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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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北, 中 인력 송출 중단 불법체류자 전락한 일꾼들

새 대북제재안 비웃듯 北 내부 외국기업 일감 폭주…中 “인력 보내달라” 아우성

  • 김승재 YTN 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sjkim@ytn.co.kr

    입력2016-12-02 16:4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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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는 북·중 정부 간 공식 허가를 거친 합법노동자와 그렇지 않은 불법노동자로 분류된다. 전자는 주로 중국 지린(吉林)성 투먼(圖們)과 훈춘(琿春)의 북한공업단지에서, 후자는  단둥(丹東)에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으로 들어가는 합법적 북한 근로자의 발길이 6개월 이상 뚝 끊겼다. 중국으로 나가야 할 북한 인력이 제때 나가지 못하면서 계약기간이 만료된 기존 북한 근로자가 귀국하지 못해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 기업은 물론, 중국 당국도 북한을 향해 “약속한 인력을 어서 보내달라”고 아우성이다. 중국에서 대북사업을 하는 A씨는 북한 근로자의 근황을 알려주면서 이런 소식을 전해왔다.

    북한 근로자가 중국에서 합법적으로 계약을 맺고 일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4월부터. 봉제업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보통 3년 계약 조건이다. 이들은 중국에 들어오기까지 공식 절차를 거친다는 점에서 그렇지 않은 단둥의 불법노동자와 비교된다. 단둥의 북한 근로자 가운데 70% 이상은 몇 개월짜리 연수 비자나 도강증(渡江證 : 북·중 국경을 통과하는 데 필요한 서류)을 발급받아 중국에 들어간 뒤 정해진 체류 기한이 지나도 북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각급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중국 한 소식통은 “단둥에서 일하다 북으로 돌아간 근로자는 투먼과 훈춘 단지에서 일하는 것이 단둥에서보다 30% 정도 더 편하고 좋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전했다.



    북 근로자 “가족과 같이 살고 싶다”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가 시작됐지만 중국 기업의 북한 합법노동자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이다. 제조업 분야의 인력난이 심각한 중국 공장들은 성실하면서도 3년간 안정적으로 묵묵히 일하는 북한 근로자가 고마운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근로 계약 만기인 3년이 다가온 지난해 봄부터 조금씩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후속 인력이 예정된 날짜에 공급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해진 것.

    그러나 3~4월부터는 북한 근로자의 발길이 뚝 끊겨버렸다. 후속 인력이 오지 않자 중국 기업들은 3년 근무를 마친 근로자를 귀국시키지 않고 있다. 이들마저 귀국해버리면 공장 가동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계약 만기가 지난 북한 근로자는 졸지에 불법체류자 신세로 전락했다. 중국 접경지역의 또 다른 소식통은 “현재 투먼과 훈춘의 북한공업단지에는 각각 1000명과 2500명 정도의 북한 근로자가 일하는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비자 기한을 넘겨 불법체류자 신분이다. 노동국과 공안국 등 중국 당국은 이런 사실을 잘 알지만 눈감아주고 있다”고 전했다.



    북측은 인력 송출 중단에 대해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고 있지 않다. A씨는 그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분석했다. 먼저, 해외 근로에 대한 북한 주민의 생각이 바뀐 점을 꼽았다. 과거엔 돈을 벌려고 경쟁적으로 해외 근무를 희망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 중국 등 해외에 나가면 돈은 좀 더 벌지 몰라도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고 고강도 노동을 하는 등 북한에서 일할 때보다 어려운 점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얘기다. A씨는 “북한 주민도 가족과 생활을 돈벌이보다 중시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으론 외국 기업의 납품 주문이 폭주하면서 북한 내부에 일감이 급증해 중국으로 내보낼 인력이 거의 없다는 설도 대두되고 있다. 실제 나선경제특구와 평양 등에는 외국 기업의 주문이 몰려들어 이곳에 인력이 집중 배치되다 보니 해외 파견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A씨는 최근 북측으로부터 “신의주에 500명이 일할 수 있는 공장을 만들어달라. 인력은 얼마든 공급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받아야 할 인력을 제때 받지 못하게 되면서 북한공업단지 내 기업들은 “이러다 망하는 것 아니냐”며 중국 당국에 항의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중국 당국도 애가 타긴 마찬가지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수시로 평양을 오가지만 북한은 보내줄 사람이 없다는 얘기만 되풀이하기 때문이다.



