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5

2005.03.08

정신 차려! … 방심하면 춤판 엉망 되잖아

  • ‘all of dance’ PAC 대표 choumkun@yahoo.co.kr

    입력2005-03-04 11: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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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 차려! … 방심하면 춤판 엉망 되잖아
    설 연휴 동안 고향에 내려갔다가 아주 오랜만에 어릴 적 친구를 만났다. 1년인가 2년 만의 만남이었는데도, 우리는 어제까지 줄곧 만났던 사람들처럼 곧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결혼할 상대는 만났는지 등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화제는 자연스레 운동으로 옮아갔다. 6개월 정도 운동을 못한 내가 ‘이제 수영과 헬스를 다시 시작하고 펜싱이나 검도도 하려 한다’고 말하자, 그 친구는 펜싱보다는 검도가 좋을 것 같다는 충고를 해주었다. 운동이 될 뿐 아니라 집중력과 정신 수양에까지 도움을 주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다른 운동도 많은데, 내가 유독 검도나 펜싱에 매력을 느낀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깨닫게 됐다. 칼을 휘두르는 운동은 칼을 내리치는 순간 모든 근육과 신경을 칼끝에 집중시켜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칼은 빗나가고, 나는 내 칼을 피한 상대방의 칼끝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마치 발레에서 ‘파드 되(Pas de Deux·2인무)’를 하다 발레리노가 잠깐 다른 생각을 하면 발레리나가 넘어지는 것처럼.

    그렇다. 그 ‘긴장’과 ‘집중력’은 바로 무용수의 몸짓을 연상케 한다. 한국무용이든, 현대무용이든, 발레든 모두 똑같다. 치맛자락을 살며시 쥐고 버선발을 조심스럽게 옮길 때도, 장구를 메고 채와 궁채를 한꺼번에 쳐서 소리를 낼 때도, 수건자락을 허공에 흩날릴 때도 무용수는 끝까지 신체의 움직임에, 그리고 오브제의 움직임에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클래식 발레에 언제나 등장하는 ‘그랑 파드 되’가 있다. 이것은 남녀의 독무와 2인무가 합쳐진 춤의 형태인데, 두 사람이 같이 추기 때문에 여느 춤보다 두 배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특히 발레리노는 발레리나를 지탱해주는 역할을 하느라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그랑 파드 되’에서 사용되는 발레 테크닉 가운데 ‘피시 다이브(Fish Dive)’라고 불리는 자세가 있는데, 물고기가 물속으로 뛰어드는 듯한 모습을 흉내 내는 동작이다. 발레리노가 발레리나를 공중에 던진 뒤 받아서 손이 아닌 옆구리로 지탱하는 이 동작을 하다 실수를 할 경우, 고운 얼굴의 발레리나는 코가 깨지고 치아가 나가고 목이 부러지게 된다(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랑 파드 되’의 마지막 부분에는 발레리나가 한쪽 다리로만 32회전을 하는 동작이 있는데 이 역시 위험천만하기는 마찬가지다. 공연 도중 단 1초라도 리듬을 잊거나 회전에 집중하지 않으면 그만 중심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봄이 다가오고 있다. 새해 결심했던 것을 이제 한 번쯤 다시 짚어보는 것이 어떨까. 내가 중심을 잃지 않고 있는지, 정신을 혹은 에너지를 한곳에 제대로 집중하고 있는지. 정신을 한곳에 모으면 무엇이든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했다. 2005년 한 해 동안 그렇게 ‘몸’에 집중한다면 우리 모두 ‘몸짱’이 되고도 남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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