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4

2001.12.20

빠르게 다가오는 감정 이입 … 원작 감동 그대로

  • < 전원경 기자 > winnie@donga.com

    입력2004-12-10 15: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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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르게 다가오는 감정 이입 … 원작 감동 그대로
    공연 시작 전부터 갖가지 화제를 뿌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드디어 12월2일 첫 공연의 막을 올렸다. 사람들의 관심은 과연 한국 공연이 얼마나 영국 웨스트엔드나 미국 브로드웨이의 ‘유령’과 흡사한지에 쏠렸다. 그리고 그 기준에 맞춘 평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실 한국판 ‘오페라의 유령’은 한국어로 공연된다는, 오리지널과 결정적 차이를 가지고 있다. 지난 95년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열렸던 ‘오페라의 유령’ 아시아 순회공연은 영어로 노래하고 대사는 자막으로 처리했다. 사실 그 방법이 더 낫지 않을까 싶었다. 이미 음반으로 익숙한 ‘날 생각해 줘요’나 ‘그대에게 바라는 바’ 등을 한국어로 들으면 얼마나 어색할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걱정은 기우였다. 출연진은 한국어 대사를 또렷하게 전달했으며 원작의 느낌도 그다지 손상되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어 가사가 영어로는 모두 이해할 수 없던 세밀한 감정까지 전달해 주었다. 신인들이 대거 등용되어 평이 분분했던 주역들에게는 최상급의 평가가 아깝지 않았다. 이번 공연에 캐스팅된 두 명의 크리스틴 중 이혜경은 뮤지컬을 공연한 경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음색도 ‘오페라의 유령’ 음반의 사라 브라이트만과 흡사하다. 반면, 김소현은 완전한 신인인 데다 음색도 다소 어둡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김소현은 이러한 점을 충분히 활용해 적극적이고 관능적인 크리스틴을 창조해냈다. 2막의 극중극 ‘돈 주앙의 승리’ 중 ‘돌아갈 수 없는 길’을 부르며 유령을 유혹하는 장면에서 김소현의 매력은 절정에 달했다.

    유령을 맡은 윤영석은 압도적인 성량과 애절한 호소력으로 극이 진행될수록 무대를 장악했다. 단어 하나하나의 뉘앙스를 살린 정확한 딕션도 돋보였다. 유령이 크리스틴과 라울을 떠나보내고 ‘크리스틴, 나는 당신을 너무도 사랑했다오’ 하며 흐느끼는 마지막 장면에서 여러 관객들이 눈시울을 적셨다.

    뉴욕 브로드웨이의 섹시한 크리스틴과 냉혹한 유령, 그리고 런던 웨스트엔드의 청순한 크리스틴과 귀족적인 유령에 비한다면 한국의 크리스틴과 유령도 독특한 색깔을 보여주었다. 김소현은 당돌하고 명랑한 크리스틴이었으며 윤영석은 애절하고 가슴 아픈 유령이었다.



    조연들의 앙상블은 지나치게 오페라처럼 들렸다. 그리고 빈약한 오케스트라 반주는 이번 공연의 가장 큰 문제점일 듯싶었다. 그러나 이러한 결점들은 전체적인 완성도를 해칠 정도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한국판 ‘오페라의 유령’은 근래 보기 드문 예술적 감동과 감흥을 안겨주는 공연이었으며 그 감동의 정도는 오리지널인 런던 웨스트엔드 공연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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