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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개혁 태풍전야 官街는 떨고 있다

조직 축소·폐지될까 ‘전전긍긍’ 정책도 코드 변경 검토 … 표변? 혁면?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정부개혁 태풍전야 官街는 떨고 있다

정부개혁 태풍전야 官街는 떨고 있다
‘표변(豹變)’이라는 단어의 뉘앙스는 부정적이다. 그런데 원래 이 단어는 좋은 뜻을 갖고 있다. 표범이 털을 갈아 아름다워지는 것처럼 “군자는 잘못을 고쳐 선으로 향하는 데 신속해야 한다”는 군자표변(君子豹變)이 그 어원이다.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야누스’도 로마에선 문과 경계의 수호신으로 숭배받던 호신(好神)이 아니었던가.

권력 교체의 계절을 맞은 관가에 ‘털 가는’ 이가 늘고 있다. 그들의 ‘갈아입기’는 “안면(顔面)만을 고치고 윗사람의 사업에 따른다”는 ‘혁면(革面)’인가, 아니면 표변인가. 자기가 하는 짓은 군자표변이고, 남이 하는 짓은 소인혁면(小人革面)이라고 우기는 예를 많이 봐왔다. 지금 관가는 ‘표변’ 혹은 ‘혁면’으로 술렁이고 있다.

노무현 정부 5년간 한나라당과 수시로 부딪친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뉴라이트 그룹, 한나라당 쪽에 ‘귀를 세우고’ 정보를 수집 중이다.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 ‘이라크 파병 반대 권고’를 비롯해 인권위가 걸어온 길이 한나라당의 그것과 ‘결’이 달랐기 때문이다.

“설마 없애기야 하겠느냐는 의견이 다수지만 조직이 축소되거나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없지 않다. 우리가 제기해온 이슈는 한나라당과 코드가 맞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조직 전체가 고민이 많다. 2008년부터 한나라당이 강조해온 북한 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해보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인권위 직원 A씨)

인권위는 대선을 앞두고 새 정부에서 온전하게 ‘살아남는’ 것을 목적으로 한 TFT(Task Force Team)를 구성했다. 뉴라이트 계열의 5개 시민단체가 제안한 차기 정부 10대 개혁과제 등을 분석한 자료가 인권위 수뇌부에 실시간으로 보고됐는데, 정부조직 개편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인권위 관계자들을 대하는 한나라당 인사들의 시각은 다소 삐딱했다고 한다.



‘살아남기’를 걱정하는 조직은 인권위만이 아니다. 한나라당 안팎에서 흘러나온 정부조직 개편안은 관가의 필독서가 됐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정부 경쟁력이 높아져야 국가 경쟁력이 살아난다”면서 18부 4처 17청으로 이뤄진 정부조직을 업무 중복 등을 고려해 대(大)부처, 대국(大局) 체제로 합치거나 없애는 한편, 416개나 되는 각종 위원회를 대폭 줄이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도 “새 정부의 조직 개편안에 맞춰 각료가 임명되지 않으면 현 직제대로 임명한 뒤 나중에 다시 조각해야 하는 불편과 혼란이 따른다. 이 당선자가 없애겠다고 공언한 국정홍보처장을 새 정부가 다시 임명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2월까지 정부조직 개편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이명박 정부 출범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개혁 태풍전야 官街는 떨고 있다

2007년 12월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실 앞에서 인수위원들이 현판식 전에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운하 경제성 없다”던 건교부 맘 바꿔?

‘기자실 대못질’로 도마에 오른 국정홍보처는 폐지 영순위다. “정치적 목적의 홍보처는 필요 없다”고 이 당선자가 강조해온 만큼 칼바람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의 ‘칭찬을 들어온’ 한국정책방송(KTV) 직원들도 좌불안석이긴 마찬가지. 국정홍보처의 한 관계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공보처를 없앴다가 1년여 만에 다시 꾸린 일이 있다”면서도 불안감을 숨기지 않았다.

“국정홍보처가 정권교체를 생각지 않고 무리수를 둔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정부정책도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한 시대다. 문화관광부로 흡수되더라도 지금과 비슷한 일을 하리라 본다. 다만 별정직 공무원들의 미래가 걱정이다.”

