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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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패션계 20대 실세 ‘힐튼 자매’ 놀려 먹기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입력2004-11-19 15: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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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패션계 20대 실세 ‘힐튼 자매’ 놀려 먹기
    현재 전 세계 패션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사람은 누구일까. 물론 제니퍼 로페즈 같은 영화배우를 꼽을 수도 있지만, 모델 패리스 힐튼과 니키 힐튼을 빼놓을 수 없다. 힐튼 자매는 모델 활동 때문이 아니라 세계적 호텔 체인을 소유한 릭 힐튼 회장의 2남2녀 중 맏딸과 둘째 딸로 더 유명하다. 이제 스무 살을 갓 넘긴 패리스와 니키 자매는 성년이 되면서 물려받은 재산만 각각 3400억원에 이르는 ‘갑부’로, 패션 하우스들이 두 사람만 바라보고 있다는 말이 전혀 지나친 말이 아니다. 힐튼 자매 역시 제니퍼 로페즈처럼 이름을 딴 패션 브랜드를 갖고 있다.

    파티에서 파티로 이어지는 호화로운 생활과 에드워드 펄롱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로 이어지는 남성 편력 때문에 두 사람은 백인 상류사회를 선망하는 젊은 여성들의 우상이 됐다. 이들이 먹고 입는 것은 바로 언론에 보도될 뿐 아니라 이들의 생활을 그대로 보여주는 ‘스타들이 사는 법’ ‘심플라이프’ 같은 TV 프로그램이 생겨날 정도다.

    이 힐튼 자매와 추종자들을 희화화한 영화가 11월17일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된다. 이름만 들어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화이트 칙스’(백인 상류층 여성을 일컫는 말·사진)다. ‘무서운 영화’로 유명해진 흑인 감독 키넌 아이보리 웨인스가 연출을 맡고 그 형제들인 숀 웨인스와 마론 웨인스가 주인공 ‘윌튼 자매’ 역을 맡았다. 두 명의 흑인 FBI 수사관이 윌튼호텔 상속자인 두 자매의 경호를 하다 두 사람으로 ‘변장’을 하고, ‘화이트 칙스’의 세계에 들어가 온갖 소동을 벌인다는 이야기다. 1300달러짜리 루이 뷔통을 입고 다닌다는 힐튼 자매의 유명한 초미니 강아지도 영화에 등장한다. 웨인스 형제는 여자 모델 몸을 만들기 위해 13kg을 줄이고 영화 촬영 때마다 5시간씩 분장을 했는데 몸매뿐 아니라 백인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모든 패션 코드로 무장을 하고 그들의 위선적인 문화를 조롱한다. 예를 들면 ‘화이트 칙스’들은 “ ‘깜쫛쫛(n-word)’라는 말을 쓰면 안 돼!”라고 말하지만 “우리끼리잖아”라는 말 한마디에 “깜둥이! 깜둥이!”라고 신나게 외친다. 미국 개봉 당시 흥행에 성공했지만 비평은 완전히 둘로 나뉘었다. 이 영화를 보느니 ‘심플라이프’를 보라는 혹평이 있었는가 하면, ‘매우 똑똑한 코미디’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설정은 매우 억지스럽고 여장은 일찍이 더스틴 호프만이 영화 ‘투씨’에서 보여준 바 있지만, 미국 사회의 또 다른 풍속도로 봐줄 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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