인·강도 등 5대 강력범죄는 12만7185건으로 전국 발생 건수의 23%에 이른다. 경기도 경찰 정원은 1만5686명으로 서울 경찰 정원의 65% 수준이다. 법 때문에, 제도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은 씁쓸하게만 들린다.

구석구석 빈틈에서 또 다른 괴물들이 어떤 범죄를 꿈꾸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긴 연쇄살인범만 괴물인 것은 아니다. 얼굴은 사람이되 괴물과 다를 바 없이 행동하는 수많은 이들이 곳곳에 숨어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을 터. 우리, 사람은 못 되더라도 괴물은 되지 말자, 제발.



주간동아 2009.02.17 673호 (p12~12)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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