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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토성 위성‘타이탄’의 속살을 벗기다

유럽 탐사선 호이겐스, 착륙 후 표면 사진 보내와 … 연구 통해 지구 생명 기원 찾을 것으로 기대

토성 위성‘타이탄’의 속살을 벗기다

토성 위성‘타이탄’의 속살을 벗기다

호이겐스가 타이탄 대기에 진입하는 상상도.

지구에서 10억km나 떨어진 우주공간에 위치해 있는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의 ‘속살’이 처음 공개됐다. 7년여에 걸친 기나긴 우주여행을 마치고 1월14일 오후 유럽우주국(ESA)의 탐사선 ‘호이겐스’가 타이탄에 착륙하면서 수백장의 표면 사진을 찍어서 지구로 보내온 것.

탐사선이 태양계 위성에 착륙하는 데 성공한 것은 달에 이어 두 번째다. 유럽은 2003년 크리스마스에 화성 착륙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비글 2호’의 악몽을 1년 만에 말끔히 지우며 인류의 우주탐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2004년 크리스마스이브에 319kg짜리 호이겐스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만든 토성탐사선 ‘카시니’에서 떨어져 나온 뒤 22일간 타이탄을 향해 활강했다. 그리고 1월14일 오후 7시13분 대기권에 진입해 지름 8m짜리 낙하산을 펴 속도를 줄이면서 2시간 반 뒤 표면에 안착했다. 18일 ESA 과학자들이 공개한 타이탄 표면 사진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호이겐스는 진흙 표면에 착륙한 것으로 밝혀졌다.

상공 18~20km에 두꺼운 메탄 구름층 존재 증거 잡아

호이겐스는 낙하 도중에 대기의 화학 조성을 파악하고, 대기의 마찰로 인해 생기는 소리도 녹음했으며, 착륙 전부터 표면 사진 촬영에 들어갔다. 호이겐스에 실린 분광계(分光計)는 타이탄 상공 18~20km에서 두꺼운 메탄 구름층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포착했다. 호이겐스 마이크에 녹음된 소리는 바람소리나 파도소리를 연상시키는데, 이 소리는 ESA의 호이겐스 홈페이지 (http://www.esa.int/SPECIALS/CassiniHuygens/ SEM85Q71Y3E_0.html)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호이겐스는 착륙 2시간쯤 뒤 낮은 온도와 배터리 소진으로 활동을 멈출 때까지 총 350여장의 타이탄 사진을 지구에 보내왔다. ESA가 공개한 사진에는 타이탄의 낯선 세계가 펼쳐져 있다. 타이탄 상공 16km에서 촬영한 사진에서는 액체가 흐른 듯한 어두운 강바닥 같은 지형이 해안선을 닮은 곳까지 이어지고, 상공 8km에서 찍은 사진에서는 해안선처럼 보이는 밝고 어두운 지형이 여럿 보인다. 표면 가까이에서 촬영한 사진에서는 젖은 모래로 구성된 듯한 표면에 둥근 돌이나 얼음 덩어리처럼 생긴 것들이 지평선에까지 이어져 있는 모습이 발견된다.

특히 일부 과학자들은 액체가 흐른 것처럼 보이는 지형을 확인하고, 행성의 위성에서 액체의 흔적을 발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흥분하기도 했다.
토성 위성‘타이탄’의 속살을 벗기다

타이탄 탐사선 호이겐스가 토성 탐사선 카시니로부터 분리되는 상상도(왼쪽).호이겐스가 타이탄의 대기에 접근하는 상상도.



토성 위성‘타이탄’의 속살을 벗기다

호이겐스가 타이탄에서 착륙한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

호이겐스는 왜 토성의 많은 위성 가운데 굳이 타이탄을 선택해 몸을 던졌을까. 타이탄은 수수께끼 같은 천체이기 때문이다. 지름이 5000km가 넘는 거대 위성으로 행성인 수성이나 명왕성보다 크다. 태양계에서 유일하게 두꺼운 대기층을 갖고 있는 위성이기도 하다. 짙은 오렌지 빛 스모그에 덮여 있어 호이겐스가 표면 사진을 보내오기 전까지 그 속살을 본 사람은 없었다.

타이탄의 대기는 38억년 전 태양계가 형성될 때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구성물질도 원시 지구의 성분과 비슷한 것으로 추정돼 그간 과학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특히 대기에 생명체의 탄생에 필요한 탄소가 포함된 유기화합물이 풍부하다는 관측 결과도 주목을 끌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타이탄에 대한 연구가 지구와 생명 탄생의 기원을 밝혀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50년대에 대한 미국 생물학자 스탠리 밀러는 원시 대기 성분인 수소, 메탄, 암모니아, 수증기를 혼합한 뒤 여기에 전기방전을 가해 아미노산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 실험을 통해 지구의 원시 대기에 번개가 치자 아미노산이 만들어졌고, 이들이 원시 바다에 모여 생명체가 탄생했다는 시나리오가 등장했다.

토성 위성‘타이탄’의 속살을 벗기다

호이겐스가 낙하산을 펴고 타이탄의 대기에 낙하하는 상상도.

대기 구성물질, 원시 지구 성분과 비슷한 것으로 추정

과학자들은 타이탄 탐사를 통해 과연 이 시나리오가 맞는지를 확인하고 싶어한다. 메탄, 에탄, 아세틸렌 등 유기화합물이 풍부한 타이탄이 보여주는 복잡한 양상은 지구에서 생명체가 탄생하기 위해 사전 준비를 했던 상황과 비슷할 수 있다. 하지만 타이탄의 온도는 영하 179℃로 너무 낮기 때문에 생명체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과학자들은 지구 원시 대기에서 생명체가 태어난 시나리오에 대한 근거를 타이탄 탐사 결과에서 찾으려고 애쓰고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지는 좀더 지켜봐야겠다. 호이겐스가 보내온 많은 정보를 분석하는 데만 길게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토성 위성‘타이탄’의 속살을 벗기다

호이겐스가 타이탄에 접근하는 모습을 멀리서 본 상상도.

토성 위성‘타이탄’의 속살을 벗기다

호이겐스가 착륙지점으로 내려올 때 상공 16~8km에서 타이탄의 표면을 찍은 30장의 사진을 합성한 것. 착륙지점 주위 30km까지 커버하고 있다.





주간동아 2005.02.01 471호 (p66~67)

  •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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