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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한국사회여론연구소 공동기획

가장 큰 사건은 ‘신행정수도 좌절’

‘여론의 창’으로 본 2004 ‘10대 이슈’ … 대통령 탄핵, 경기 침체 順 사안마다 골 깊은 대립

가장 큰 사건은 ‘신행정수도 좌절’

  •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소추와 신행정수도 건설 위헌 결정, 경기 침체 및 이라크 파병, 국가보안법 논란 등 대한민국의 2004년은 어느 해보다도 정치, 사회적 대립의 골이 깊었다. 각 사안별로 여론은 첨예하게 엇갈렸으며, 여론의 향배는 정부 정책과 정당의 전략 수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주간동아’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www.ksoi.org)와 함께 ‘여론의 창’으로 격랑의 2004년을 되돌아봤다.
가장 큰 사건은 ‘신행정수도 좌절’
올 한 해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여론은 신행정수도 건설 위헌 결정(44.0%)과 대통령 탄핵사태(43.5%·열린우리당 과반의석 획득은 탄핵사태의 ‘결과’여서 두 사건을 합쳤음)를 꼽았다. 경기 침체(32.9%) 이라크 파병(24.9%)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19.1%)에도 여론은 눈과 귀를 모았다. 민주노동당(이하 민노당)의 원내 진출, 노무현 대통령의 인기 하락, 4·15총선에서의 박근혜 효과 등도 2004년을 관통하는 여론 키워드다(표 참조·12월7일 전국 남녀 700명 조사, 95% 신뢰 수준에서 오차범위 ±3.7%). 국민이 뽑은 ‘기억에 남는 사건’들의 여론 변화 추이를 살펴봤다.

1. 관습헌법이 뭐기에…좌절된 신행정수도 건설

신행정수도 건설은 노무현 대통령의 통치 철학이 담긴 현 정부의 핵심 정책. 국토의 효율적 발전이라는 타당한 명분에도, 정부는 수도권 여론을 우군으로 만드는 데 실패했다. ‘천도’ ‘관습헌법’ 등의 열쇠말(키워드)을 만들며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종지부를 찍은 신행정수도 건설 논란은 지역 간 감정 대립을 낳기도 했다. 국민 여론은 ‘찬성’보다 ‘반대’가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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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10월21일 신행정수도 특별법안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고 있다.

2. 열린우리당 롤러코스터를 타다

5월22일 44.2%, 12월7일 22.4%.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 지지도는 극과 극을 오르내렸다.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의 공조로 이뤄진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안 가결은 결과적으로 우리당의 국회 과반수 확보로 이어졌다. 그러나 탄핵으로 인한 거품이 빠지면서 우리당 지지율은 곤두박질친다. 바닥을 몰랐던 경기 침체와 아마추어적 국정 운영이 하락의 원인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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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당직자들이 4월15일 총선 방송사 출구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3. “IMF 때보다 더 심하다…” 끝 모르는 불황 터널

직장에서 내몰린 40, 50대 전직 샐러리맨들이 너도나도 자영업에 뛰어들었으나 십중팔구는 ‘파리만 날렸다’. 자영업 침체에 따른 ‘얇아진 지갑’(영업 이득 감소)을 직장인들의 임금소득 증가로 벌충하기엔 역부족. 하반기 들어 경제 전망이 매번 저점을 갈아치우는 등 경제 불안감은 날로 고조되고 있다. 여론 역시 향후 1년의 경제 전망을 “나빠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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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을 기다리다 지쳐 잠이 든 한 자영업자.

4. “명분은 없다…” “그래도 파병은 불가피했다”

2004년은 시민·사회단체의 이라크 파병 반대 운동과 고 김선일씨 피살사건 등으로 어느 때보다도 국익과 전쟁, 그리고 평화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해였다. 상대적 다수 여론은 “이라크전쟁이 명분은 없지만, 미국과의 동맹관계 유지를 위해 파병은 불가피하다”는 실용적 태도를 보였다. 전격적으로 이뤄진 노 대통령의 자이툰부대 방문은 여론의 지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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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12월8일 이라크 아르빌에 주둔해 있는 자이툰부대를 전격 방문했다.

5. 국가보안법, 안보 불안의 벽 넘을 수 있을까

우리당 최재천 의원이 12월6일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안을 손바닥으로 변칙 상정해 ‘날치기 논란’이 일었다. 국보법 폐지 논란은 하반기 한국 사회를 달군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국민 여론은 국보법 폐지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인권탄압 도구로 악용됐다는 점에서 시급히 개정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으나, 안보 불안 심리 때문에 ‘폐지’보다는 ‘개정’에 더 무게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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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이 12월6일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변칙 상정하고 있다.



6. 추락 추락 추락 … 날개 잃은 노 대통령 지지도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였다. 12월15일 노 대통령은 “지지도가 낮으면 대통령 마음대로 못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40대에 이어 핵심 지지층으로 분류된 30대까지 떨어져나가면서 20%대로 떨어진 국정운영 지지도는 노 대통령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과연 다수 국민한테서 다시 사랑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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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하락세로 돌아선 뒤 좀처럼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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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민주노동당 국회에 둥지를 틀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적 기대에 힘입어 원내 진출에 성공한 민노당의 약진은 정치사적 일대 사건이다. 국회 밖에서 민노당 의원들은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으나 정작 본업인 의정 활동에선 거대 정당에 따돌림당하며 10석의 설움을 톡톡히 맛보고 있다. 4·15총선에서 제3당의 입지를 구축한 민노당은 제도권 정당으로의 연착륙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8. 잦아든 ‘박근혜 바람(朴風)’

박근혜 대표는 노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급격하게 지지도가 하락한 한나라당의 ‘구원 투수’로 등장해 몫을 톡톡히 해냈다. 4·15 총선 때 박 대표는 시장통을 발로 뛰며 예의 그 친숙한 미소로 ‘박풍’을 지펴놓았다. 후보들은 박 대표의 지지 유세 차례를 기다리며 노심초사했다. 박 대표는 벼랑에 몰린 한나라당을 되살리는 데 크게 기여했으나 정치력 점수는 여전히 물음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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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몫을 해냈다.선거 유세에 나선 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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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고조된 북핵 위기… “전쟁은 안 된다”

2004년 내내 북한과 미국의 평행선은 좀처럼 수렴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여론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한반도에서 전쟁은 불가하다”는 것을 촉구하고 있다. 주적(主敵) 삭제에 대해서도 다수 여론은 북한을 더 이상 군사적 위협 대상이 아닌 평화통일의 동반자로 보았다. 한반도 문제에서는 남북 관계가 가장 우선돼야 한다는 여론이 확고히 자리잡았다.

10. 거리로! 거리로! 보수의 변신

주말 도심 집회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보수 세력이 ‘아스팔트 위의 투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보수-진보 간 이념 갈등이 격해지면서 보수 운동이 대중화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특히 국보법 폐지 논란이 촉매제 구실을 했다. 보수 단체의 대중 집회를 보는 여론은 세대 별로 엇갈린다. 20, 30대에선 “공감이 가지 않는다”는 견해가, 40대 이상에선 “공감이 간다”는 평가가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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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소속 시민들의 시위가 늘고 있다.





주간동아 2004.12.30 466호 (p42~44)

  • 송호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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