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94

..

입방아 한가운데 선 로커 … 그래도 내 음악적 보고

  • 정일서/ KBS 라디오 PD

    입력2005-07-14 15:58: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입방아 한가운데 선 로커 … 그래도 내 음악적 보고
    요즘 대중음악계에서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는 인물은 단연 전인권이다. “영화배우 이은주와 사랑하는 사이였다”는 그의 뒤늦은 고백에 망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거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때마침 그가 책 ‘걱정말아요 그대’를 발간한 데다 가을에는 새 앨범까지 나올 예정이어서 저열한 상술에 고인을 팔아먹었다는 세간의 지적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는 까닭이다.

    전인권, 그가 누구인가? 1980년대 중반 혜성처럼 나타나 동시대의 명그룹인 ‘부활’, ‘시나위’와 함께 한국 록의 수준을 족히 두 계단쯤은 끌어올려놓은 전설적인 그룹 ‘들국화’의 보컬리스트가 아니었던가.

    재킷 덕분에 ‘비틀스’의 마지막 정규앨범 ‘Let It Be’를 떠올리게 했던 ‘들국화 1집’이 세상에 나온 것은 85년이었다. 앨범은 ‘그것만이 내세상’, ‘행진’, ‘매일 그대와’,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사랑일 뿐이야’ 등 이후 한국 록의 고전으로 남게 되는 불멸의 명곡들을 가득 담고 있었다. 또 방송 출연과는 거리를 둔 채 정력적인 라이브 투어를 통해 팬층을 확보해간 정공법 역시 당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쉽게’, ‘내가 찾는 아이’ 등을 수록하고 있어 역시 수작 앨범으로 꼽혔던 2집을 끝으로 아쉽게도 ‘들국화’는 해산했다. 하지만 솔로로 전향한 전인권은 88년 ‘사랑한 후에’, ‘돌고 돌고 돌고’가 수록된 솔로앨범을 발표하며 대한민국 최고 로커로서의 명성을 이어갔다.

    개인적으로도 ‘들국화’에 대한 기억은 각별하다. ‘레드 제플린’과 ‘딥 퍼플’에 빠진 팝 키드였던 내가 처음으로 한국 록을 듣게 된 계기가 바로 ‘들국화’였다. 고등학교 1학년 땐가, 태어나 처음으로 콘서트라는 델 가본 것도 당시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들국화’ 공연이었다. 게다가 대학에 가 첫 미팅서 만난 상대와 3년 만에 다시 찾은 공연장도 바로 ‘들국화’ 콘서트였으니 우연만은 아니겠지….



    라디오 PD로서 종종, 가수들이 자신이 좋아하거나 영향을 받았던 음악을 소개하는 코너를 진행하게 된다. 이때 가장 자주 꼽히는 가요 음반이 바로 ‘어떤날’과 ‘들국화’의 음반들이다. 그만큼 ‘뮤지션들도 인정하는 뮤지션’이라는 얘기다. 또 ‘한국의 명반 100선’과 같은 각종 조사에서도 ‘들국화’ 음반은 절대로 1, 2위를 놓치는 일이 없으니 그만 하면 ‘들국화’의 전설은 개인적인 감상만이 아닌, 모두가 인정하는 것이라 해도 좋을 듯하다.

    나는 전인권과 얽힌 최근의 논란에 대해선 딱히 의견을 내고 싶지 않다. 다만 어린 날부터 소중하게 간직해온 내 음악적 보고에 흠집이 나는 것 같아 안타깝고 안타까울 뿐이다.



    음악 칼럼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