    북 공무원은 中 기업 상대로 뇌물 뜯어

    투먼 북한공업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이들의 다급한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투먼시 당국은 북한공업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에게 당초 그들이 원하는 만큼의 인력을 제공할 수 없었다. 북한 인력이 예상만큼 충분하게 확보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투먼시 당국은 모든 기업에 북한 인력을 조금씩 배분하면서 계속 충원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북한 인력 300명을 고용해야만 이익이 생긴다”며 인력 신청을 하면 투먼시 당국은 먼저 100명만 배정해주는 식이다. 이것만으로도 각 기업은 가뭄 끝 단비를 만난 것처럼 반기며 거금을 투자해 사업을 확장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인력이 예정대로 공급되지 않으면서 기업으로선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북한 근로자도 황당하긴 마찬가지. 계약 기간이 끝난 북한 근로자는 “계약이 끝났는데 왜 안 보내주느냐”며 항의하고 있다. “엄마가 보고 싶다” “자식이 보고 싶다”며 울고불고하는가 하면, 일부 근로자는 아예 “일을 안 하겠다”고 버티기도 한다. 기업은 어떻게든 근로자를 잡으려고 달래고 어르지만, 도저히 견디지 못하겠다는 근로자는 어쩔 수 없이 한두 명씩 귀국 조치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예외 없이 돈을 뜯어내는 북한 공무원들이 있다. 북한 영사관의 외무영사가 공장을 찾아와 계약 기간 3년이 지났는데 왜 근로자를 귀국 조치하지 않느냐고 따진다. 물론 외무영사가 속사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이런 약점을 잡고 규정 위반을 눈감아줄 테니 돈을 달라는 무언의 압박인 것. 외무영사는 기업 방문 때 보통 보위부 요원도 대동해 근로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근로자의 계약 기간 위반이 자발적인지, 회사의 강요 때문이지 소원수리(訴願受理)를 받기 위해서다. 결국 이 모든 과정을 무난히 넘기려면 중국 기업 관계자와 북측 공동 대표는 외무영사와 보위부 요원에게 온갖 뇌물을 바치며 사정해야 한다.

    북한 당국은 해외 노동자가 귀국한 이후에도 이들을 상대로 한두 달씩 집중적으로 조사한다. 해외 근무기간 사장의 비위는 없었는지 등을 집요하게 캐묻는다. 통상 근로자가 3년 계약을 마치고 귀국한 후에는 기업의 북측 대표도 곧바로 귀국 조치된다. 근로자 조사 과정에서 대부분 사장의 비위 사실이 발각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근무하는 북측 대표는 3년 동안 악착같이 3만~   4만 달러(약 4688만 원)씩 챙긴다. 그래야 평양 시내에서 부촌이 아닌 지역의 100㎡ 크기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인력의 합법적 중국 송출이 막힌 가운데 불법인력 송출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단둥의 대북 소식통은 “최근 평양의 한 간부급 인사가 평양 인력 35명을 단둥 봉제공장으로 데려왔다”고 전했다. 이들은 30일간 해외 체류가 가능한 도강증을 만들어 중국으로 들어왔는데 단둥에 있는 수만 명의 노동자처럼 결국 불법체류하면서 일하게 된다.  

    한 중국인 대북사업가는 “최근 평양의 간부급 지인으로부터 ‘합작투자하자’는 연락이 계속 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합작이 성사될 가능성은 희박한데도 평양에서 이런 연락이 계속 오는 이유는 해외에서 한몫 챙기려는 속셈 때문. 평양 간부는 일상생활에 찌들어 어떻게든 해외로 나가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 아는 외국인이 있으면 합작투자 방안을 만들자고 달려든다. 일단 계약서만 쓰면 간부 서너 명이 두 달 정도 해외 출장을 다녀올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내부에서는 이익을 얻는 데 한계가 있으니 해외로 나가 뒷돈을 챙기려고 혈안인 것이다. 해외는 북한 내부에 비해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 뒤로 챙길 수 있는 여지가 훨씬 많다. 일반인과 달리 간부는 대부분 해외로 나가 몰래 부를 축적하려는 욕심을 갖고 있다.



    대북제재 결의안과 중국의 이중 플레이

    한편 11월 30일(현지시각) 북한의 5차 핵실험을 제재하기 위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2321호가 채택됐다. 핵실험 후 결의안 채택까지 82일이 걸렸다. 그 어느 때보다 북한 핵·미사일 관련 결의 채택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미국과 중국의 합의 과정에 공방이 치열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결의안의 핵심은 북한 정권의 자금줄이라 할 석탄 수출에 대해 민생 목적의 예외 조항을 없애고 수출 상한선을 정했다는 점이다.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해 3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는 석탄 수출을 막으면서도 ‘민생 목적’은 예외적으로 허용했다. 하지만 북한이 이를 악용한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번 결의안은 더욱 강도 높은 조치를 마련한 것이다.

    이번 결의안에 따라 내년부터 북한의 연간 석탄 수출 규모는 4억90만 달러(약 4720억 원) 또는 750만t 가운데 낮은 쪽으로 상한선이 정해진다. 유엔 안보리는 이로써 북한이 석탄 수출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7억 달러(약 8176억 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이와 함께 동, 니켈, 은, 아연 등 4가지 품목도 북한의 수출 금지 품목에 추가했다. 이로써 1억 달러 수출 감소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유엔 안보리는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북한이 추가 도발할 경우 유엔 회원국 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는 경고, 주민 복지를 희생해 핵·미사일을 개발한다는 북한의 인권 관련 우려도 제재 결의안에 처음으로 포함했다. 이 밖에 북한의 외화벌이 수단인 대형 조각상 수출을 금지하고, 해외 노동자들이 벌어들이는 외화가 핵·미사일 개발 비용으로 쓰인다며 회원국에 주의를 촉구하는 등 다양한 내용을 담아 주목된다.  

    하지만 이번 결의안 역시 실효성 여부는 중국에 달렸다.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3월 유엔 안보리 제재 때와 마찬가지로 효과는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다. 현재로선 겉으로 제재에 동참하는 것처럼 하면서 실제로는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기존 행보를 유지할 개연성이 커 보인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월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지속적으로 전면적이고 성실하게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이행하고 있다”면서도 “안보리 대북제재가 북한 민생과 인도적 수요를 해쳐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대북제재에 대한 중국의 이중적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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