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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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행정부 금고지기‘대니얼스’

대통령 정치생명 좌우하는 예산처장… 미 연방예산 1조3천억 달러 삭감 ‘파워 과시’

  • < 이흥환/ 워싱턴 통신원 > hhlee0317@yahoo.co.kr

    입력2005-01-13 14: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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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시 행정부 금고지기‘대니얼스’
    미국을 움직이는 자리 가운데 관리 및 예산처(Office of Mana gement and Budget, OMB)라는 곳이 있다. 각 행정부처의 예산을 심의, 조정해서 전체 연방 예산안을 짜는 곳이다. 단 한푼이 아쉬운 행정부처 장관들이 눈치없이 OMB를 업수이 여겼다가는 득이 될 게 하나도 없다. 예산만 배정하는 것이 아니라, 예산 집행을 자문하고 심의하는 기능 외에 각종 규제 조치도 OMB가 관장하기 때문이다.

    공화당 정권의 모험적인 1조3000억 달러 감세안도 물론 이 OMB의 손을 거쳤다. 단순히 손만 거친 것이 아니라 입안에서부터 세부 시행안에 이르기까지 부시의 감세안은 명실공히 OMB의 작품이다.

    부시 대통령은 감세안에 서명할 때 3명을 거명하면서 감사의 뜻을 표했다. 체니 부통령과 폴 닐 재무장관, 그리고 또 한 사람이 대니얼스 처장이었다. OMB를 이끄는 미치 대니얼스(Mitch Daniels) 처장을 이르는 말이었다.

    실세 중의 실세, 부시 행정부의 모든 결정에 관여하지 않은 것이 없는 막후 실력자,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높은 권한의 탑을 쌓아올린 가장 힘센 사나이, 부시 감세안의 총설계사이자 감세안 통과의 견인차. 대니얼스에 붙는 수식어는 대부분이 최상급이다. 대통령급 부통령 소리를 들을 만큼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게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는 딕 체니 부통령의 권한조차도 대니얼스의 파워 앞에서는 맥을 못춘다. ‘딕 체니의 딕 체니’라는 별명도 이래서 나왔다.

    그는 타고난 구두쇠다. 아끼는 것이 본능적으로 체질화해 있다. 숲 속으로 날아가 떨어진 골프 공도 끝까지 찾아내고, 변기통의 물도 4분의 1만 흘러 나가도록 밸브를 조절한 사람이다.



    부시 감세안의 핵심은 좋은 말로 하면 행정부가 장기간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것이다. 가능한 한 개입하지 않는 작은 정부가 공화당이 정부의 기능을 바라보는 전통적인 시각이다. 복지·의료·교육·환경 등 아직도 돈 쓸 곳이 널려 있고 혜택에서 소외된 사람이 태산인데 정부가 돈을 안 쓰겠다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는 질타의 소리가 진동하지만, 어쨌든 공화당은 한마디로 (세금을) 덜 걷고 덜 쓰겠다는 주의다. 알뜰 전략가인 대니얼스가 공화당 부시 행정부의 감세안을 총설계하고 예산안을 짠 것은 따라서 우연이 아니다.

    대니얼스는 또한 공화당에서 충성파로 인정 받은 사람이다. 공화당 주인 인디애너 출신이고, 기부금의 90%를 공화당에 헌납하면서 부시 전 대통령의 주요 헌금원인 일리 릴리 제약회사의 경영을 맡았다. 무엇보다 대니얼스의 생각 자체가 공화당의 보수 색채와 같은 계열이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였을 때 그는 “의회가 만약 회사라면, 지금 의회는 벌써 남의 손에 넘어갔을 것이다”고 민주당을 쏘아붙였다. 또한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을 위해 의료 비용을 높이자는 말이 나왔을 때는 “시장은 자정 기능을 가지고 있다. 저절로 잘 굴러간다. 정치인은 시장에서 몇 마일 뒤에 물러나 있는 사람이다”고 응수했다. 그가 OMB 디렉터로 지명되었을 때 그를 눈여겨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니얼스를 아는 사람조차도 그를 레이건 행정부 때 ‘사환’ 노릇이나 한 사람이며, ‘정치적인 잔심부름꾼’에 지나지 않는다고 깔보았다.

    사실 대니얼스가 OMB를 맡은 것은 예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예산처장이야말로 대통령의 정치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자리다. 공화당 지도부는 아직도 부시 전 대통령의 예산처장인 리처드 달먼이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면서 정부 지출 감소와 세금 증액 정책을 밀어붙인 결과 1992년 부시의 재선 길을 막은 사례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결국 대니얼스에게 OMB를 맡긴 것은 그가 고분고분 말 잘 듣는 충성파이기 때문이라는 평이 주류였다. 게다가 대통령직 인수팀은 대니얼스가 OMB 처장으로 지명되었을 때 기자회견조차 하지 않아 더더구나 대니얼스를 눈여겨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대니얼스는 OMB를 맡자마자 본능적인 구두쇠 끼를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20명의 백악관 참모와 500명의 OMB 직원들을 총지휘하면서 예산 지출안 평가작업을 서둘렀다. 대통령 당선자가 늦게 결정된 탓에 시간에도 쫓겼다. 모든 행정부처의 예산 담당자들을 일일이 만나 예산안을 상의했지만, 실제로는 부처 예산을 줄이는 악역이 대니얼스의 주임무였다. 각 부처 담당자들에 대한 집요한 설득 작업도 대니얼스에게 후한 평가가 돌아갔다.

    OMB 작업을 마무리한 뒤에는 폴 오닐 재무장관과 체니 부통령, 앤드루 카드 비서실장, 대통령 경제 보좌역인 래리 린지와 함께 백악관에 모여 의회에 제출할 최종 예산안을 확정지었다. 대니얼스는 이번엔 의회를 상대해야 했고, 마침내 4개월 만에 부시 대통령에게 정치 승리의 선물을 안겼다.

    대니얼스가 주도한 예산안은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아 향후 행정부에 넘긴 것이라는 평을 받는다. 감세 정책과 더불어 정부 보조금 삭제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예산 편성 전략을 다 구사했기 때문에 그만큼 향후 행정부에서 예산안을 짤 사람의 위험 부담을 있는 대로 키워놓았다는 것이다.

    그는 외모에서부터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 조용하고, 흰소리 잘 안 하고, 남보다는 자기 탓을 먼저 하고, 무엇보다 영리한 사람이다. 여러 모로 체니 부통령의 업무 스타일을 빼닮았다. 공화당 충성파이고 부시 대통령의 돈독한 신임을 받는 점도 체니와 닮은 점이다.

    부시 대통령이 대통령 출마를 선언하고 텍사스 오스틴으로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을 때, 민주당이 우려한 것은 부시가 당선될 경우 보수적인 정책을 펴리라는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완숙한 경지에 이른 정책 기술자들이 보수 정책을 밀어붙일 것을 더 우려한 것이었고, 미치 대니얼스야말로 그런 범주에 속한 톱 플레이어 가운데 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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