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4

2005.03.01

성인병 환자여! 콜레스테롤을 잡아라

  • 입력2005-02-24 17: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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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고지혈증을 이보다 더 상징적으로 표현한 문구가 있을까? 고지혈증은 증상도 없이 다가와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등을 일으켜 생명까지 위협하는 혈관질환이다. 게다가 고혈압, 당뇨병, 뇌졸중 등의 만성질환자가 고지혈증까지 함께 앓으면 심혈관 질환 위험은 현격히 늘어난다. 때문에 이런 환자들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정기적으로 체크함과 동시에, 약물을 복용하거나 생활습관을 변화시켜 콜레스테롤 수치를 정상으로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고지혈증, 복부비만, 고혈압, 당뇨 등의 질병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대사성 증후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만성질환과 고지혈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대사성 증후군은 여러 질환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면서 혈관의 동맥경화를 빠르게 진행시켜 동맥경화성 심장병의 발생을 증가시키므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각 질환자들의 콜레스트롤 관리에 대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봤다.

    성인병 환자여! 콜레스테롤을 잡아라

    고혈압 환자에게는 콜레스테롤 관리가 곧 생명 관리다.

    고혈압 환자의 콜레스테롤 관리

    고혈압도 고지혈증과 마찬가지로 상태가 심각해져 합병증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혈압은 심장이 수축할 때의 높은 압력인 ‘수축기(최고) 혈압’과 심장이 확장할 때의 낮은 압력인 ‘확장기(최저) 혈압’으로 나뉜다. 고혈압은 평소엔 자각 증상이 없지만,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합병증 때문에 혈압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혈압이 높아지면 혈관을 파열시키거나 막히게 하며, 여러 장기를 손상시킴으로써 뇌졸중·심부전·신부전 등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켜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대한고혈압학회는 지난해 정상 혈압을 수축기 120mmHg, 확장기 80mmHg 미만으로 규정하고 적극적인 혈압 조절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고혈압 환자에게 혈압 관리만큼 중요한 것으로 콜레스테롤 관리가 있다. 콜레스테롤이 쌓이면 혈관이 좁아지고, 좁아진 부분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혈관을 심하게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전 세계 1만9342명의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한 ASCOT(Anglo-Scandinavian Cardiac Outcomes Trial) 연구는 고혈압 환자의 콜레스테롤 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가 정상이거나 약간 높은 고혈압 환자가 콜레스테롤 저하제인 리피토를 복용하면 치명적인 관상동맥 질환 발생률이 36%까지 낮아지고, 치명적이지는 않더라도 심장마비 발생 가능성이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고혈압 환자 중 35~50%는 고지혈증을 함께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므로, 고혈압 환자들은 반드시 정기적인 콜레스테롤 검사를 통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관리해야 한다.

    도움말: 김철호 교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내과

    성인병 환자여! 콜레스테롤을 잡아라

    당뇨병 환자는 혈당 검사와 함께 콜레스테롤 수치를 체크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의 콜레스테롤 관리

    최근 가장 주목받는 질환이 바로 당뇨병이다. 서양 사람들의 병으로만 알려졌던 당뇨병이 식생활의 서구화로 우리나라에서도 유병률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당뇨병학회에서 곧 ‘당뇨병 대란’이 올 것이라고 경고할 정도로 최근의 증가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당뇨병 치료의 지표가 되는 것이 혈액 내 혈당 수치. 건강한 사람은 식후 8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은 아침 공복 때 110mg/dℓ 미만, 식후 2시간의 혈당은 140mg/dℓ 미만이다. 환자의 혈액에 포도당이 많아지면 모든 장기, 특히 중요한 장기들에 합병증을 일으키게 된다. 흔히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많이 알려진 것이 당뇨병성 망막증이나 족부 궤양 등이지만, 당뇨병 환자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것은 허혈성 심장질환이나 뇌졸중 같은 심혈관 합병증이다. 실제 당뇨병 환자의 약 65%가 심장발작과 뇌졸중을 경험하는데, 이는 일반인의 2~4배에 이른다. 여러 합병증 중에서 특히 심혈관 질환의 합병증은 직접적으로 생명을 위협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러한 질환을 예방하는 데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그리고 고혈압의 조절은 혈당 조절만큼이나 중요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치료와 관리는 매우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미국당뇨병협회에서 50개국 2000명의 당뇨병 전문의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당뇨병 환자의 90%가 정기적으로 콜레스테롤 검진을 받고 있지만, 50%는 목표 콜레스테롤 수치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들어 당뇨병 환자의 콜레스테롤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지만, 아직 서구의 수준을 따라가지는 못하고 있다. 미국당뇨병학회는 당뇨병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의 임상진료 지침을 매년 발표하고 있는데, 해가 갈수록 콜레스테롤 수치의 중요성을 더 강조한다. 그리고 식사·운동치료와 더불어, 우선 선택 약제로 스타틴계 약물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당뇨병 환자 사망원인의 대부분이 혈관질환임을 생각할 때, 당뇨병 환자들이 콜레스테롤 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 또한 전문의와 상의해 필요에 따라서는 약제를 투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움말: 이창범 교수/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내분비내과

    성인병 환자여! 콜레스테롤을 잡아라

    콜레스테롤의 증가는 혈관이 막히는 동맥경화즘을 일으키고, 이는 뇌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뇌졸중 환자의 콜레스테롤 관리

    뇌졸중은 단일 질환으로 사망원인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위험한 질환이다. 그리고 식물인간이나 반신불수, 보행·언어·발음 장애 등을 일으켜 나이가 들수록 ‘가장 두려운 질병’으로 꼽힌다. 젊은층에서는 쉽게 발병하지 않지만 50대부터는 발병 빈도가 높아지므로 많이 신경 써야 한다. 특히 고지혈증이나 고혈압·당뇨병·비만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에는 뇌졸중에 걸릴 확률이 더 높아지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뇌졸중은 뇌혈관으로 흐르는 혈액의 흐름에 이상이 생겨서 뇌조직이 혈액을 공급받지 못해 기능이 마비된 상태를 말한다. 크게 뇌혈관이 터져서 생기는 ‘뇌출혈’과 혈관이 막혀 일어나는 ‘뇌경색’으로 나뉜다. 우리나라에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뇌출혈이 뇌졸중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높았으나, 최근에는 뇌경색의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스트레스 증가와 패스트푸드 섭취 등 식생활의 변화로 인해 혈관 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는 고지혈증 환자가 증가하는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뇌졸중 치료에서 ‘생명’을 좌우하는 것은 바로 초기 대처법. 우리나라는 뇌졸중에 관한 잘못된 상식과 대처 때문에 미국보다 사망률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단 뇌졸중으로 쓰러져 의식을 잃으면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기 위해 시계나 팔찌, 허리띠, 넥타이 등을 풀고 몸을 꽉 조이는 옷을 벗겨주는 게 중요하다. 이후에는 가능한 한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뇌졸중은 재발 위험이 높아서 한 번 발병한 뒤에는 더욱 적극적인 콜레스테롤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리피토 같은 스타틴 제품이 혈관의 염증을 줄여주고 혈관 속에 쌓여 있는 플라크를 줄여준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뇌졸중 발병 후 손상된 혈관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도움말: 김용재 교수/ 이대 목동병원 신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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