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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代行민국’은 도대체 어디로

황교안 대행 앞에 산적한 과제…주요 인사, 교과서 국정화, 사드 배치 어찌하나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代行민국’은 도대체 어디로

‘代行민국’은 도대체 어디로

11월 30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회원들이 서울 세종대로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폐기 등을 요구했다. [동아일보]

국정이 비상이다. 대통령이 궐위일 뿐 아니라, 내각과 청와대 곳곳에 구멍이 숭숭 나 있다. 11월 28일 사직서를 낸 김현웅 전 법무부 장관 후임조차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2004년 국회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소추했을 때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대행)는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치안질서 확립과 사회 안정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공권력을 엄정하게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혼란을 잠재우기 위한 첫 행동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해당 업무를 담당할 국무위원조차 없다. 황교안 대행 앞에 놓인 현안 과제 가운데 하나인 셈이다.



황 대행 인사권 행사가 첫 ‘협치’ 시험대

현재 황 대행은 국정수행 과정에서 상당 부분 고 대행의 전례를 따르고 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즉시 국방→외교→치안 순서로 관계 부처 업무를 챙기고,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것도 2004년과 동일했다. 국무총리실은 대통령 탄핵소추가 현실화한 뒤 2004년 상황을 정리한 매뉴얼 등을 참고해 ‘스터디’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고 전 대행이 대행업무를 담당한 63일간 한 차례도 장관급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 전 대행은 국가보훈처 차장, 외교안보연구원장 등 차관급 인사를 했을 때도 그 내용을 국무총리실이 아닌 청와대에서 발표하도록 예우했다.   

그러나 학계와 정치권에서는 이 사안에 관한 한 황 대행이 전례를 따라선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시와 지금 상황이 크게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첫 번째 차이는 대행체제의 장기화 가능성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은 ‘심플’했다. 선거법 위반 혐의가 분명했고 대통령 역시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과연 그만 한 사건으로 대통령을 중도에 끌어내릴 것인가 여부만 헌법재판소(헌재)가 결정하면 충분했다.

지금은 다르다. 국회가 제출한 탄핵소추 의결서에 적힌 박근혜 대통령의 헌법·법률 위반 사항은 13개에 이른다. 그중에는 사실관계조차 불투명한 ‘세월호 7시간’도 포함돼 있다. 헌재는 모든 소추사항을 예외 없이 심리한다는 방침이고, 박 대통령은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며 법정에서 결백을 입증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와 달리 이번엔 ‘헌법재판소법’에 규정된 최장 기간 180일로도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2011년 개정된 헌법재판소법 제51조 ‘피청구인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와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재판부는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는 조항도 문제다. 현재 법원에서는 박 대통령과 ‘공범’으로 기소된 최순실 씨 등에 대한 형사 재판절차가 진행 중이다. 헌재가 이를 이유로 ‘심판절차를 정지’할 경우 탄핵심판이 언제 끝날지 가늠하기 어려워진다. 이 경우 황 대행의 ‘권한대행 임기’는 현재 언론 등이 예측하는 최장 8개월(헌재 심판기간 180일+대선 준비기간 60일)을 훨씬 넘어설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사를 미루면 정부 기능 장애가 장기화할 수 있다.

현재 정부의 주요 자리 중 대통령비서실 정책조정수석과 대통령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도 공석이다. 탄핵심판을 담당하는 박한철 헌재소장, 이정미 헌재 재판관의 임기 만료(각각 2017년 1월 31일, 3월 13일)도 다가오고 있다. 모두 대통령이, 지금은 황 대행이 임명권자다. 헌재 재판관의 경우 2인 공석이 발생한 뒤 채워지지 않으면 재판관 9인 중 6인 이상의 인용을 요구하는 탄핵심판제도의 의미가 왜곡될 여지도 있다. 헌법연구관을 지낸 전학선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에 대해 “헌재 재판관은 탄핵심판뿐 아니라 헌법소원심판도 담당한다. 재판관 임기가 끝나기 전 정부와 대법원, 국회 등이 협의해 후임 재판관 인선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조대현 전 헌재 재판관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헌법재판소법에 보면 ‘임기 만료 전에 임명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며 “법률에 규정된 의무는 이행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황 대행이 일방적으로 권한을 행사해 보수성향 재판관으로 헌재를 채울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한폭탄

‘代行민국’은 도대체 어디로

7월 15일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하고자 경북 성주군을 방문한 황교안 국무총리(왼쪽 안경 쓴 이)가 주민들로부터 달걀과 물 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 제공·매일신문]

인사가 황 대행이 ‘할까 말까’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면,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하지 말까 할까’를 논해야 하는 문제다. 당초 박근혜 정부는 내년부터 중학교 역사 1·2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할 계획이었다. 이런 내용으로 ‘2016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대통령령)도 마련했다. 공안검사 출신인 황 대행이 박 대통령 못지않은 교과서 국정화 지지자인 것은 널리 알려졌다. 실무부처 담당자인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12월 1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역사교과서는 올바른 역사교육이 목적이므로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말로 국정화 강행을 시사했다. 그러나 탄핵정국에서 여론의 반발이 거세다.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국정교과서와 기존 검정교과서의 혼용이 가능하도록 대통령령을 개정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내년 교과서를 정상적으로 공급하려면 늦어도 12월 말까지는 이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때 문제는 황 대행에게 ‘하지 말까’를 결정할 권한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황 대행은 사드 배치가 처음 논란이 됐을 때 예정지인 경북 성주를 방문해 주민들로부터 달걀 세례를 받는 등 직접 ‘총대’를 멘 바 있다. 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마찬가지로 이 사안에 대해서도 그의 의견은 박근혜 정부의 것과 일치한다. 하지만 현재 정치권이 요구하는 ‘여야정 국정협의체’가 구성되면 국회에 비해 민주적 정당성이 약한 황 대행으로서는 야당 의견을 일정 부분 수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때 황 대행이 이미 확정한 사드 배치 문제를 재검토할 수 있을지에는 법조계 안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존 정책을 폐기하거나 중요한 정책을 새로 수립하는 것은 권한대행 범위 밖의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와 논의해 결정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반박한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고민에 대한 해답을 고 전 대행의 전례에서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노 전 대통령은 헌재 결정 전부터 복귀 가능성이 컸다. 고 전 대행은 그가 곧 돌아올 것을 염두에 두고 ‘선량한 관리자 구실’만 하면 됐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황 대행이 이끌 대한민국의 미래 역시 안갯속에 놓인 것이 현실이다.






주간동아 2016.12.21 1068호 (p16~17)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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