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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봉 기자의 차이나 프리즘

관료들 계획경제 관행 ‘석유파동’ 불렀다

관료들 계획경제 관행 ‘석유파동’ 불렀다

8월 중순 중국의 동남부 대도시에서는 주유소마다 장사진을 친 자동차들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광저우(廣州)에서는 경찰차가 주유를 위해 새치기하자 줄을 서 기다리던 운전자들이 격렬히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대부분 3시간 이상 기다려야 기름을 넣을 수 있었다. 선전(深)에서는 전체 주유소의 절반이 넘는 130개 주유소가 아예 문을 닫았다. ‘유황(油荒)’으로 불린 이번 석유 파동은 상하이(上海), 쿤밍(昆明), 하얼빈(哈爾濱) 등 전국 각지로 확산돼, 진정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중국 정부 관리들은 태풍 등으로 인한 선적 지연으로 석유 파동이 빚어졌다고 설명했지만, 속사정은 상당히 복잡하다. 업계에서는 이번 파동의 원인을 중국의 양대 석유회사인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와 중국석유화공집단이 의도적으로 공급을 줄였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올 들어 국제유가는 30% 이상 올랐으나 중국의 석유 판매가는 이의 절반 수준밖에 오르지 않아 두 기업이 정부에 시위를 하고 있다는 것. 국제유가와 국내유가가 심한 괴리현상을 보이자 국내 공급물량을 줄이고 수출로 방향을 돌리면서 석유 부족 현상이 발생했고, 이에 사재기 심리가 가세해 파동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소비자에게 에너지 위기 경보 훈련을 하기 위해 석유 파동을 연출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현재 물·전기·쌀 등의 절약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는데, 석유야말로 어느 품목보다도 절약의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것. 전국의 자동차 에너지 소비를 40~50% 줄이면 연간 최소 5000만t의 석유를 절약할 수 있는데, 이는 연간 석유 수입량의 절반에 달한다는 계산이다. 중국의 GDP(국내총생산)를 선진국과 비교해 환산했을 때 중국은 에너지를 2~3배 더 소비한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중국 정부의 ‘소비자 길들이기’라는 분석은 일리가 있는 듯하다.

이번 파동이 빚어지면서 자동차 관련 정책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중국은 현재 자동차 산업을 국가적으로 장려하고 있는데, 자동차가 급속히 보급되면서 석유 부족 사태가 심화됐기 때문. 이런 상황에서 궁여지책으로 나온 게 ‘차 구매는 장려, 차 이용은 제한(鼓勵買車 限制用車)’이라는 캐치프레이즈다. 당국은 최근 중국인들이 자가용 출퇴근을 자제하는 등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늘 붐비던 선전과 광저우의 시가지 교통 흐름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전문가들은 아직도 중앙 계획경제의 관행에 젖어 있는 관료들의 의식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기본식료품, 생필품, 휘발유 등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려는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인플레이션이나 사회불안 고조에 대한 두려움이 시장질서에 역행하는 정책을 펴온 게 근본 문제라는 진단이다.



주간동아 2005.09.13 502호 (p53~53)

  • 황의봉 기자 heb86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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