살아남고자 ‘소신’을 바꾸는 것처럼 안쓰러운 일도 없다. 건설교통부(이하 건교부) 수자원기획관실이 대표적이다. 한나라당 경선을 코앞에 두고 이 당선자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한반도 대운하와 관련해 갑론을박을 벌일 때 건교부는 “대운하는 경제적으로 타당성이 없다”는 검토보고서를 만들었다. 이 보고서가 외부로 유출돼 정치적 논란을 빚기도 했다.

건교부는 새 정권에선 한반도 대운하가 “타당성이 있다”는 쪽으로 의견을 바꿀 수밖에 없어 보인다. 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대운하는 관광, 치수 등과 관련된 다목적 프로젝트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친환경적으로 개발한다면 타당한 측면도 적지 않다. 긍정적으로 재검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남북문제를 정권의 입맛에 맞춰 기안해왔다는 평가를 듣는 통일부도 위상 변화가 예고되는데, 외교부에 통합되거나 그 기능이 조각날 가능성이 있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우리가 이렇게 가면 안 되는데…’라는 말이 나오곤 했다”면서 안타까워했다.

이 당선자의 교육공약에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던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는 초상집 분위기다. 초·중등 교육 제반 사항을 시·도 교육청에, 대입 기능은 대학교육협의회와 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넘기고, 최악의 경우 축소된 조직마저도 과학기술부에 통합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한 고위 간부는 “교육부 폐지는 오랜 논의를 거친 뒤 결정해야 할 일”이라며 불안해했다.

“수능등급제 파문, 수능 복수정답 사건 등으로 교육부를 향한 국민 여론이 좋지 않다. 교육부 역사상 최악의 분위기다. 그러나 나는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정부조직에 칼을 대는 건 난센스라고 본다.”

관료들 때아닌 테니스 붐 … 왜?

발 빠른 공무원들은 벌써부터 이 당선자의 공약집을 스터디하면서 옷 갈아입기에 나섰다. 노무현 정부의 정책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관료들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한다. 경제부처에서 일하는 사무관 C씨는 “이 당선자의 취미인 테니스를 새로 배우거나, 창고에서 라켓을 다시 꺼내든 사람들도 있다”며 쓰게 웃었다.

노무현 정부의 ‘코드에 맞는’ 정책을 입안한 관료들 가운데는 해외연수를 떠나거나 해외근무를 지원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인맥을 이용해 정책자료를 만들어 가져오는 공무원도 적지 않다”고 혀를 찼다. 이 당선자와 같은 대학을 나온 관료들이 눈에 띄게 자주 모인다는 말도 관가에 파다하다. 현 정부에서 외곽을 맴돈 인사들이 부쩍 목소리를 높인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왜 인권위는 인권의 사각지대를 보듬으면서도 세계 최악 수준의 북한 인권엔 침묵해 왔을까? 왜 통일부는 정권의 뜻에만 부합해 정치적으로 머리를 굴리고 정책을 입안한다는 비판을 들었을까? 정부는 집권자의 정치이념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므로 공무원들이 행정부 수반의 의지에 따라 정책을 입안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훈장의 굴욕’이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오는 건 난센스다. ‘기자실 대못질’을 주도한 양정철 대통령홍보수석기획비서관,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 때 구설에 오른 박기영 전 대통령경제과학기술보좌관,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고 청와대를 떠난 정문수 전 대통령경제보좌관에게 수여됐거나 수여될 훈장이 뒷말을 낳고 있다.

영달을 위해 윗사람의 눈치를 보며 낯빛을 바꾸기에 급급한 소인혁면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군자표변, 대인호변(大人虎變·덕을 지닌 대인은 자기 변혁을 통해 변혁의 주체가 되어 제도와 법을 혁신한다)하는 게 흐름이 되지 않는다면 5년 뒤 ‘이명박 코드’에 부합했다는 이유로 구설에 오르거나, 공과와 무관하게 훈장 받는 공직자가 또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이 당선자의 한 측근 인사는 “공직사회가 기능과 역할을 내놓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힘이 있을 때’ 정부조직을 수술해야 한다는 게 이 당선자의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조직 개편안은 대통합민주신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월 중순 내놓을 정부조직 개편안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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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618호 (p14~16)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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